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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의정부 이승록 기자] 9월 30일 밤. 10시가 가까운 시각임에도 의정부 예술의전당 대극장은 보라색 형광봉이 물결 치고 있었다.
"그럼 마지막 인사말 해주시죠."
걸그룹 f(x)가 4인조 '완전체'로 선보인 첫 공연. 빅토리아, 엠버, 루나, 크리스탈은 '일렉트릭 쇼크'부터 '올 나이트'까지 다섯 곡을 열창하고 미니 토크까지 진행한 뒤 마지막 노래 '레드 라이트'만 남겨두고 있었다.
MC의 요청에 리더 빅토리아가 마이크를 든 순간, 갑자기 옆에 앉아 있던 크리스탈이 빅토리아의 귀에 대고 뭔가 속삭이기 시작했다. 귀에 꽂고 있던 인이어 탓에 잘 전달이 안 되는지 거듭 귓속말로 무언가 얘기한 크리스탈.
그제야 빅토리아가 알겠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소감을 말했다.
"너무 오랜만에 팬들과 만나게 돼서 기쁘고 멤버들도 솔직히 떨면서 공연했어요. 앞으로 저희 컴백하면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여러분도 그렇죠? 더 열심히 해서 새 앨범 깜짝 놀라게 해드릴게요!"
그런데 이때 크리스탈은 그래도 뭔가 더 말하고 싶은 표정 같았다. 그리고 집어 든 마이크로 크리스탈이 말했다.
"그리고 오늘 이렇게 이벤트 해주신 거 너무 감동 받았어요."
이 짧은 말에 형광봉을 든 팬들은 감격한 얼굴로 함성을 내질렀다. f(x) 멤버들은 팬들을 향해 "저희도 언제나 사랑해요"라고 입을 모았다.
사실 이날 f(x)가 출연한 텐센트 K팝 라이브는 K팝 인기 아이돌 가수의 미니콘서트를 인터넷으로 생중계하는 무대였다. 중국 팬들을 겨냥한 프로그램이라 한국 팬들은 공연 소식을 접하기도 힘들었다.
티켓도 이벤트 추첨을 통해서 얻을 수 있어 팬들이 좌석을 구하는 것 역시 쉽지 않았다. 게다가 매번 서울에서 열리던 공연이 이날 의정부에서 열린 까닭에 많은 팬들이 낯선 길을 더듬어 와야 했다. f(x)뿐 아니라 달샤벳, 에이프릴 등도 함께한 공연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팬들에게는 각별한 순간이었다.
지난해 야심 차게 '레드 라이트'를 발표했으나 여러 사정이 겹쳐 겨우 3주 가량 활동하고 앨범을 마무리한 f(x)였다. 그리고 얼마 전, 소문만 무성하던 멤버 탈퇴가 공식 발표되며 버거운 시간을 맞아야 했다. 그 끝에 열린 작은 콘서트였다.
4인조 f(x)를 향한 기다림이 간절했던 걸까. f(x) 팬들은 이날 입장하는 관객들에게 '언제나 사랑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하나씩 나눠줬다. 달샤벳의 팬들에게도, 에이프릴의 팬들에게도, 또 누구의 팬도 아닌 일반 관객들에게도 똑같이 나눠줬다. 그 플래카드 뒷면에는 f(x) 팬들의 간곡한 부탁이 적혀 있었다.
"데뷔 6년. 기다려왔던 단독 콘서트는 아니지만 텐센트 공연은 우리 팬들이 기다려온 소중한 콘서트임이 확실합니다.(중략)달샤벳 그리고 에이프릴 팬 분들께도 참여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 드립니다."
관객들은 f(x) 팬들의 부탁 대로 '올 나이트' 무대가 끝나자 일제히 '언제나 사랑해'란 플래카드를 머리 위로 들어 보였던 것이다. 어안이 벙벙한 듯한 멤버들의 표정. 아마도 크리스탈은 그 순간의 감동을 꼭 전하고자 빅토리아에게 귓속말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009년 데뷔한 f(x)는 지금까지 공식 팬클럽이 존재하지 않는다. 단독 콘서트를 연 적도 없다. 이 때문에 팬들이 여기저기 커뮤니티로 흩어져 삼삼오오 유지되고 있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f(x) 멤버들이었다. 최근의 부침에도 오히려 더 결속된 모습을 보여준 팬들에게, 또 정식 단독 콘서트가 아님에도 먼 걸음을 해준 팬들에게 유난히 더 감동 받은 모습이었다.
이날 f(x) 멤버들은 공연을 마치고 퇴장하며 무대 위 조명이 꺼졌음에도 연신 팬들을 향해 두 손을 흔들었다.
[사진 = 칸타라글로벌 제공]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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