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모럴 해저드 타파는 지금부터다.
삼성은 결단을 내렸다. 20일 밤 대구 시민운동장 관리소 2층 VIP룸에서 긴급기자회견을 개최, 해외 원정도박 의혹을 받는 선수들을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공지 문자메시지를 불과 1시간 20분 전에 발송한 걸 감안할 때 20일 삼성 구단이 얼마나 긴박하게 움직였는지 짐작이 간다.
지난 15일 밤 한 매체의 보도로 삼성은 패닉에 빠졌다. 삼성 핵심선수 3명이 마카오 도박장에서 '정킷방'을 형성, 조직폭력배와 연관된 대규모 도박을 즐겼다는 보도였다. 경찰이 최근 그 중 2명에 대한 내사에 들어갔다는 후속보도도 나왔다. 결국 삼성은 지난 4~5일간 장고한 끝에 결단을 내렸다. 25일 저녁 한국시리즈 엔트리가 발표되면 원정도박 의혹을 받는 선수도 자연스럽게 공식적으로 밝혀진다.(이미 온라인에선 혐의를 받는 선수의 실명이 거론되고 있다.)
▲최소한의 자존심 지켰다
15일 밤 늦게 보도가 나온 뒤 삼성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내부적으로 확인 중이라고만 밝혔다. 이 입장은 19일까지도 바뀌지 않았다. 그 사이 여론이 급속히 악화됐다. 삼성이 리딩구단으로서 어떻게든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삼성은 딜레마에 빠졌다. 의혹을 받는 선수들은 아직 경찰과 검찰의 조사를 받지 않았다. 유, 무죄가 확정된 게 아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경찰의 내사는 시작단계. 아직 계좌추적도 이뤄지지 않았다. 소환 조사는 한국시리즈가 끝나야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는 혐의를 받는 선수 모두 한국시리즈 출전은 가능하다. 하지만, 구단으로선 범법 의혹을 받는 선수들과 함께 한국시리즈 우승을 한다고 해도 훗날 유죄가 밝혀질 경우 엄청난 후폭풍에 시달릴 것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삼성은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켰다. 의혹 선수들의 유, 무죄를 떠나서 떳떳하게 한국시리즈를 치를 수 있게 됐다. 이 역시 시간을 끌지 말고 곧바로 결정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지만, 시기를 떠나서 이 선택만큼은 삼성이 명문구단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를 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특히 삼성그룹은 이미지 메이킹에 신경을 많이 쓴다. 이미 이번 사건으로 그룹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았다. 그런 점에서 김인 사장이 직접 기자회견에 등장, 고개를 숙인 건 당연한 조치였다.
▲후속대책은
급한 불은 껐다. 하지만, 삼성이 해야 할 일은 산더미다. 일단 한국시리즈 직후 경찰과 검찰의 수사결과, 심지어 법원의 판결까지 지켜볼 전망이다. 그런 다음 유, 무죄가 확정되면 해당 선수에 대한 조치에 들어가는 게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다. KBO 역시 기본적으로는 수사기관의 판결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다.
원정도박 혐의를 받는 선수들의 프리미어 12 출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만약 법원에서 혐의를 받는 선수들을 유죄로 판결할 경우 삼성과 KBO도 어떤 방식으로든 중징계를 내려야 한다. 사회적 파장, 프로야구 및 모기업 이미지 손상, 악화된 여론, 재발 방지차원에서 그렇다. 불법 원정도박은 그 자체로 프로스포츠의 품위를 깎는 행위다. KBO 규약에도 리그 품위를 손상하는 선수에 대해 총재 직권으로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나와있다.
경찰과 검찰의 수사와는 별개로 현 시점에서 삼성 구단이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타파를 위해 KBO, 모기업과 함께 분명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삼성은 2009년 인터넷 도박 사태로 홍역을 앓았다. 당시 채태인이 페널티를 받았다. 결과적으로 그때 검은 기운의 싹을 확실히 도려내지 못한 게 패착이었다. 지금부터라도 야구장 밖에서 일어나는 각종 사건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확실한 후속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단순히 징계 수위를 강화시키는 것과는 별개로 팬들에게 진정성을 보여주면서 모든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조치가 나와야 한다. 그게 명문구단의 자존심을 되찾는 방법이다. 통합 5연패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그룹 차원에서의 대책마련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야구단의 소양교육을 직접 실시할 만하다. 이번 사건의 파장은 단순히 야구계에 국한되는 건 아니다. 프로선수들의 '모럴 해저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한지 오래다. 지난 2011년부터 프로스포츠에 승부조작 광풍이 불었다. 현재 남자프로농구도 불법베팅과 승부조작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혐의자는 모두 기한부 출전정지 처분을 받은 상태다. 삼성 그룹은 이미지 쇄신 차원에서 이번 사태 해결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다.
[김인 사장의 긴급 기자회견. 사진 = 삼성 라이온즈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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