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체인지업 확실히 익혀 오겠다."
한화 이글스 좌완투수 김기현은 오는 12월 24일 경찰청에 입대한다. 구단과 본인 모두에게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김기현은 올 시즌 1군 54경기에서 1승 3홀드 평균자책점 4.35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1군 데뷔 2년 만에 이름 석 자는 확실히 알렸다. 특히 시즌 중반까진 권혁-박정진에 앞서 상대 타자를 틀어막는 역할을 잘해냈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40km대 초중반에 불과했으나 적재적소에 곁들인 커브와 슬라이더가 위력적이었다. 경쟁력 있는 좌완투수로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기에 무리가 없었다. 김성근 한화 감독도 "자꾸 경기에 내보내면서 만들어야겠다"며 믿음을 보였다.
우여곡절이 많은 투수. 신일고 재학 시절 4번타자이자 주축 투수였지만 신인드래프트에서 미지명의 아픔을 겪었다. 대학 시절(원광대)에도 2010년 춘계리그 최우수 투수상을 수상했고, 4학년이 된 2011년에도 부족함이 없는 투구를 선보였다. 기대가 컸지만 실망도 컸다. 이번에도 신인드래프트에서 김기현의 이름은 불리지 않았다. 결국 2011년 당시 9번째 구단으로 창단한 NC 다이노스 트라이아웃에 참가해 합격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그냥 주저앉지 않았다. 테스트를 통해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신고선수 신분이었지만 투수 한 명이 절실했던 한화가 그의 손을 잡았다. 꿈에 그리던 프로 1군 데뷔도 한화에서 했다. 지난해 24경기에서 승리 없이 1패 1홀드 평균자책점 5.79의 성적만 남겼다. 하지만 주눅들지 않는 투구는 강한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6월 14일 NC를 상대로 데뷔전을 치른 이후 대부분 시간을 1군에서 보냈다. 이는 돈 주고도 못 살 값진 경험이었다.
시즌 마무리가 아쉬웠다. 지난달 11일 1군 엔트리에서 빠진 뒤 돌아오지 못했다. 특히 순위 싸움이 한창이던 7월과 8월 19경기에서 평균자책점 6.91로 아쉬움을 남겼다. 9월 4경기에서 1홀드 평균자책점 3.86으로 반등하는가 싶더니 자취를 감췄다. 그리고 경찰청 입대를 결정했다. 김 감독도 "투수가 없는데"라며 아쉬워했다. 좌완투수 육성에 중점을 두고 있는 상황, 김기현의 입대가 아쉬울 만하다.
김기현은 요즘 2군 구장이 있는 서산에서 훈련 중이다. 어깨 재활도 겸하고 있다. 입대와 결혼(12월 13일)을 동시에 앞두고 있지만 훈련을 소홀히 할 수 없다. 내년 시즌 한화와 함께하지 못하는 아쉬움도 크다. 그는 "당장 결혼하기 때문에 (야구) 더 하고 싶지만 나이가 찼다"며 "1년 미룬다고 달라질 것 같진 않다. 올해만큼 한다는 보장은 없기에 입대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기현은 1989년생, 올해 한국 나이 27세다. 그는 "올 시즌은 나름대로 뿌듯했다. 1~2년만 젊었어도 계속했을 텐데 군대 문제로 고민이 많았다. 감독님께도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몸 상태가 좋진 않았다"며 "내가 몸 관리를 못 한 부분이다. 아프지 않고 야구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아프면 혹사라는 얘기가 나온다"고 덧붙였다.
입대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한다. 경찰청에 입대해 2년간 야구를 놓지 않아도 된다. 그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겠다"며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 형들도 경찰청 가면 달라질 수 있다고 많이 격려해주셨다. 아프지 않고, 하고 싶은 것 다 해보라고 하시더라. (윤)영삼(넥센)이도 있고, 아는 분들이 많다. 동료 (조)지훈이와 같이 가는 것도 좋다"며 웃었다.
체인지업을 확실히 익히는 것도 하나의 목표. 김기현은 "올해 체인지업은 안 던졌다. 던져보긴 했는데, 큰 타구가 많이 나와서 못 던지겠더라. 이번에 체인지업을 확실히 익혀오겠다"고 힘줘 말했다. 좌타자 바깥쪽으로 휘어져 나가는 슬라이더에 타이밍을 뺏는 체인지업까지 곁들이면 한층 위력을 더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김기현은 "입대까지 2달 남았다. 일단 시간 날 때마다 최대한 예비신부와 시간 보내려고 한다. 물론 재활도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 이글스 김기현.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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