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올 시즌은 정말 쉽지 않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최근 몇 년간 이렇게 털어놨다. 지난 3년간은 자신의 말이 틀렸다는 걸 스스로 증명했다. 모비스는 정규시즌 막판, 그리고 플레이오프서 항상 더욱 강했고, 챔피언결정전 3연패 위업을 달성했다.
올 시즌 모비스 전력은 약화됐다. 리카르도 라틀리프와 문태영이 삼성으로 떠났다. 1라운드에는 양동근도 대표팀에 차출됐다. 그러나 모비스 특유의 조직력은 살아있다. 대부분 국내 멤버가 신인드래프트 하위픽으로 입단했지만, 그들 대부분 적게는 1~2년, 길게는 4~5년 손발을 맞춰왔다. 리오 라이온스가 퇴단하고 지난 시즌 활약했던 아이라 클라크가 재입단한 것도 결과적으로는 전화위복. 모비스는 클라크와 단신빅맨 커스버트 빅터, 토종빅맨 함지훈을 3쿼터에 모두 투입, 어지간한 팀에 매치업 우위를 점하며 8연승을 내달렸다. 그 결과 선두 오리온을 가장 강력하게 견제하는 대항마로 떠올랐다.
▲여전히 강력하다
모비스는 최근 KCC, 오리온에 연이어 패배, 8연승 상승세가 한 풀 꺾였다. 그러나 모비스는 여전히 강력하다. 근간은 역시 수비. 모비스는 76.5점으로 리그 2위의 수비력을 갖고 있다. 양동근을 중심으로 전투력 높은 맨투맨이 주특기다. 유 감독 역시 기본적으로는 맨투맨을 선호한다.
그런데 2~3번 포지션에서 상대에 밀리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올 시즌부터 단신 외국빅맨이 유입, 외국선수 2명이 동시에 투입되면서 모비스도 지역방어 비중을 높이지 않을 수 없다. 유 감독은 시즌 초반부터 드롭존에서 약간 변형된 수비를 내놓았다. 시즌 초반에는 리오 라이온스를, 그가 퇴단하자 아이라 클라크를 탑에 세워 상대의 포스트 볼 투입을 최대한 지연시키는 3-2 지역방어를 쓴다. 상대가 볼을 가운데에 투입하거나 45도, 사이드로 돌리면 2-3으로 바꾼다. 여기서 상황에 따라 3-2 드롭존 형태로 다시 바꾸기도 하고, 그대로 계속 2-3을 고수하기도 한다. 오리온전 후반전에는 매치업 존 형태의 지역방어를 선보이기도 했다.
그동안 이 수비를 제대로 극복한 팀은 거의 없었다. KCC의 경우 안드레 에밋, 전태풍, 리카르도 포웰 모두 테크니션들이라 공간을 점령하는 저력이 뛰어났다. 오리온의 경우 문태종, 애런 헤인즈 등 타짜들이 즐비하고 허일영 등 장신 외곽슈터들이 많다. 오리온은 정석대로 헤인즈 혹은 이승현이 하이포스트에서 볼을 간수하면서 외곽으로 볼을 뿌려 모비스 지역방어를 해체했다.
그래도 유 감독은 "(오리온전)후반전에 얻어맞기는 했지만, 전반전은 37점으로 잘 막았다.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지역방어 자체가 3점슛 감각이 좋은 선수가 있다면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오리온같은 상위권 팀들, KBL 외국선수 시스템 특성상 모비스로선 지역방어 구사가 살길이라는 게 유 감독 견해다. 여전히 많은 팀이 모비스 지역방어 공략을 힘겨워한다. 4라운드부터 외국선수 2명 동시 투입 쿼터가 2쿼터로 확대되면, 함지훈과 빅터를 보유한 모비스로선 더 유리해질 수 있다. 유 감독은 주어진 조건과 상황에 따라 모비스 전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안심은 못한다
그래도 안심할 수는 없다. 유 감독은 5일 오리온전 직전에도 "올해는 정말 쉽지 않다"라고 했다. 적어도 올 시즌, 현 상황에서는 유 감독의 말은 엄살이 아니라고 봐야 한다. 모비스가 쉽게 무너질 이유는 하나도 없지만, 예전처럼 순탄하게 순위싸움을 한다는 보장 역시 없다.
일단 외부변수. 강력한 1강 오리온을 차치하더라도, KGC, 동부 등 점점 전력을 강화시키는 팀이 많다. KGC는 오세근이 곧 가세한다. 강병현 박찬희 양희종 등 유독 잔부상이 많은 국가대표급 멤버들이 최근 경기력을 급격히 끌어올리고 있다. 국내에서 1대1 수비력이 가장 뛰어난 양희종과 앞선에서의 압박이 가장 뛰어난 박찬희를 동시에 보유한 건 엄청난 무기. 여기에 공수 완성형 빅맨 오세근도 징계기간 몸을 추슬렀고, 돌아온 뒤 정상적인 기량을 발휘하면 엄청난 시너지효과를 낼 게 확실시된다.
동부도 김주성 가세 후 4연승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유 감독은 "동부는 외국선수를 잘 바꿨다"라고 평가했다. 볼을 질질 끄는 치명적 악습이 있었던 라샤드 제임스를 내보내고 2년 전 KGC에서 뛰었던 단신빅맨 웬델 맥키네스를 데려왔다. 믹키네스는 2년 전 KGC보다 현재 동부에서 공헌도가 높다. 김주성, 윤호영과 함께하면서 제공권, 수비 부담이 적은 상황서 마음껏 골밑 공략을 할 수 있기 때문. 로드 벤슨보다도 공격력은 더 좋다. 이들이 모두 동시에 뛰는 3쿼터에는 상대 팀이 딱히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외국선수 동시 출전 쿼터가 확대되는 4라운드 이후에는 더욱 힘을 발휘한다고 봐야 한다.
모비스 역시 이들을 완벽히 제어한다는 보장은 없다. 그래서 기존의 지역방어를 더욱 다듬고 공격력도 극대화해야 한다. 유 감독은 "KCC전 막판 수비 실수만 4차례"라고 지적했다. 오리온전에도 몇 차례 미스가 있었다. 그의 시선에선 완성도에서 미흡한 부분이 있다.
부상자도 신경 쓰인다. 외곽포를 갖춘 송창용의 어깨부상(KCC전)은 뼈 아프다. 양동근은 뒷걸음질 치던 김귀원 심판(오리온전)의 발을 잘못 밟아 발목을 다치기도 했다. 모비스는 다른 상위권 팀들에 비해 국내선수들의 화력이 약하다. 양동근과 주전급으로 활약중인 국내선수들의 부상을 절대적으로 조심해야 한다.
이런 상황서 주목되는 건 '만수' 유재학 감독. 그는 그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묘수를 찾아냈다. 그리고 모비스 전력을 극대화 시켜왔다. 유 감독이 있는 한 모비스가 쉽게 무너진다고 보는 사람은 없다. 공수에서 승부처를 버텨낼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면(플레이오프 대비용, 유 감독의 주특기.) 여전히 모비스는 올 시즌 4강, 아니 우승후보다.
[모비스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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