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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우주 배경의 SF 블록버스터에서 올드팝은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이러한 편견을 깼다. 극중 스타로드(크리스 프랫)가 듣는 추억의 올드팝은 그가 지구 출신이라는 정체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는 점에서 대중의 호응을 얻었다. 그야말로 ‘끝내주는 노래 모음집’인데, 이러한 끝내주는 올드팝 모음집은 ‘마션’에서 또 한번 빛났다.
‘마션’에서 화성에 홀로 남겨진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는 루이스 대장(제시카 차스테인)이 남겨놓은 디스코 음악을 들으며 외로움을 달랜다. 물론, 자신의 취향과 맞지 않는다며 투덜대긴 하지만.
*아래 기사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도나 썸머 ‘핫 스터프’=와트니가 방사능에 노출되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동하는 장면에서 흐르는 노래. “그리운 마음을 애태우며 여기에 앉아 누군가 사랑하는 사람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어요. 늦게서야 수천번 다이얼을 돌렸지요. 벽에다 전화를 거는 기분이었어요”로 시작하는 노래 가사는 지구와 연락 단절에 괴로워하던 와트니의 심정을 대변하면서도 어서 빨리 지구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을 고스란히 전달해준다. “뜨거운 사랑을 하고 싶다”는 내용의 이 노래는 외로움을 떨쳐내고 싶은 와트니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맷 데이먼은 이 노래를 소개하며 어깨를 흔들며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아바 ‘워털루’=탁월한 곡 선택 중 하나. 나폴레옹은 단 한 번의 전투로 패배해 모든 것을 잃는데, 그 전투가 워털루 전투다. 연인들의 사랑을 워털루전투에 빗댄 재미있는 가사의 노래다.
“워털루~난 졌고, 당신은 전쟁에서 이겼어. 워털루~ 당신을 더 영원히 사랑할 것을 약속해. 워털루~ 내가 원한다 해도 도망칠 수 없어. 워털루~ 나의 운명은 너와 함께 하는 것이라는 걸 알기에. 워털루~ 마침내 내 워털루를 마주하는 거야.”
이 노래는 우주선의 무게를 가볍게 하기 위해 뚜껑과 의자 등을 모두 떼어내는 장면에서 흐른다. ‘굿바이 화성’을 앞둔 시점이다. 와트니에게 화성은 워털루같은 존재가 아니었을까.
데이빗 보위 ‘스타맨’=‘마션’ OST 중에서 전곡이 모두 흐르는 노래는 ‘스타맨’이 유일하다. 글램록의 선구자 데위빗 보위의 ‘스타맨’은 1972년 ‘The rise and fall of Ziggy Stardust and the Spiders from Mars(지기 스타더스트와 화성에서 온 거미들의 흥망성쇠)’ 앨범에 실렸다. 이 노래는 마크 와트니를 구출하기로 결정한 뒤에 헤르메스호 승무원들과 나사 직원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대목에서 흘러 나온다.
“하늘에서 기다리는 스타맨이 있어. 그는 여기로 와서 우릴 만나고 싶어해”라는 가사에서 스타맨은 마크 와트니다.
데위빗 보위는 1972년 당시에 “나는 신뢰할만큼 확실한 인조 록 스타를 만들어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70년대는 21세기의 시작이었다.”
글로리아 게이너 ‘아이 윌 서바이브’=영화가 모두 끝난 뒤 자막이 올라갈 때 흐르는 노래. “살아남을 거예요”라는 가사대로, 마크 와트니는 실제 화성에서 1년 반 동안 살아남았다. 앤디 위어의 원작 소설에는 마크 와트니가 지구로 돌아와 교관으로 예비 우주인들에게 가르치는 장면이 없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이 대사를 꼭 넣고 싶었을 것이다.
"저는 그곳에서 죽을 것이 아니라면,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서 또 다른 문제가 생기면 그것을 해결하고, 또 다른 문제가 생기면 또 그것을 해결하고,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지구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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