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배우 한은정이 벌써 데뷔 16년차라니. 시간이 이렇게 흘렀나 싶지만 그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16년이라는 세월이 얼마나 한 여배우를 단단하고 무르익게 만드는지 새삼 느낄 법 하다. 1999년 미스 월드퀸 유니버시티 대상을 수상하며 연예계에 데뷔, 당시가 풋풋한 느낌이었다면 현재 그는 내면의 감정을 자유자재로 폭발시키는 여배우가 됐다.
영화 ‘세상끝의 사랑’은 이런 한은정의 모습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영화다. 자신의 사랑을 놓치고 싶지 않은 여자 자영(한은정), 과거의 상처를 품고 사는 아이 유진(공예지), 두 여자를 사랑하게 된 남자 동하(조동혁), 서로 어긋난 사랑으로 인해 파국을 맞는 세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로드무비’, ‘얼굴없는 미녀’를 연출한 김인식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한은정은 극 중 아름다운 미모와 지적인 매력을 모두 갖춘 대학강사 자영 역을 맡았다. 힘겨운 일상에 지친 자영 앞에 자상한 매력의 동하가 나타난 후 부부의 연을 맺게 되지만 동하와 딸 유진의 모습에서 불안한 기류를 감지한다. 한은정은 그간 쌓아온 농익은 연기력을 자영에 모두 녹여냈다.
세 사람의 관계는 세게 쥐면 바스라질 것 같은 위태위태함을 지녔지만 실제 촬영현장 속 이들은 돈독한 선후배 동료 사이였다. 딸 역으로 출연하는 공예지는 첫 연기 호흡, 조동혁은 지난 2007년 드라마 ‘사랑하는 사람아’에서 커플 호흡을 맞춘 이후 8년 만의 조우다.
“예지는 딸로서도 예뻤지만 열심히 해주고 몸을 사리지 않고 연기해 촬영하는 내내 후배로서도 예뻤어요. 가능성이 많은 친구라는 생각도 했고요. 감정적으로 계산을 하지 않은 연기를 하더라고요. (공예지가 맡은 유진이 연기하기 어려운 인물이었기 때문에) 편안한 환경 속에서 일을 할 수 있게 배려해줬어요. 저라도 편안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거든요. 긴장을 덜 시키고 싶었죠. 동혁 씨는 호흡을 맞춰 봐서 어떤 성격인지 아니까 편했던 것 같아요. 새로운 교감을 해야 한다는 부담이 없었어요.”
덕분에 감정적 소모가 크고 영화 전체를 아우르며 감정의 발산 정도를 미세하게 조절해야 하는 자영 역을 연기하면서, 극강의 촬영 스케줄을 소화해 내면서도 즐거운 현장으로 기억할 수 있었다. 물론 두 사람 뿐 아니라 김인식 감독, 현장의 스태프들도 그 즐거움을 선사하는데 일조했다.
“전 촬영을 하며 힘들다는 생각은 잘 안 해요. 좋게 생각하고, 이걸 해야 한다면 딱 하는 스타일이죠. 전체 상황과 어쩔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으니까요. 다만 혹시라도 그런 모습들이 화면에 드러날까봐 걱정되죠. 제 체력이 로봇 같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니까요. (웃음) 전 현장에서 일할 때 즐겁고, 제가 살아 있음을 느껴요. 일을 안 하고 쉴 때는 할 게 없더라고요. 재미가 없어요.”
영원히 도시적이고 세련된 아가씨 역을 할 것만 같았던 한은정은 드라마 ‘사랑하는 사람아’(2007)에서 처음으로 아기 엄마 역에 도전했다. 이 작품에서 조동혁과 호흡을 맞췄다. 그리고 8년 후 어느새 장성한 딸을 둔 어머니 역까지 맡게 됐다. 물론 누가 봐도 젊은 엄마지만.
“그런 시기가 당연히 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게 아닌가 싶고요. 존재감이 없다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존재감 있이 활동하며 나이를 먹어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봐요. 얼마든지 많은 역할들로 절 보여줄 수 있으니까요.”
어떤 역을 맡기던지 제대로 소화해 내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한은정은 데뷔 16년차가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배우 한은정을 필요로 해줘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했다.
“(배우의 인생을 그래프로 그려봤을 때) 떨어지는 그래프가 아니라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다행히도 데뷔 이래 지금까지 찾아주시는 분들이 많고 인정해 주시는 분들도 있고 궁금해 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제 모습들을 신선하게 생각해 주시는 분들도 계시니까요. 그동안 약간 좌지우지했던 것도 있지만, 크게 생각했을 때 복 받은 게 아닐까 생각해요. 감사하게 생각해야 하죠. 그런 생각을 하면 자려고 누워 있다가도 잠이 확 깬다니까요. (웃음)”
[배우 한은정.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