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축구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돌풍의 팀’ 웨스트햄 유나이티드가 주제 무리뉴의 첼시마저 격파하며 올 시즌 빅클럽 사냥꾼으로서의 명성을 이어갔다. 크로아티아 출신의 슬라벤 빌리치 감독은 강팀 잡는 법을 아는 것 같다.
웨스트햄은 지난 25일(한국시간) 홈구장에서 열린 2015-16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0라운드서 첼시에 2-1로 승리했다. 승점 20점을 기록한 웨스트햄은 리그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아직 시즌 초반이기 때문에 웨스트햄의 성공을 말하기에는 다소 이른감이 있다. 그러나 지난 10경기에서 웨스트햄이 보여준 ‘빅클럽 사냥법’은 단순한 ‘운’으로 보긴 어렵다. 그들의 스타일과 경기력은 올 시즌 리그 판도에 적잖은 영향을 줄 만큼 강렬하다.
시작은 아스날과의 개막전이었다. 에미레이츠 스타디움 원정에 나선 웨스트햄은 다이아몬드 4-4-2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한 역습 전술로 2-0 깜짝 승리를 거뒀다. 점유율에서 62대38로 크게 뒤졌지만 8개의 슈팅 중 4개를 유효슈팅으로 연결하는 무서운 집중력으로 아스날을 잡았다.
이후에도 웨스트햄은 안필드 원정에서 리버풀을 3-0으로 완파했고 맨체스터 시티 원정에서도 2-1 승리를 따냈다. 하지만 방법은 상대에 따라 조금씩 달랐다. 리버풀전에선 3명의 중앙 미드필더를 배치한 4-3-3을 가동했다. 중원 숫자 싸움을 대등하게 가져가기 위한 조치였다. 맨시티전에선 4-2-3-1을 사용했다. 발 빠른 란지니와 모제스를 측면에 배치해 압박과 역습에서 스피드를 더했다.
이처럼 빌리치 감독은 맞춤형 전술 변화로 3차례 원정에서 아스날, 리버풀, 맨시티를 잡는 저력을 보여줬다. 밸런스의 승리였다. 공간을 지운 그의 전략은 3경기서 단 1골 밖에 내주지 않는 짠물 수비로 이어졌다.
첼시전도 마찬가지였다. 마티치의 퇴장으로 인한 수적 우위를 점했지만 전체적인 내용에서 결코 밀린 경기가 아니었다. 무엇보다 아자르, 윌리안 등 첼시의 측면을 꽁꽁 묶고 수비라인의 간격을 좁혀 코스타를 고립시킨 수비전략이 빛났다.
여기에 파예를 활용한 세트피스 득점이 늘어난 점도 웨스트햄이 강팀과의 경기에서 두각을 나타낸 이유 중 하나다. 프랑스 리그 도움왕 출신의 파예는 날카로운 킥을 갖춘 프리킥 스페셜리스트다. 덕분에 웨스트햄은 코너킥, 프리킥 등에서 큰 재미를 봤다. 아스날전과 맨시티전 세트피스 득점이 대표적인 예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 3위 주역인 빌리치가 ‘감독’으로 주목 받기 시작한 건 유로2008이었다. 당시 크로아티아를 이끈 빌리치는 독일, 폴란드, 오스트리아를 상대로 3전 전승을 거두며 주목을 받았다. 비록 8강서 승부차기 끝에 터키에 발목을 잡혔지만 그의 지도력은 인상적이었다.
다만 빅클럽을 이기고 상대적으로 해볼만한 팀들에게 덜미를 잡힌 건 올 시즌 약점으로 지적되는 부분이다. 이는 웨스트햄의 강팀용 전술인 선수비 후역습이 대등한 점유율을 가지고 싸우는 중하위권팀과의 대결에선 재미를 보지 못한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슬라벤 빌리치 감독(上) 디미트리 파예(下). 사진 = AFPBBNEWS]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