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서울월드컵경기장 김종국 기자]차미네이터 차두리가 팬들의 박수 속에 정든 그라운드를 떠났다.
차두리는 7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과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5 36라운드 하프타임에 은퇴식을 가졌다. 팬들의 축하 속에 은퇴식을 마친 차두리는 이날 경기를 마친 후 은퇴기자회견에 참석해 현역에서 물러나는 소감을 전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주역이었던 차두리는 A매치 통산 76경기에 출전해 4골을 기록했다. 지난 2013년 서울에 입단한 차두리는 서울 소속으로 통산 114경기에 출전해 2골 7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선수 생활 마지막을 보냈다. 특히 지난달 열린 FA컵 결승전에서 서울 유니폼을 입고 처음이자 마지막 우승을 차지하며 선수 생활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차두리는 "새로운 삶에 대한 기쁨도 있지만 4-5살때부터 사랑했던 축구를 시작해서 다시는 그라운드에서 뛸 수 없다는 것이 슬프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다. 더 잘할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도 있다. 지금까지 열심히 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지금 이순간까지 후회없이 마지막을 맞이할 수 있는 것 같아 홀가분하다"고 말했다.
은퇴를 결심하게 됐던 이유에 대해선 "믿지 않겠지만 힘들었다"고 웃은 후 "한번씩 올라갔다 내려오면 숨이 차고 힘들었다. 몸이 힘든 것도 있지만 결정적인 것은 정신력이다. 경기를 준비하는데 있어 100% 쏟아 내지 않으면 축구는 좋은 결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아시안컵 이후에 경기를 준비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팬들과 감독님이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100% 준비가 되지 않으면 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만둬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차두리와의 일문일답.
-은퇴소감은.
"은퇴기자회견을 많이하는 느낌이다. 대표팀에서도 그렇고 지난 FA컵 결승전에도 그렇고 마지막이라는 기자회견을 많이 했다. 이제는 진짜 끝인 것 같다. 경기 후에나 선수로 많은 취재진 앞에서 질문을 받고 기자회견을 하는 것은 이제 마지막이다. 시원섭섭하다. 진짜 마지막이라는 것이 실감난다. 새로운 삶에 대한 기쁨도 있지만 4-5살때부터 사랑했던 축구를 시작해서 다시는 그라운드에서 뛸 수 없다는 것이 슬프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다. 더 잘할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도 있다. 지금까지 열심히 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지금 이순간까지 후회없이 마지막을 맞이할 수 있는 것 같아 홀가분하다."
-하프타임 은퇴식에서 자신의 축구인생 경기는 3-5로 끝난 것 같다고 했는데 해석을 하자면.
"축구를 하면서 나의 기준은 차범근이라는 사람이었다. 그 사람을 넘고 싶었고 그 사람보다 잘하고 싶었다. 그러나 나이를 들면 들 수록 그 사람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었는지 알게 됐다. 유럽에 나가보니 이 사람이 정말 축구를 잘하는구나 하고 알게 됐다. 축구적인 면에서 차범근이라는 사람 근처에 가지도 못하는 선수생활을 하게 되어 졌다고 표현했다. 그러나 그 중에 월드컵 4강, 월드컵 16강이 있었다. 분데스리가가 아버지가 차범근이라 갈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 분도 있는 것 같다. 펠레나 베켄바우어 아들 이라도 능력이 안되면 갈 수 없는 곳이 분데스리가다. 탑 클럽에 가서 볼을 찼으면 좋았겠지만 세계적인 선수들을 상대로 10년을 버틴 것은 내 자신에게도 큰 수확이다. 개인적으로 대표팀과 분데스리가서 활약한 것에 대해 3골을 넣지 않았나 하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2002년 세대가 저물어 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나와 천수가 막내였는데 막내가 은퇴한다고 하는 것을 보면 팀 자체가 굉장히 나이가 많이 들었다고 할 수 있다. 아직 (김)병지형님도 있고 (현)영민이형도 아직 현역으로 뛰고 있다. 2002년 월드컵 멤버가 한국축구와 국민들에게 큰 기쁨을 줬던 것 같다. 많은 사랑을 받았고 그 덕에 지금까지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었다. 형님들은 감독을 하기도 하고 서로 다른 분야에서 사람들에게 잊혀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2002년은 대단했고 넘치는 사랑을 받았는데 또다른 좋은 일로 많은 분들에게 보답하는 것이 2002년 세대가 해야할 일인 것 같다. 항상 책임감을 가지고 다음일을 준비하려 생각한다."
-독일에서 지도자 연수를 계획하는 것으로 알고 잇는데.
"축구에 있어 세부적으로 배울 것이다.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다. 배우는 과정에서 무엇이 나에게 맞는 과정인지 알아가면서 유럽에서 좋은 것을 배워 한국에서 좋은 일을 하는데 돕고 싶다. 그라운드에서 무언가 하고 싶고 그러면 감독이다. 쉬운 직업이 아니라는 것을 아버지를 통해 일찍 배웠다. 섣불리 도전했다가는 많은 것을 잃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것을 공부해서 앞으로 할 수 있는 것을 하겠다."
-서울에서 3년간 활약하며 박수를 받으며 은퇴하는데.
