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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장영준 기자] KBS 2TV 간판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이하 개콘)가 위기라고 한다. 시청률도 떨어지고 있고, '개콘' 하면 바로 떠오르는 인기 코너도 없으니 그런 말이 나올만도 하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개콘'은 지금 위기에 빠진 것일까.
'개콘'은 한때 유행어 제조공장이라 불릴만큼 숱한 유행어들을 탄생시켰다. 많은 스타들이 '개콘'을 즐겨본다고 밝혔고,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서 그들의 유행어를 따라하며 개인기를 자랑하기도 했다. '개콘'은 하나의 트렌드리더였고, 이는 곧 '개콘' 소속 개그맨들에게는 커다란 자부심이 되기도 했다.
개그맨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개콘' 입성을 꿈꾼다. KBS 신인 개그맨 공채시험은 모든 지망생들의 꿈이었고, 이는 타 방송사에서 활약하는 개그맨들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래서 개그 무대를 잃어버린 MBC와 SBS 출신 일부 개그맨들이 그동안의 경력을 모두 버리고 다시 KBS의 신인 개그맨으로 돌아가 새출발을 시작하기도 했다.
'개콘'은 유행어 뿐 아니라 스타 탄생의 산실이기도 했다. 정형돈 유세윤 장동민 김병만 등은 '개콘'을 통해 인기를 끈 뒤 현재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맹활약 중이다. 이 외에도 많은 스타들이 '개콘'을 통해 인기를 얻어 다방면에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래서 '개콘' 무대에 선다는 것은, 그리고 그곳에서 인기를 얻는다는 것은 곧 성공이라는 공식으로 통하기도 했다.
그토록 잘나갔던 '개콘'이 지난해부터 조금씩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시청률도 잘 나갈 때는 30%를 바라보기도 했지만, 이제는 한 자릿수를 걱정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게다가 지금의 '개콘'에는 이렇다 할 인기 코너도, 스타도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러니 시청자들은 '개콘'이 이제 재미없다고, 위기라고 말하는 것이다.
지금이 위기라고 할 수는 있다. 하지만 가만히 보면 '개콘'은 언제나 위기와 전성기를 반복하며 지금까지 그 명맥을 이어왔다. 그들에게 위기는 기회였고, 기회는 언제나 또 다른 위기의 예고편이 되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지금이 '개콘'의 위기라고 한다면 분명 그것은 또 다른 기회의 전조로도 볼 수 있다.
'개콘'은 공영방송이라는 제약 안에서 지금껏 웃음을 만들어왔다. 그 엄청난 제약 안에서 '개콘' 개그맨들은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좀 더 자극적으로 할 수 있다면 더 쉽게 웃길 수 있다는 것도 그들은 알고 있다. 하지만 KBS이기에, 공영방송이기에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 역시 알고 있다. 그래서 고민에 고민을, 회의에 회의를 거듭한다.
만약 일부 개그맨들이 '개콘'을 떠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그것은 분명 프로그램의 위기 때문이 아니라 좀 더 제약이 자유로운 곳으로 가고자 하는 열망 때문일 것이다. 바꿔말하면, '개콘' 개그맨들은 어디를 가더라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자질을 가진 인재들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개콘'을 무려 16년간 이끌어온 힘이기도 하다.
[KBS 2TV '개그콘서트' 로고. 사진 = KBS 제공]
장영준 digou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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