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복합적인 감정을 얼굴에 드러내야 하니까 표현이 힘들기는 했어요. 방법은 자영이라는 인물을 이해하는 것밖에 없더라고요. 연기를 하는 것이 기술만이 아니라서 계속 그 상황에 공감하고 이해하고 생각해야 하죠. 그걸 느끼려 했어요.”
배우 한은정이 영화 ‘세상끝의 사랑’으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지난 2011년 공포영화 ‘기생령’ 이후 무려 4년 만이다. 그동안 오랜 시간 크랭크인을 기다리고 있던 작품이 엎어지기도 하는 등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는 다시 당당한 여배우, 커리어우먼이자 섹시한 도시녀 한은정의 모습으로 관객들 앞에 마주섰다.
‘세상끝의 사랑’은 자신의 사랑을 놓치고 싶지 않은 여자 자영(한은정), 과거의 상처를 품고 사는 아이 유진(공예지), 두 여자를 사랑하게 된 남자 동하(조동혁), 서로 어긋난 사랑으로 인해 파국을 맞는 세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로드무비’, ‘얼굴없는 미녀’를 연출한 김인식 감독의 신작이다.
“감독님께서 조금 세련되고 현대적 여성의 이미지를 찾으셨어요. 같이 작업하고 싶다고 해 시나리오를 봤는데 조금 어려웠어요. 고민을 좀 오래 했어요. 제가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요. 시나리오가 좋지만 결과가 안 좋을 수도 있잖아요. 하고 나면 연기적으로도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았고, 해보지 않았던 장르라 출연을 결정했어요. 신선한 충격도 있었어요. 배우로서 나아가야겠다는 생각에서 뛰어 들었어요.”
한은정이 연기한 자영은 배우로서 하나의 도전과 같았다. 내면에 꼭꼭 숨겨진 감정들을 심리적으로 묘사해야 했다. 폭력 남편으로부터 힘들어 하는 아내, 동하 앞에서의 떨리는 마음, 딸 유진을 향한 사랑, 동하와 유진을 보며 느끼는 묘한 불안감 등 그가 세밀히 조율해 표현해내야 할 감정들이 한가득이었다.
“영화 같은 경우 드라마보다 시작할 때 감독님을 더 많이 믿어야 해요. 처음 뵈었을 때 보다도 작업을 하며 감독님이 훨씬 더 좋아졌죠. 감독님의 디렉션도 제가 생각하는 부분과 일치했어요. 감정을 잡아주실 때도 저와 생각이 많이 비슷하셨죠. 그런 면에서 편했어요. 감독님과 통하는 부분들이 있어 기분 좋게 작업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극 중 유진은 장성한 딸. 이렇게 나이가 많은 딸을 둔 어머니 역은 처음이었던 데다 자영이 모든 관객으로부터 100% 공감을 살만한 인물이 아니었기 때문에 스스로도 자영을 이해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했다.
“하나씩 접근해 나갔어요. 일단 일하는 여성의 현대적 모습은 저와 일치하는 부분이 있어 어느 정도 공감이 됐어요. 그런데 그런 큰 딸이 있다는 게 조금 힘들었죠. 유진 역의 예지를 보며 가슴으로 교감하려 했죠. 처음 봤는데도 딸 같이 생각하고 친해지려고 노력했어요. 그러나 보니 딸처럼 예뻐 보이더라고요. 작품이 끝났는데 지금도 예지를 보면 예뻐요. 자영도 처음에는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었지만 끝날 때쯤 되니까 거의 다 이해가 가더라고요. ”
한창의 여배우. 그런 한은정이 성인이 된 딸을 둔 어머니 역을 연기한다는 건 언뜻 상상이 되지 않지만 ‘세상끝의 사랑’ 속 한은정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나이가 든 딸을 둔 어머니라는 옷도 한은정에게 꼭 맞음을 알게 된다. 물론 옷에도 여러 종류가 있듯, 외모적인 면으로만 놓고 보면 자매 같은 모녀사이로 비춰지기도 하지만 말이다.
“이런 젊은 느낌의 어머니 역할이 주어지는 게 감사해요. 연기적으로 봤을 때, 조금은 제가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셔서 제의가 오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요. (웃음)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이 작품은 제가 연기적으로 더 넓어진 계기가 아닐까 싶어요. ‘세상끝의 사랑’은 저에 대한 가능성을 시험하게 해준 작품이지 않을까요.”
몸 고생도 만만치 않았다. 극 중 실랑이부터 극강의 촬영스케줄까지. 무엇하나 쉬운 작업은 없었다. 그럼에도 촬영장 분위기만큼은 훈훈하고 즐거웠다고.
“너무 피곤해 사랑니가 덧났어요. 치과 갈 시간이 없어서 염증 때문에 퉁퉁 부었죠. 워낙 제가 워낙 신이 많았고, (영화 속 주요 배경 중 하나인) 주유소 촬영 당시 시간은 한정돼 있는데 일반 차량들도 왔다 갔다 해서 그런 시간을 피해 촬영을 해야 했어요.”
한은정은 배우로서 자신을 다잡고, 어렵다고 느껴지는 일에도 선뜻 자신을 내던지며 한 명의 배우로서 스스로를 갈고 닦았다. 그만큼 ‘세상끝의 사랑’을 향한 애정도 크다.
“저희 영화는 사랑을 주제로 한 멜로 영화로, 사랑의 위험성에 대해 이야기해요. 영화를 보시는 분들이 본능적이고 자신이 제어할 수 없는 감정, 순간의 감정이 자칫하면 큰 위험성을 가져올 수 도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성급한 충동적 감정보다 충분히 생각하고 판단하는 게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실 듯 해요. 보여지는 사랑의 감정보다 드러나 있지 않은 감정들도 많아요. 그것의 일부분이기는 하지만, 이런 어두운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서도 대리 공감할 수 있는 영화죠. 또 결과적으로 엄마라는 사람은 엄마일 수밖에 없다는 것. 이런 것들에 중점을 두고 보셨으면 좋겠어요.”
[배우 한은정.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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