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운명의 날이 밝았다.
김인식호가 8일 일본 삿포로돔에서 일본과 프리미어12 개막전을 갖는다. B조 예선 첫 경기. 그 중요성은 엄청나다. 김인식호는 10월 26일부터 합숙훈련을 시작했다. 개막전에 맞춰 컨디션과 전력을 끌어올려왔다. 에이스 김광현을 선발로 내세웠고, 최적의 라인업으로 일본과 제대로 붙는다. 일본도 예상대로 오타니 쇼헤이를 선발로 내세웠다.
개막전 변수는 무엇일까. 세 가지 정도로 압축된다. 일본 특급 에이스 오타니 쇼헤이와 한국 우완 에이스 이대은, 그리고 경기가 진행되는 삿포로돔이다. 이 변수들이 한국에 유리하게 작용돼야 한국의 승산이 높아진다.
▲오타니
오타니는 말이 필요 없는 특급 에이스. 다르빗슈 유(텍사스)가 메이저리그로 떠난 뒤 일본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에이스로 성장했다. 193cm의 큰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력한 직구가 일품이다. 마음만 먹으면 무려 160km를 찍는다. 평균적으로 150km 중반의 구속을 자랑한다. 여기에 포크볼과 슬라이더로 완벽하게 주도권을 잡고 경기를 운영한다. 올 시즌 22경기서 15승5패 평균자책점 2.24로 매우 좋았다.
결국 한국타선이 오타니를 공략할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장담할 수 없다. 기본적으로 현재 한국 타선은 빠른 볼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진 상태다. 쿠바와의 슈퍼시리즈 2경기서 대부분 쿠바 투수의 구속은 140km 초, 중반이었다. 이들을 상대로 한국 타선은 기복을 보였다. 그 당시보다 10km 더 빠른 공을 상대해야 한다. 오타니가 스스로 난조를 보이지 않는 이상 어느 정도는 끌려갈 확률이 크다. 더구나 삿포로돔은 오타니의 니혼햄 홈 구장. 오타니는 심리적 안정감을 갖고 마운드에 오른다.
다만 오타니가 메이저급 국제대회 경험이 처음이라는 점, 5일 푸에르토리코와의 평가전을 제외한 마지막 실전 투구가 10월 10일 지바 롯데와의 클라이막스시리즈 퍼스트시리즈 1차전이었다는 점 등은 변수다. 구위는 살아있을지 몰라도 실전 감각과 중압감 등 심리적 측면을 컨트롤하지 못한다면 한국도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이대은
김인식 감독은 김광현의 투구가 나쁘지 않다면 최대한 오래 끌고 갈 가능성이 크다. 이 대회는 WBC와는 달리 따로 투구수, 등판 간격에 대한 제한이 없다. 어차피 김광현이 제 몫을 해주지 못하면 승산이 떨어지는 게임이다.
그런데 김인식 감독은 쿠바와의 슈퍼시리즈 2차전을 앞두고 이대은의 개막전 등판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대은이 김광현에 이어 구원 등판할 수 있다는 것. 이후 김 감독은 이 부분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한 적이 없다. 자신의 말 한 마디가 일본 언론까지 전해지는 상황서 굳이 마운드 운영 전략을 밝힐 이유가 없었다.
이대은은 선발투수다. 그러나 이번 대회 한국의 예선 일정은 15일(11일 도미니카공화국, 12일 베네수엘라, 14일 멕시코, 15일 미국)까지 이어진다. 이날 이대은이 구원으로 등판해도 선발진 운영에는 큰 지장이 없다. 14일 멕시코전 혹은 15일 미국전서는 김광현이나 이대은이 선발로 나설 수도 있다. 국제대회 첫 경기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이대은의 구원 등판 가능성은 충분하다. 일본 야구를 가장 최근까지 경험했던 건 이대은에겐 또 다른 무기. 이대은이 실제로 등판한다면 박빙 상황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이대은의 등판 여부와 투구 내용은 개막전의 강력한 변수다.
▲삿포로돔
경기가 열리는 삿포로돔은 일반적인 돔구장과는 달리 투수친화적이다. 중앙펜스는 122m로 국내 잠실구장보다 3m 짧지만, 펜스 높이가 5.6m로 높다. 물론 잘 맞은 타구는 돔구장 특유의 특성상 비거리가 길어지면서 홈런이 될 수 있다. 김광현도 이 부분을 주의해야 한다고 7일 현지 인터뷰에서 밝혔다.
문제는 김인식호가 삿포로돔을 밟아보자마자 경기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야구와 축구를 겸하는 삿포로돔에서 7일 일본 J2리그가 열렸다. 때문에 대표팀은 실내연습장에서 훈련을 했을 뿐, 전날 따로 삿포로돔을 밟아보지 못했다. 어차피 야구장은 다 똑같은 야구장이다. 대표팀의 돔구장 경험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삿포로돔에서 발생하는 돌발상황에 대한 대처능력은 일본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삿포로돔을 홈으로 쓰는 오타니는 구장 특성을 감안한 피칭을 할 게 확실시된다.
한국은 12년전 아테네올림픽 아시아 예선서 대만과 일본에 연패하며 아테네행 꿈을 접었다. 그 악몽을 제공한 구장이 삿포로돔이었다. 김인식호가 12년만에 악연 청산에 나선다.
[오타니(위), 이대은(가운데), 대표팀 훈련 모습(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일본 삿포로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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