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하이패스트볼. 쉽게 말해 높은 코스에 들어오는 패스트볼이다. 2스트라이크 이후 150km대 강속구가 타자의 상체 높이로 날아들면 체감상 공은 더 빨라 보일 수밖에 없다. 공이 빠른 투수들이 잘만 써먹으면 최고의 무기다.
차우찬(삼성 라이온즈)과 더스틴 니퍼트(두산 베어스)는 한국시리즈 1, 2차전에서 하이패스트볼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줬다. 투수가 전략적으로 높은 코스에 던지는 패스트볼은 공 끝 움직임도 대단히 위력적이다. 노림수에 제대로 걸리지 않으면 배트 윗부분에 맞아 힘없이 뜬공이 나오기 일쑤다.
특히 초속과 종속의 차이 없이 떠오르는 느낌의 패스트볼은 오히려 타자 무릎 높이로 들어오는 빠른 공보다 더 위력적일 수 있다. 타자들은 실투라 확신한 패스트볼이 가슴 높이로 솟아오르면 여지없이 방망이가 헛돈다.
지난 25일 1차전에서는 차우찬의 하이패스트볼이 일품이었다. 삼성이 9-8 역전에 성공한 8회초 1사 1, 3루 위기 상황에서 김현수를 3구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3구째 144km 패스트볼은 포수 이지영이 아예 일어나서 받았다. 김현수의 가슴 높이. 그런데 방망이는 여지없이 헛돌았다. '대놓고' 높은 공이었는데 알면서도 당했다.
9회초 선두타자 홍성흔을 헛스윙 삼진 처리한 공도 4구째 몸쪽 148km 하이패스트볼. 무려 홍성흔의 어깨높이로 들어온 공이었는데, 결과는 헛스윙. 볼카운트가 불리해지자 조급해진 김현수, 홍성흔의 배트는 여지없이 헛돌았다. 로메로는 바깥쪽 낮은 패스트볼(149km)에 루킹 삼진, 고영민도 스트라이크존 높은 코스에 들어온 패스트볼(147km)에 헛스윙 삼진으로 돌아섰다. 삼성의 1차전 승리에 차우찬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전날(26일) 니퍼트도 마찬가지였다. 니퍼트는 전날 7이닝 무실점 호투로 포스트시즌 24⅓이닝 연속 무실점 신기록을 수립했다. NC 다이노스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9이닝 완봉승)과 4차전(7이닝), 그리고 전날 한국시리즈 2차전(7이닝)에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6회초 2사 후 실점 없이 아웃카운트 4개를 잡았다. 이 기간에 니퍼트가 뽑아낸 삼진은 23개에 달한다. 150km대 초반에 이르는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을 적절히 활용했다.
구위가 워낙 좋다 보니 하이패스트볼도 잘 통했다. 전날 2차전에서 잡아낸 삼진 5개 중 3개를 147~149km 패스트볼로 잡았다. 1회말 박한이는 스트라이크존 높은 코스에 들어온 149km 패스트볼을 따라가지 못했다. 특히 7회말 1사 1루 상황에서 이승엽을 헛스윙 삼진 처리한 바깥쪽 하이패스트볼(147km)이 일품이었다. 공은 이승엽의 가슴 높이로 들어왔다. 볼카운트 1B 2S 상황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차우찬과 니퍼트 둘 다 150km대 빠른 공을 자랑하는 투수. 강속구가 뒷받침되면 변화구까지 살아난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이 140km대 초반에 불과하다면 하이패스트볼은 오히려 실투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차우찬과 니퍼트는 강속구 투수의 특권을 마음껏 누렸다. 하이패스트볼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준 차우찬과 니퍼트다. 둘에겐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1, 2차전 데일리 MVP 주인공이자 이번 시리즈에서 팀의 승패를 좌우할 중요한 카드라는 점이다.
[차우찬, 니퍼트(왼쪽부터). 사진 = 대구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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