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떠나는 자와 남는 자는 누구인가.
한화 이글스가 외국인 선수 재계약 방침을 정했다. 일단 '괴물 투수' 에스밀 로저스는 잡는다는 방침을 세우고 협상을 진행 중이다. 미치 탈보트는 고민 중이고, 타자 제이크 폭스와는 결별을 선언했다.
한화는 올 시즌 외국인 선수 덕을 크게 보진 못했다. 일단 기존 외국인 타자 나이저 모건이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 10경기에서 타율 2할 7푼 3리(33타수 9안타) 홈런 없이 5타점이라는 성적만 남기고 짐을 쌌다. 쉐인 유먼은 17경기 4승 6패 평균자책점 4.52의 성적을 남기고 어깨 통증으로 팀을 떠났다.
유먼의 대체자로 합류한 로저스는 10경기에서 6승 2패 평균자책점 2.97로 맹활약했다. 비록 팀이 5강에 진출하진 못했지만 임팩트는 어마어마했다. 삼진 60개(경기당 평균 6개)를 솎아내는 위력을 자랑했다. 최고 구속 155km 강속구와 종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의 위력이 대단했다. 시즌 마지막 홈 경기가 끝난 뒤에는 팬들의 성원에 감동해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더그아웃 응원단장 역할을 자처했을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로저스는 최근 도미니카리그 티그레스 델 리세이에 합류했다. 아직 경기에 나서진 않았다. 유네스키 마야(전 두산 베어스), 하이로 어센시오(전 KIA 타이거즈)가 같은 팀에서 뛰고 있다. 로저스는 지난 겨울에도 같은 팀에서 뛰었다. 한화 구단 관계자는 "로저스와 재계약 협상 중"이라고 설명했다. 로저스 측에서 무리한 금액을 요구하지 않는다면 의외로 쉽게 풀릴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최근 요미우리 자이언츠 등 로저스에게 관심을 보인 일본 구단이 거액을 베팅할 경우 상황이 복잡해진다.
탈보트와의 재계약은 아직 고민 중. 올 시즌 30경기에 선발 등판해 10승 11패 평균자책점 4.72를 기록했다. 10승을 따냈지만 기복이 심해 확실한 믿음을 줬다고 보긴 어렵다. 한 현직 감독은 "탈보트가 2012년 삼성에 있을 때보다 구위는 좋아졌다"고 했다. 실제로 포심패스트볼 최고 구속 148km는 어렵지 않게 찍었다. 그런데 강점이던 제구가 흔들리곤 했다. 그럴 때마다 걷잡을 수 없이 무너졌다. 시즌 막판 허리 통증을 호소한 것도 문제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한화는 외국인 투수들의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2007년 세드릭 바워스 이후 지난해까지 외국인 10승 투수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 잔혹사를 끊어준 게 탈보트다. 한 번 더 믿어볼 만한 여지는 있다.
폭스와는 사실상 결별 확정이다. 적극적인 자세와 친화력으로 인기가 높았지만 보여준 게 없었다. 햄스트링 부상으로 3개월 가까이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했다. 38경기 성적은 타율 2할 7푼 8리 7홈런 25타점 출루율 3할 3푼 9리. 9월 이후 24경기에서 타율 2할 9푼 4리 5홈런 18타점으로 선전했다. 하지만 명함을 내밀기엔 다소 부족했다. 데이빈슨 로메로(두산) 정도를 제외하면 폭스보다 못 한 외국인 타자는 없었다.
2010년 이후 한화 외국인 선수 중 재계약 사례는 데니 바티스타(2011~2013)와 훌리오 데폴라(2010~2011)가 전부다. 호세 카페얀(2010) 오넬리 페레즈(2011) 브라이언 배스, 션 헨(이상 2012) 케일럽 클레이(2014)는 시즌 도중 짐을 쌌다. 데폴라도 2011시즌 중반 쫓겨났다. 올해는 이전과 견줘 외국인 선수 농사가 실패까진 아니었다. 일단 로저스를 잡으면 한결 홀가분하게 외국인 선수 퍼즐을 맞출 수 있다. 올 시즌 한화는 지난해 12월 12일(모건 계약)에 외국인 선수 구성을 마무리한 바 있다.
[에스밀 로저스, 미치 탈보트, 제이크 폭스(왼쪽부터).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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