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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세상을 너무나 모른다고/나보고 그대는 얘기하지/조금은 걱정된 눈빛으로/조금은 미안한 웃음으로/그래 아마 난 세상을 모르나봐/혼자 이렇게 먼 길을 떠났나봐/하지만 후횐 없지 울며 웃던 모든 꿈/그것만이 내 세상>(1985년 ‘들국화’ 1집 중 ‘그것만이 내 세상’)
전인권(61)에게 ‘그것’은 무엇일까. 30년 전과 지금의 ‘그것’은 같은 것일까. ‘울며 웃던 모든 꿈’ 속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까.
“‘그것’은 자유예요. 그렇죠. 자유입니다. 자유롭게 살아온 모든 것이 내 세상이죠. 3년전에 내 마음 속에 작고 강한 나무 하나를 만들어놨어요. 무인도같은 내 마음에 나무 한 그루 심어놓고 의지하며 살아요. 엄청난 힘이예요. 나무는 내가 만든 내 인생이고, 내 자아입니다. 누구도 흔들 수 없습니다.”
지난 7일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전인권은 청바지에 하늘색 재킷을 입었다. 여유로워 보였다. 오후 3시 무렵, 늦은 점심으로 김밥을 먹었다. 담배 한 대를 피웠다. 느릿느릿한 말투 속에 지난 30여년 동안 한국 록의 전설로 불린 자부심이 묻어났다.
“이번에 내놓은 ‘너와 나’는 처음 시도해보는 싱글이예요. 어른으로서 필요한 음악이라고 생각했어요. 지난해 앨범 ‘2막 1장’을 냈는데, ‘너와 나’는 새로 시작하는 2막 2장의 머릿곡이라고 할 수 있죠. 일종의 프롤로그예요.”
세월호 참사 이후 3개월이 지났을 때, 전인권은 밤바다를 봤다. 힘겨웠던 일들을 모두 바다 속에 묻자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 힘들고 아프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힘이 되고 싶었다. ‘너와 난 서로 볼 수 없어도 믿을 수 있어 … 아무리 높은 산도 함께 하면 넘쳐나’라는 가사가 귓가에 울린다. 래퍼 자이언티, 타이거JK와 가수 윤미래, 그룹 서울전자음악단, 갤럭시익스프레스 등과 함께 노래를 불렀다. 공존의 의미가 더욱 도드라졌다.
“이 노래에서 핵심은 ‘서로 볼 수 없어도 믿을 수 있어’라는 가사입니다. 요즘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신뢰와 믿음, 의리입니다. 이건 지성에 속하죠. 이 지성은 이 시대에 굉장히 필요합니다. 그것이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는 거대한 힘이거든요.”
전인권밴드 역시 믿음과 신뢰로 구축됐다. 그는 멤버들과 ‘거짓말 안 하기’ ‘짜증 안내기’ ‘약속 잘 지키기’ ‘자기가 맡은 파트를 제대로 이해하기’ 등의 약속을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굳건한 믿음으로 쌓였다. 지난달 제7회 DMZ국제다큐영화제 개막식 축하무대에 올랐을 때 신기한 경험을 했다.
“밴드도 놀라고 관객도 놀랐어요. 공연이 너무 좋았거든요. 멤버들에게 물어보니까 다 좋았다고 하더라고요. 시원하고 신비로운 사운드가 나왔죠. 그때, ‘항상 다음은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뭐든지 다음은 있어요.”
전인권밴드는 어떤 형태의 음악을 추구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고 굽이치고 쌓여가는 동안 저절로 완성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뭉쳤다.
“우리 음악을 결정하는 것 보다 서서히 가다보면 어떤 음악 형태가 될 것인지 나오겠죠. 다음 장이 열리는 거예요. 그렇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는 하늘의 뜻을 안다는 지천명을 넘어 생각하는 게 원만하고, 사사로운 감정에 얽매이지 않고, 모든 걸 순리대로 처리하는 이순의 나이에 이르렀다. 바다를 건너왔다는 1막의 삶을 정리하고, 이제는 동료와 어깨를 결고 순리에 따라 인생 2막의 삶을 열고 있다. 1시간 남짓 전인권과 인터뷰를 하면서 내 마음 속에도 나무 한 그루를 심고 싶어졌다. 작지만 강한 나무.
[전인권.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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