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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맨체스터 더비가 지루하게 끝나자 웨인 루니(30)를 향한 비난의 화살이 거세지고 있다. 늘 그랬듯 0-0의 책임은 완벽한 수비를 선보인 ‘수비수’보다 한 골도 넣지 못한 무능한 ‘공격수’에게 향한다.
지난 주말 루니는 만으로 30살이 됐다. 그보다 6살 많은 이동국이 K리그서 득점 3위(13골)를 달리며 시간을 거꾸로 보내고 있지만, 공격수에겐 정점을 찍고 하향세를 그리는 시점이라 볼 수 있다. 헌데, 많은 이들은 여전히 루니에게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정도의 결정력을 원하는 것 같다. 사실 그것 자체가 넌센스임에도 말이다.
어느덧 30대가 된 루니를 향한 평가는 항상 롤러코스터를 타왔다. 지난 주말 에버턴서 골을 넣었을 땐 은근슬쩍 ‘부활’을 외치더니 맨체스터 시티전서 유효슈팅 ‘0개’에 그치자 계륵이라 평가절하한다.
맨체스터 더비가 득점 없이 끝난 뒤 루이스 판 할 감독은 루니의 부진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만해라. 지겹다”며 까칠한 반응을 보였다. 덧붙여 “당신들이 더 잘 아는 것 같으니 알아서 쓰라”고 쏘아붙였다. 이제 프리미어리그 2년차가 된 판 할조차 루니를 향한 비난이 지겨운 모양이다.
루니가 프리미어리그 역대 최고의 공격수 중 한 명인 건 분명한 사실이다. 기록이 말해준다. 187골로 앨런 시어러(260골)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골을 기록 중이다. 범위를 넓혀 잉글랜드 대표팀에서도 루니는 가장 많은 골을 터트린 ‘기록의 사나이’다.
하지만 루니의 기록은 ‘꾸준함’에서 나온다. 만 17세의 어린 나이에 프로 무대에 데뷔한 그는 13년 동안 골을 넣었다. 허나, 한 시즌으로 볼 때 루니의 결정력은 최근 ‘신계’로 표현하는 최정상급과는 거리가 있었다. 컨디션이 좋을 땐 몰아쳤지만 그렇지 않을 땐 침묵이 길었다.
알렉스 퍼거슨 시대에도 루니는 첫 번째 공격 옵션이 아니었다. 루니 곁에는 항상 루드 판 니스텔루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카를로스 테베스, 디미타르 베르바토프, 로빈 판 페르시,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치차리토) 등 득점에서 루니보다 파괴력을 갖춘 스트라이커가 존재했다.
그러나 올 시즌은 다르다. 판 페르시, 치차리토가 동시에 팀을 떠났다. 대신 영입된 선수는 앙토니 마샬이 유일하다. 심지어 최근에는 마샬마저 부진한 멤피스 데파이를 대신해 측면에서 뛰고 있다. 득점력 지적을 받고 있는 루니가 원톱으로 뛸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그리고 이는 판 할이 자초한 결과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루니가 최전방을 맡고 있단 사실만으로 맨유를 우승권에서 멀리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혹자의 지적처럼 루니는 예전처럼 빠르지 않고 개인기가 뛰어나지도 않다. 장점인 활동량마저 줄어드는 추세다. 하지만 동시에 인정해야 할 부분은 이것이 지금의 루니라는 점이다.
판 할 역시 루니가 많은 골을 넣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 않다. 최근 루니를 칭찬할 때도 그는 루니의 ‘결정력’보다 ‘태도’를 언급했다. 판 할은 “루니는 동료 선수들뿐만 아니라 심지어 감독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된다”고 극찬한다. 언론과 팬들이 기대하는 것과 ‘감독’ 판 할이 루니에게 기대하는 것이 애당초 다른 셈이다.
[웨인 루니. 사진 = AFPBBNEWS]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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