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다 아는 로맨스 동화가 아니다. 기본적인 부분은 확실하게 지키면서 완벽하게 비틀었다. 뮤지컬 '신데렐라'는 우리가 알고 있는 '신데렐라'의 이야기를 그대로 그리되 신데렐라를 비롯 모든 인물들에게 시선을 돌리며 새로운 이야기를 전한다.
원작 동화 '신데렐라'는 계모와 의붓 언니들에게 구박 받던 신데렐라가 요정의 도움으로 파티에 가게 되면서 왕자를 만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왕자와 사랑에 빠지지만 밤 12시가 되자 마법이 풀리고, 이후 왕자는 신데렐라가 놓고 간 구두를 갖고 신데레라를 찾아 사랑을 이루며 행복하게 산다.
그러나 뮤지컬 '신데렐라'는 기존의 이야기를 따르면서 재치 있게 이야기를 비틀었다. 로맨스에 혁명에 대한 이야기까지 넣은 것. 자칫 유치해질 수도 있는 동화 뮤지컬에 사회적인 문제를 삽입하면서 어른들도 함께 볼 수 있는 뮤지컬로 거듭났다.
캐릭터부터 신선하다. 언제나 긍정적이고 사랑스러운 신데렐라는 더 용감하고 과감해졌다. 곧 왕이 될 왕자에게 백성들의 아픔을 대신 전하고, 혁명을 이끌어내는 당찬 아가씨로 그려진다. 크리스토퍼 왕자 역시 그저 신데렐라에게 반하는 왕자가 아니라 좋은 왕이 되기 위해 고뇌하고, 그 과정에서 진정한 왕이 되는 리더의 모습을 갖춰 나간다.
신데렐라의 두 의붓언니 역시 계모의 부수적 인물로 따라다지니 않는다. 첫째 언니 가브리엘은 새 캐릭터인 혁명가 장 미쉘과 또 다른 로맨스를 그리며 신데렐라의 조력자가 되고, 둘째 언니는 샬롯은 철 없지만 귀여운 모습으로 웃음을 담당한다. 혁명가 장미쉘 역시 웃음을 터뜨리는 캐릭터인 동시에 혁명의 묵직한 메시지와 용기를 전달하는 매력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모두가 아는 캐릭터를 재치있는 발상으로 더 매력적으로 만드는 동시에 완벽한 비틀기로 이야기를 업그레이드시키니 유치하고 진부할 것이라는 편견은 완전히 깨진다.
빠른 전개와 화려한 볼거리도 시선을 모은다. 질질 끌지 않는 전개는 물론 동화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배경과 의상이 돋보인다. 요정의 마법이 이뤄지는 장면 역시 전혀 허술하지 않다. 눈 앞에서 순식간에 이뤄지는 의상 체인지를 비롯 호박 마차가 황금 마차가 되고, 생쥐, 여우가 말, 마부로 변하는 과정이 화려하게 그려진다.
앙상블의 화려하고 탄탄한 군무가 있기에 더욱 몰입도를 높인다. 발레, 아크로바틱 등 풍성한 무용이 무대를 꽉 채우고, 귀에 쏙쏙 박히는 부담스럽지 않은 음악이 '신데렐라'의 작품성을 높인다.
배우들의 호연도 '신데렐라'의 관전 포인트. B1A4 산들은 한층 성숙해졌다. 그간 다수의 뮤지컬에 출연하며 실력을 쌓은 산들은 어엿한 뮤지컬배우로 성장했다. 기존의 풋풋한 이미지에 묵직함이 더해졌고, 달달한 로맨스를 그릴 줄 아는 여유까지 가졌다.
첫 뮤지컬에 도전한 백아연 역시 놀랍다. 앞서 오디션 프로그램 'K팝스타'에 이어 가수로 데뷔하며 청아한 목소리와 가창력을 인정 받은 백아연이지만 뮤지컬은 처음이라 일각에서는 우려도 있었던 것이 사실.
그러나 백아연은 이런 걱정을 단숨에 날려 버렸다. 대극장 무대 위에서도 기죽지 않는 배짱은 물론 기본적인 연기력과 가창력도 지녔다. 타이틀롤을 맡아 부담감이 만만치 않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동료 배우들과의 합도 쫀쫀하다.
홍지민과 박진우 역시 '신데렐라' 보는 재미를 더한다. 신데렐라의 꿈을 이뤄주는 요정대모 역을 맡아 노인부터 아름다운 요정까지 소화하며 끼를 발산한다. 관객들을 쥐었다 폈다 하는 사랑스러움 역시 홍지민의 장점이다. 박진우는 안정된 실력을 바탕으로 적재적소 코믹함까지 버무리며 극을 더욱 흥미롭게 만든다.
신데렐라 역은 백아연 외에 서현진, 윤하, 안시하가 맡았다. 크리스토퍼 왕자 역은 산들을 비롯 엄기준, 비스트 양요섭, 빅스 켄이 연기한다.
뮤지컬 '신데렐라'. 공연시간 150분. 오는 8일까지 서울 충무아트홀 대극장. 12월 5일~2016년 1월 3일 경기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문의 02-764-7857~9.
[뮤지컬 '신데렐라' 공연 이미지, 산들 백아연 프로필컷.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쇼홀릭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