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무대에도 '만추'의 잔잔한 울림은 그대로 전해진다.
이만희 감독의 영화 '만추'(1966)를 리메이크한 김태용 감독의 영화 '만추'(2011)가 연극 무대에 올랐다. 한국의 대표 멜로 영화로 손꼽히는 만큼 그 감성은 무대를 만나 또 다른 감동으로 다가온다.
영화 '만추'는 살인죄로 교도소에 수감된 여자 애나가 어머니의 부고로 3일간의 외출을 나오며 우연히 마주치는 남자 훈과의 특별한 만남을 그린다. 영화 개봉 당시 각종 국내외 영화제에 초청되는 것은 물론 수상하는 성과를 거뒀고, 흥행도 함께 했다.
연극 역시 '만추'의 이야기를 그대로 무대에 옮겼다. 원작을 크게 변형시키지 않았다. 무대라는 장점은 살리면서도 영화를 통해 관객이 느꼈던 감성을 그대로 전하는 것.
영화의 이야기를 그대로 따르되 무대에서 표현될 수 있는 날것의 감성은 극대화시켰다. 영화가 전하는 잔잔한 멜로의 울림 역시 무대에서 더 살아있는 감성으로 다가온다.
연극 '만추'에서는 리메이크 영화에서 현빈이 연기한 훈, 탕웨이가 연기한 애나를 중심으로 총 5명의 배우들이 출연한다. 애나가 사랑한 남자 왕징과 애나의 가족, 훈의 여자들 등 주변 인물들은 단 3명의 배우가 다양하게 소화한다.
연극 '만추'는 무대부터 제목, 공연 시기에 맞게 늦가을 감성이 물씬 풍긴다. 2층 무대와 철골로 공간을 표현하며 텅 빈 느낌을 더 살렸다. 이는 극 자체가 갖는 쓸쓸함을 극대화시킨다. 텅 비어있지만 각 공간을 표현하는 것에 있어서는 연극적 매력이 돋보인다.
각 인물들이 가진 상처와 어두운 면모 역시 무대와 딱 붙어 있다. 기다림에 익숙하면서도 우연히 만난 새로운 사람을 통해 치유하고자 하는 마음이 자꾸만 튀어나오는 모습에서 이들의 외로움이 느껴진다. 각 인물들의 감성이 연극 무대라는 공간을 통해 더 공허하고, 더 쓸쓸하게 표현되는 것이다.
천장에서 무대로 떨어지며 쌓여가는 모래 역시 모래시계를 표현하며 서서히 시선을 모은다. 애나와 훈 사이의 흘러가는 시간, 멈춰있던 애나의 시간이 진짜 애나가 되는 순간 모래시계가 흘러가며 두 사람의 한정된 시간을 관객들도 함께 느낄 수 있다. 커튼콜 때 무대 중앙에 다시 흘러내리는 모래가 더 의미 있게 다가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두운 조명과 흘러내리는 모래 등과 함께 배우들의 안정되고 차분한 연기가 극의 분위기를 더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의도와 다르게 세상과 사람들에 상처 받고, 인생이 완전히 뒤바뀌게 된 이들이 오히려 그 상처를 폭발시키지 않은 채, 말하지 않은 채 보듬어가는 과정이 덤덤하면서도 감성적이다.
연극 '만추'는 영화의 장점은 그대로 살리고, 연극적 요소를 극대화 시키며 작품성을 지켰다. 무대를 통해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 아코디언, 퍼커션, 기타로 구성된 소규모 밴드의 라이브 연주와 감각적인 안무 역시 연극으로 표현될 수 있는 '만추'의 장점이다.
사랑 밖에 팔 것이 없는 남자 훈 역은 이명행과 박송권, 사랑을 잃어버린 여자 애나 역에는 김지현과 김소진이 연기한다. 애나에게 수인번호 2537번을 안겨준 인물 왕징 역은 신예 고훈정이 맡았고, 이 외에 이민아와 김정겸이 다양한 역을 연기한다.
연극 '만추'. 공연시간 105분. 오는 8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 문의 에이치제이컬쳐 02) 588-7708.
[연극 '만추' 공연 이미지. 사진 = HJ컬쳐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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