"영화같다. 진짜로 복받은 사람 같다. 이렇게 선수 생활을 마무리할 수 있는 선수가 앞으로 얼마나 될까. 대표팀과 소속팀에서 박수를 받고 선수생활을 마무리할 수 있는 것은 꿈같은 일이다.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을 만큼 공을 잘찬다는 생각을 많이하게 된다. 서울에 왔을 때 걱정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팬들도 '차두리를 왜 서울이 데려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것을 느낄 만큼 안좋은 상태에서 팀에 왔다. 경기력이 안좋았던 것도 사실이었다. 우려와 반대 목소리도 커지는 것이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힘들었다. 바닥에 철썩 내려 앉은 기분이었다.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잘하고 싶었다. 선수생활을 한국에서 하지 않았고 유럽에서 했기 때문에 한국에서 인정받고 싶었던 생각이 강했다. 정신적으로 힘들었지만 아버지의 도움도 컸다. 그럴때마다 어떻게해야 잘 할 수 있는지 방법도 제시해 주셨다. 결국 마지막에는 박수를 받고 모든 축구 선수들이 꿈꾸는 마무리를 하게되어 행복하다. 처음부터 모든 것이 햇살이 비치는 좋은 날씨가 아니었다. 처음에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야 했다. 축구 뿐만 아니라 인생을 살면서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 준 인생에서도 도움이 되는 3년이었다.
-은퇴를 결심했던 이유는.
믿지 않겠지만 힘들었다. 한번씩 올라갔다 내려오면 숨이 차고 힘들었다. 몸이 힘든 것도 있지만 결정적인 것은 정신력이다. 경기를 준비하는데 있어 100% 쏟아내지 않으면 축구는 좋은 결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아시안컵 이후에 경기를 준비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팬들과 감독님이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100% 준비가 되지 않으면 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만둬야 된다고 생각한다. 100% 쏟아부을 자신이 없고 이제는 에너지가 없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에 그만하는 것이 맞다는 결정을 내렸다.
-아버지를 축구 시작부터 이기고 싶었다고 했는데 그러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시기는.
"20대 중반에 느꼈다. 그전에는 항상 유망주였고 큰 꿈이 있었다. 어린 선수였기 때문에 겁이 없고 무엇을 해도 다 할 수 있다고 느꼈다. 이제는 차범근이라는 사람이 대단하구나 생각한다. 독일에서 뛰면서 강등도 맛보고 그러면서 새삼 아버지에 대한 대단함을 느꼈다. 그 벽을 넘을 수 없겠구나 처음 느꼈다. 넘을 수 없다고 해서 모두가 차범근처럼 축구를 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축구를 4-5살때부터 너무 좋아 시작했다. 너무도 좋아하는 축구를 독일에 가서 남들이 뛰어보고 싶어하는 분데스리가서 활약하면서 자책해야 하나 생각했다. 그 때부터 축구를 즐기며 항상 왜 안될까보단 많은 것을 가졌다는 감사함으로 운동을 했다. 그러다보니 나는 남들이 가질 수 없는 많은 것을 가졌다. 누구 말대로 태어나보니 아버지가 차범근이었다. 축구를 하다보니 월드컵 4강에 가있었다. 조금 더 지나다보니 분데스리가에서 뛰고 있었다. 그런 것을 잊고 살지 않았나 생각했다. 너무 많은 것을 가졌고 다른 사람들에게 돌려줘야 하는 것이 나의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최선을 다하고 싶었던 것이 나의 방식이었다."
-서울팬들이 우리에겐 두리가 차붐보다 낫다는 현수막을 걸었는데.
"서울 팬들에게 차범근은 적장이자 미웠을 것이다. 2008년 챔피언결정전에서 수원이 서울을 이겨 우승했는데 좋아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런 입장에서 수원팬들이 나에게 야유를 보내는 것에 불만은 없다. 한국축구를 위해 아버지가 많은 것을 하셨다. 서울팬 사이에선 내가 더 위대한 선수로 남았으면 좋겠다. 서울팬들에게는 아버지보다 사랑을 많이 받는 선수가 됐으면 한다. 서울로 오게 된 것은 최용수 감독님의 역할이 컸다. 이자리에서 많은 사람들의 박수를 받고 화려한 은퇴를 하지만 최용수 감독님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힘들 때 뒤에서 등을 두드리며 걱정하지 말라고 한 분이 최용수 감독님이다. 잘됐을 때는 나에게 자신감을 심어 주신 분이 최용수 감독님이다. 최용수 감독님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이제는 용수형과 편안하게 소주를 한잔 하고 싶다."
-대표팀에서 후계자를 지목한다면.
"너무 어렵다. 좋은 선수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내가 처음왔을때 좋다고 생각한 선수들이 군대에 가있다. 신광훈 선수도 포항과 경기하면서 좋은 선수라고 판단했다. 이용도 월드컵을 다녀왔고 더 단단해져 있을 것이다. 국내 리그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는 선수다. 정동호도 좌우를 왔다갔다 좋은 경기를 하고 있고 (김)창수도 일본에서 꾸준하게 하고 있다. 내가 지목한다고 해서 그 선수들이 잘하는 것은 아니다. 후배들이 조금 욕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래야 책임감이 생긴다. 이자리는 내자리라는 생각을 마음에 가지고 경기장에 나가야 한다. 계속 내 자리에 다른 사람도 있다는 불안한 생각을 하면 안된다. 지금 예선을 치르고 있지만 목표는 월드컵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 더 높은 무대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나는 마지막이 될 수 있었던 월드컵을 가지 못했지만 (월드컵을 앞두고) 베네주엘레전을 뛰면서 이제는 이 자리를 빼앗기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다. 선수들이 책임감과 독한 마음으로 대표팀 소집에 임했으면 좋겠다. 결국 경쟁이고 마지막 한명이 그자리를 차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은퇴식에서 아버지 차범근 전 감독으로부터 꽃다발을 받는 차두리. 사진 = 프로축구연맹 제공]
김종국 기자 calcio@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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