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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화책유니온픽쳐스의 유영호 대표가 중국 시장에 거는 바는 크다. 지난 5월 중국 최대 엔터테인먼트그룹인 화책미디어와 함께 자회사인 화책유니온픽쳐스를 설립한 유 대표는 그동안의 노하우를 발판으로 중국 시장에서의 또 다른 신화를 꿈꾸고 있다.
유영호 대표는 중국에서 크게 히트한 한중합작영화 ‘이별계약’을 성공시킨 장본인이다. 중국영화와의 차별화를 찾던 그는 중국인들에게 감정을 누르는 정서가 있다는데 착안, 최루성 눈물을 통해 중국 관객의 마음을 사로 잡기로 결정했다. 그 결과 중국 시장에서 ‘웃고 울리는 영화’가 관객들의 큰 사랑을 받는다는 획기적 선례를 남겼다.
“중국에서 상업영화가 시작된 지는 최근 10년 밖에 되지 않았어요. ‘이별계약’ 투자를 받으러 소니픽쳐스에 보여줬는데 미국 사람들도 최루성 멜로를 보고 뒷부분에서 해피엔딩으로 끝내 달라고 하더라고요. 그 부분을 얼마나 짜고 맵게, 관객을 얼마나 울릴 수 있을까에 수위를 맞췄어요. 개봉할 때 댓글을 봤는데 몇몇 관객들이 ‘우리가 얼마 만에 극장에 와서 이렇게 울어봤냐’고 하더군요. ‘이별계약’이 중국에서 웃기고 울리는 영화가 흥행 된다는 걸 입증했던 것 같아요. 당시 중국에는 우리가 말하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가 없었어요. 아시아 영화 시장에서는 웃기고 울리는 정서를 잡아주는 영화가 시장 경쟁력이 있다고 봐요. 지금 중국 영화들도 ‘이별계약’과 유사한 영화들을 만들고 있고요.”
유 대표의 큰 장점은 중국 시장에서 잔뼈가 굵다는 것. 1996년 삼성영상사업단 재임시절부터 중국·대만과의 합작영화 ‘Noodle Shop’, 홍콩과의 합작영화 ‘Happy Together’ 등에 참여했다. 2005년 영화사 청어람과 함께 중국 SunShine Pictures 배급사를 설립해 ‘괴물’, ‘식객’ 등의 한국영화를 중국에서 최초 직배했고 2011년부터 CJ E&MChina에서 영화사업을 맡아 ‘이별계약’, ‘20세여 다시 한 번’의 흥행을 이뤄냈다. 이런 이력만 보면 어려움 없이 승승장구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중국에서 일 한 약 20년 동안 매니지먼트 광고 홈비디오 드라마 등의 일을 총망라하며 기반을 탄탄히 다져온 인물이기도 하다.
“제가 중국 시장에서 가지고 있는 장점은 한국 영화 시장의 성장기부터 성숙기까지를 다 봤다는 거예요. 현재 쏟아지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 다음 트렌트가 뭘까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있지 않나 싶어요. 특히 중국에서 배급 일을 해서 웬만한 중국 사람보다 더 잘 안다고 생각해요. 트렌드를 읽고 다시 준비하는 과정들을 말이죠. ‘수상한 그녀’의 중국판인 ‘20세여 다시 한 번’은 판타지 로맨틱 코미디에요. 중국 판타지 로맨틱 코미디의 첫 작품이 됐고, 지금 중국 내에서 이런 장르가 많이 개발되고 있죠. (중국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앞서가는 기획을 할 수밖에 없어요.”
이를 위해 유 대표가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얼마나 새롭냐’다. 아직 중국 관객들에게 보여주지 않은 장르와 콘셉트를 생각한다. 그리고 중국 내 외국 영화들에 제약이 많은 만큼 한중합작 방식, 장르의 변주 등을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2011년 중국에서 ‘실연 33일’이 개봉됐어요. 그 영화를 보면서 시장이 바뀌었다고 생각했죠. 중국에 기획 영화의 시대가 왔어요. 그로 인해 한국 영화인들이 일을 할 수 있는 판이 생겼어요. 한국 사람들이 워낙 기획력이 좋아요. 기획력이 시장과 맞물려져야 성과를 만드는데 그런 시점이었죠.”
유 대표가 바라보기에 아직 합작영화 시장은 초기 단계다. 한국의 기획력, 미국의 비주얼 등이 중국 시장에 몰리고 있는데 이런 장점들이 중국을 넘어 세계로 뻗어 나갈 것이라 예측 중이다. 그리고 그 선봉에서서 한중합작영화의 새로운 롤모델을 제시 중이다.
지난 5일 국내 투자배급사 NEW와 화책유니온픽쳐스의 모회사이자 중국 최대의 엔터테인먼트 그룹인 화책미디어는 합자법인 화책합신의 출범을 알렸다. 화책합신은 앞으로 중국판 ‘마녀’, ‘뷰티 인사이드’, ‘더 폰’을 선보일 예정이다. 화책합신의 이사 중 한 명인 유 대표가 중국의 선봉장에 서서 이들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우리가 뭘 해야 한다가 아니라 중국와 우리의 장점을 같이 합쳐 해외로 나가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금방 도태될 거예요.”
[화책유니온픽쳐스 유영호 대표. 사진 =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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