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대표팀 우완투수 이대은(지바 롯데 마린스)은 대단히 매력적인 존재다. 평가전 한 경기로 판단하긴 이르다. 하지만 이대로면 "대표팀 투수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이대은이 뒤집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대은은 4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쿠바와의 2015 서울 슈퍼시리즈에서 4이닝 동안 삼진 3개를 곁들이며 퍼펙트 피칭을 선보였다. 투구수도 44개로 끊었다. 8회초 정우람에게 바통을 넘길 때까지 쿠바 타선을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쿠바가 자랑하는 중심타자들도 보기 좋게 요리했다. 3번타자 율리에스키 구리엘은 2루수 땅볼, 삼진으로 각각 처리했다. 소속팀 동료인 4번타자 알프레도 데스파이네도 두 번 모두 땅볼로 낚았다. 나머지 타자들도 추풍낙엽처럼 쓰러트렸다.
이날 이대은은 최고 구속 153km 포심패스트볼을 중심으로 투심패스트볼, 커트패스트볼, 포크볼, 슬라이더, 너클커브를 섞어 던지며 쿠바 타선을 압도했다. 자신의 피칭 메뉴에 있는 공은 다 던졌다. 포크볼과 너클커브의 움직임도 훌륭했다. 한 번 제구가 흔들리면 와르르 무너지는 모습도 없었다.
이날 6회초 훌리오 마르티네스(6구), 7회초 루르데스 구리엘(7구)과 각각 풀카운트 승부를 벌였는데 결과는 모두 삼진이었다. 타자 7명은 3구 이내에 더그아웃으로 돌려보냈다. 그만큼 경제적인 투구를 했다. 타자 가슴 높이에 형성된 하이패스트볼은 대단히 위력적이었다. 2스트라이크 이후 타자와 승부하는 요령이 생겼다. 구종이 다양하다 보니 타자들은 2스트라이크 이후 승부에 애를 먹을 수밖에 없었다.
모든 구종을 결정구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 올 시즌 좌타자(피안타율 0.264 5피홈런 52탈삼진), 우타자(피안타율 0.267 6피홈런 54탈삼진) 편식도 없었다. 이대은은 쿠바전 직후 "세게 던질 때 공이 조금 높게 들어갔다. 그것만 잘 잡으면 될 것 같다"며 "수비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투구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대은의 올 시즌 성적은 37경기 9승 9패 평균자책점 3.84.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일본 진출 첫해부터 제 몫을 해냈다. 그러나 지난 7월 30일 세이부 라이온즈전에서 9승째를 따낸 뒤 14경기에서 단 1승도 따내지 못하고 7연패. 결국 포스트시즌 엔트리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아쉬움은 금방 떨쳐냈다. 귀국 후 "대표팀에서 죽을 힘을 다해 뛰겠다. 국가대표라는 무게감과 책임감을 갖겠다"고 했다. 대표팀 첫 실전 등판부터 대단히 강한 인상을 남겼다. 팔색조 투수의 위력을 제대로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런데 이날 경기에서 딱 한 가지 아쉬운 건 주자 있는 상황에서 던져보지 못했다는 것. 이대은은 정규시즌에 주자를 내보내면 어려움을 겪곤 했다. 슬라이드 스텝으로 던질 때 패스트볼 구속이 떨어졌고, 포크볼과 너클커브 제구도 다소 흔들렸다. 지난 8월 26일 소프트뱅크 호크스전(6이닝 7실점)이 좋은 예. 주자 있는 상황에서 한 번 테스트를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 터. 평가전이 아닌 프리미어 12 본 경기였다면 이보다 좋을 수 없었을 터.
하지만 첫 실전 등판에서 보여준 투구는 대표팀 원투펀치로 손색이 없음을 증명하기에 충분했다. 지금 흐름이라면 이대은이 "한국 대표팀 투수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뒤집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대은.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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