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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무리하다가 4차전 이후 못 나오는 것보다 낫다."
구도 기미야스 소프트뱅크 호크스 감독은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를 택했다. 대성공이었다. '빅보이' 이대호는 3안타 4타점 맹타로 팀을 일본시리즈 2연패 문턱까지 올려놓았다.
이대호는 전날(28일, 이하 한국시각) 일본 도쿄 메이지진구구장에서 열린 야쿠르트 스왈로스와의 2015 일본프로야구 일본시리즈 4차전에 4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 4타수 3안타 4타점 1볼넷 맹타로 팀의 6-4 승리를 이끌었다. 일본시리즈 4경기에서 이대호의 타율은 무려 5할 3푼 8리(13타수 7안타). 2차전(선제 투런포)과 4차전(1회초 적시타) 결승타로 팀이 시리즈 우위를 점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구도 감독의 세심한 배려는 이대호를 깨운 또 하나의 힘이었다. 이대호는 27일 3차전에 4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그러나 3번째 타석에서 몸에 맞는 볼로 걸어나간 뒤 대주자와 교체됐다. 목에 통증을 느껴 경기 전 훈련에 참가하지 못했고, 출전을 강행했으나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당시 성적은 2타수 무안타 1사구. 구도 감독은 즉시 이대호를 교체했다.
올해 처음 지휘봉을 잡은 구도 감독은 선수의 몸 상태를 세세하게 살폈다. 선수들에게 "몸 상태를 트레이너에게 상세히 보고하는 습관을 들이라"고 했다. 이대호는 27일 경기 도중 "타격은 괜찮지만 수비할 때 걱정된다"고 전했다. 올 시즌 부동의 4번 타자 우치카와 세이치가 늑골 골절로 시즌 아웃된 상황. 4번 대체자 이대호의 상태가 좋지 않다면 일본시리즈 2연패에 적신호가 켜질 수 있었다. 이대호는 소프트뱅크의 핵심 타자. 하지만 구도 감독은 "무리해서 4차전 이후 못 나오는 것보다 낫다"며 주저 없이 교체했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이대호는 27일 팀 패배(4-8) 직후 억울함에 잠도 이루지 못했다. 그는 전날 현지 인터뷰에서 "폐를 끼쳤다. 그래도 어제(27일)보다 상태가 좋으니 참고 뛰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구도 감독의 배려에 3안타 4타점 맹타로 응답했다.
소프트뱅크는 1회초 이대호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뽑았고, 3회초에도 이대호의 3타점 2루타로 4-0까지 달아나 기선을 제압했다. 전날 일본 언론은 이대호의 활약을 집중 조명했다. 구도 감독은 현지 인터뷰에서 "이대호의 안타로 모두 힘을 얻었다. 목 통증에도 불구하고 잘 쳐줬다"고 칭찬했다.
4차전 MVP로 선정된 이대호는 현지 인터뷰에서 "기회를 만들어준 동료들에게 정말 고맙다. 내 역할을 할 수 있어 기쁘다. 내일 이겨서 빨리 쉬고 싶다"고 말했다.
구도 감독은 취임 첫해 일본시리즈 우승을 눈앞에 두고 있다. 만약 소프트뱅크가 우승하면 구도 감독은 지난 2010년 니시무라 노리후미 감독(지바 롯데 마린스) 이후 5년 만에, 일본프로야구 역대 10번째로 취임 첫해 일본시리즈를 제패한 사령탑이 된다. 지난 26일 연고지 후쿠오카를 떠나 도쿄로 이동하면서 "다시 야후오크돔에 돌아오지 않겠다"고 공언했던 구도 감독이다. 29일 5차전을 잡으면 시리즈는 끝난다.
한편 양 팀의 5차전 예상 선발은 소프트뱅크 제이슨 스탠드릿지(정규시즌 10승 7패 평균자책점 3.74), 야쿠르트 이시카와 마사노리(13승 9패 3.31)다. 스탠드릿지는 시리즈 첫 등판이다. 이시카와는 1차전에 선발 등판했으나 4이닝 8피안타 1볼넷 1탈삼진 3실점으로 패전의 멍에를 썼다.
[이대호.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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