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하얀 도화지 같던 배우 이유영이 음습함을 뒤집어썼다. ‘봄’ 속 손대면 깨질 것 같던 여리여리한 여인, ‘간신’ 속 색기 어린 기녀는 더 이상 없다. ‘그놈이다’ 속 이유영은 어딘가 음침하면서도 비밀을 숨긴 것 같은 모습으로 등장, 영화 속 공포감을 조성했다.
‘그놈이다’는 여동생을 잃은 남자 장우(주원)가 죽음을 예견하는 소녀 시은의 도움으로 끈질기게 범인을 쫓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이유영이 시은으로 분해 여동생을 잃은 장우가 범인을 쫓을 수 있도록 돕는다.
“처음에는 영화 속 한국적 부분들을 그렇게까지 상상을 못했어요. 그냥 스릴러라고 생각했죠. 언론시사회 때 영화를 봤는데, 무서운 영화인 걸 그 때 깨달았어요. 무서운 걸 못 보는데 큰일 났다 싶더라고요. 양 옆에 (함께 출연한) 유해진 선배님과 주원 오빠가 있어서 ‘괜찮아 괜찮아’하면서 봤던 것 같아요.”
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은 후 ‘그놈이다’는 참신한 소재에 스릴러와 호러가 결합된 독특한 분위기로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이런 독특한 분위기는 그로테스크한 모습으로 시선을 앗아간 이유영에 의해 완성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호러 담당이 저인데, 그래서 책임감과 부담감이 있었어요. ‘갑자기 뜬금없어’, ‘가짜 같아’ 그렇게 볼까봐 제일 신경을 많이 썼어요.”
때문에 시은의 모습을 일부러 극화하지는 않았다. 메가폰을 잡은 윤준형 감독이 주문한 건 여리고 신비한 소녀 이미지. ‘공포=무서운 외모’라는 전형에서 탈피한 덕에 공포스럽지만 연민이 가는 인물로 완성됐다.
시은의 감정선을 그려나가는 것도 큰 과제였다. 한 번도 겪어보지 않았던 일인 탓에 시은의 모습 대부분을 상상으로 만들어 냈다. 여느 영화 촬영장이 그렇듯 시간 순으로 촬영이 진행되지 않기 때문에 감정의 정도를 정확히 계산해 연기해내는 것도 큰 과제였다.
“시은이는 호흡소리, 신음소리가 대부분이에요. 그것도 매번 다르게 해야 하죠. 조금씩 상황에 따라 호흡, 소리, 눈빛, 몸짓 등이 달라야했어요. 다채롭게, 깊게, 입체적으로 표현하려 했어요. 감독님에게 너무 헛갈린다고 했죠. 어떻게 다르지 싶기도 하고요. 제일 아쉬운 부분이 그건 것 같아요. 촬영 전 전체적으로 흐름을 파악해 그래픽으로 그려보곤 했어요.”
계산적으로 시은을 만들어나가기 보다 즉흥적으로 연기한 장면들이 빛을 발하기도 했다. 영화 초반 입에 초콜릿을 묻히고 있던 시은의 모습, 천도제 장면, 차 속에서 주기도문을 외우는 신 등이다.
이번 영화에서도 강한 임팩트로 관객들의 뇌리를 강타할 이유영은 다음 작품인 홍상수 감독의 18번째 신작에서 조금 더 평범한 모습으로 등장할 예정이다. 이미 촬영도 끝마쳤다.
“처음보다는 작품을 선택하는 데 신중해 진 것 같아요. 안한 게 너무 많아서 해보고 싶은 것도 많아요. 굳이 더 하고 싶은 걸 꼽자면 센 역할들을 해봤으니 그렇지 않은 역도 해보고 싶어요.”
[배우 이유영.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