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전 전형적으로 화났을 때 무서운 사람 중 한 명이에요. 정말 아무리 생각해도, 시간이 흘러도 이해가 안 되는 일에는 화가 터질 때가 있어요. 엄청 차분해지고 차가워져요. 그 정도 까지 왔을 때는 ‘난 널 평생 안 볼 거야’라는 심정인거죠.”
누군가에게 모진 소리를 하는 것을 싫어하고, 다른 사람에게 날선 말을 하는 것보다는 스스로를 삭히는 편인데다가, 당장 화가 나는 대부분의 일들이 시간이 지난 후에는 별 일이 아니거나 이해가 될 만한 일이라는 배우 주원이 화를 내는 모습이라니 상상도 되지 않지만 영화 ‘그놈이다’의 모습을 본다면 살짝 짐작이 갈 만도 하다.
‘그놈이다’는 여동생을 잃은 남자가 죽음을 예견하는 소녀의 도움으로 끈질기게 범인을 쫓는 이야기를 그렸다. 주원이 여동생을 잃은 남자 장우 역을 맡아 동생을 잃은 극한의 분노부터 감정의 밑바닥까지 치달은 슬픔 그리고 범인을 향한 끈질긴 집착까지 폭넓은 연기력을 폭발시켰다.
“딴 때도 그렇지만 유난히 많이 떨리고 긴장되고 설레기도 해요. 전 배급관에서 봤는데, 영화가 진행되면 그걸 본 관객들의 반응이 있잖아요. 저 혼자 반응이 없었어요. (기존의 이미지를 벗으려 노력한 작품이기 때문에) 제가 어떻게 하나 보다 보니 전체적으로 보지도 못했죠.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이번 작품을 위해 살도 찌웠다. 작품에 들어가기 전 살 빼는 작업을 해왔던 주원은 이번 역시 체중을 감량했다. 하지만 한층 갸름해진 얼굴이 장우 역을 하기에 너무 예쁘장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후부터 도리어 살을 찌웠다. 촬영 현장에서도 편했다. 기존 작품들처럼 외형을 꾸밀 필요가 없었기 때문. 헤어, 메이크업 둥에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었던 만큼 더욱 연기에 몰입할 수 있었다.
“사투리가 정말 어려웠어요. 외국어처럼 공부했죠. 형사로 나오는 서현우 형이 창원 출신인데 전담해서 알려줬어요. 사실 제가 사투리를 엄청 고집했거든요. 서울말을 해도 된다고 하셨는데 장우에게는 사투리가 꼭 필요할 것 같았어요. 너무 어려워서 중간에 후회도 했어요. (웃음) 전체 리딩을 한 날 다른 배우 분들이 경상도 쪽 출신인데 듣더니 ‘왜 이렇게 잘해’라고 해주시더라고요. 그 이후 나름 자신감을 가지고 촬영하게 된 것 같아요.”
이번 영화에서는 주원의 액션신도 자주 볼 수 있다. 각 잡힌 무술이 아니라 몸싸움이 주가 되는 탓에 부상 위험도 많았을 것. 실제 질주하거나 실랑이를 하던 중 내동댕이쳐져 어딘가에 부딪히는 주원의 모습도 자주 등장하는데, 단순한 눈요깃거리가 아니라 처절한 오빠의 모습이 묻어나 처연함을 안긴다.
그동안의 말쑥한 모습을 벗어던진 주원은 이번 영화에서 거친 매력을 발산했다. 스크린 속에 극에 달한 분노 연기, 감정을 담아낸 액션, 꼬질꼬질한 모습 등 새로운 주원의 모습을 한껏 펼쳐진다. 배우 주원에게도, 그의 모습을 보는 관객들에게도 신선한 경험. 그리고 신선함을 넘어 주원의 새로운 모습을 목도한 만족감도 얻을 수 있다.
“연기를 할 때 제가 제일 살아 있는 것 같아요. 연기할 때는 눈이 살아있고 뇌가 돌아가요. 그런 걸 되게 즐기기도 하고요. 제 유일한 감정 분출구에요. 언젠가부터 눈물을 굉장히 잘 참았어요. 20살 때 처음 뮤지컬에 데뷔하고 마지막 공연 때 눈물을 펑펑 흘렸어요. 그 때 이후 눈물을 정말 안 흘렸던 것 같아요. 잘 참고 화도 잘 안 내는 성격이고요. 그런데 오로지 연기할 때 그런 감정들을 발산해요. 연기를 하며 제 감정들을 분출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배우 주원.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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