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미래를 위해서다."
삼성생명 임근배 감독은 KBL에서 14~15년간 유재학 감독을 보좌하며 코치 생활을 했다. 유 감독은 성실했던 임 감독을 높게 평가했다. 실제 임 감독은 모비스 수석코치 시절 KBL 타 구단의 오퍼를 받기도 했다. 임 감독이 2012-2013시즌을 끝으로 개인사정상 모비스를 떠나자 많은 농구관계자가 아쉬워했다.
결국 2년의 공백을 깨고 현장으로 돌아왔다. 예상대로 코치가 아닌 감독이다. 그런데 감독 데뷔전을 KBL이 아닌 WKBL에서 치렀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이호근 감독과 결별했던 삼성생명이다. 젊은 선수들이 많지만, 실질적 성장이 더딘 대표적인 팀. 임 감독은 남자농구에서 키워왔던 지도 수완을 여자농구에서 발휘해야 한다. 2일 우리은행과의 데뷔전서 강인한 인상을 남겼다.
▲과감한 결단
삼성생명은 2일 홈 개막전서 우리은행에 완패했다. 두 팀의 클래스 차이가 명확히 드러났던 한 판. 제공권과 수비조직력, 벤치 지시의 이행능력에서 삼성생명은 우리은행에 한 수 아래였다. 당시 임 감독에게 가장 인상적인 건 베테랑 이미선의 기용법이었다. 임 감독은 이미선을 전반전에 12분11초간 기용한 뒤 3~4쿼터에는 전혀 쓰지 않았다. 대신 임 감독은 백업가드 박소영에게 많은 출전시간을 배분했다. 그리고 슈팅가드 박하나에게 볼 배급을 맡기기도 했다. 지난 시즌 한 단계 도약한 유승희도 적극 활용했다. 결국 이들은 여자농구 최고 가드로 성장한 박혜진과 리그 최고수준의 백업가드 이은혜에게 완벽히 밀렸다. 패배의 직, 간접적인 원인. 물론 이미선이 후반전에 뛰었다고 해도 경기결과가 바뀌는 것까지는 장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삼성생명의 경기 내용이 달라졌을 수는 있었다.
경험이 적고 젊은 선수가 많은 삼성생명 특성상 베테랑 포인트가드 이미선의 존재감은 어마어마하다. 박소영은 그동안 1군에서 거의 제대로 뛰어보지 못했다. 수년간 백업 가드로 활용됐던 박태은은 성장속도가 너무나도 느리다. 이미선 외에 확실한 젊은 포인트가드가 없다. (여자농구의 숙제이기도 하다.)
삼성생명은 승부처에서 이미선을 적절히 써야 승률을 높일 수 있다. 이 부분은 삼성생명의 순위다툼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국가대표팀에서 뒤늦게 은퇴한 이미선은 비 시즌 몸 관리를 충실히 했다. 이곳 저곳 잔부상이 있지만, 여전히 20~30분 정도를 소화할 수 있다. 더구나 금융, 보험사를 모기업으로 둔 대부분 여자농구 구단의 경우 구단 고위층이 팀 성적에 매우 민감하다. (남자농구보다 더 하다. 서로 라이벌 의식이 있다.) 이런 환경에서 임 감독이 이미선을 후반전에 쓰지 않은 건 엄청난 결단이었다.
▲현실과 미래
임 감독은 "미선이가 뛰면 분명 경기력은 나아진다. 하지만 나머지 선수들이 성장할 수 없다"라고 했다. 이 부분은 맞는 말이다. 삼성생명의 미래를 위해서 이미선의 비중은 분명 줄어들어야 한다. 하지만, 위에 설명한대로 절대 쉽게 결단을 내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임 감독 본인의 입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래도 임 감독은 단호했다. 그는 "젊은 선수들이 성장하려면 실전서 많이 뛰어야 한다. 그런데 5~10분 뛰면 절대로 실력이 늘지 않는다. 연습경기서 40분 풀타임으로 뛰어도 실전서 5~10분 뛰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연습경기와 실전은 다르다"라고 했다. 임 감독의 굳은 의지가 드러난 대목. 팀 패배를 감수하더라도 젊은 가드들이 때로는 실전서 처절히 깨지는 게 필요하다는 인식이 있는 듯하다. 삼성생명의 미래를 내다본 결단. 실제 이 과정을 거쳐야 알껍질을 깨고 성장할 수 있다. 현재 여자농구 최고가드로 성장한 우리은행 박혜진도 팀의 암흑기 시절 그런 과정을 거쳤다.
이제 단 1경기 치렀다. 임 감독은 시즌을 치를수록 현실과 미래 사이에서 고민할 가능성이 크다. 전임 이호근 감독도 겪었던 딜레마다. 임 감독은 올 시즌 이 부분을 어떻게 극복할까. 시즌 후 농구계에서 그에게 내릴 역량평가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임근배 감독. 사진 = WKBL 제공,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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