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일본 삿포로 윤욱재 기자] "형님! 안녕하십니까"
말끔한 양복 차림으로 나타난 '국민타자' 이승엽(39)의 얼굴을 보자마자 한 걸음에 달려온 사나이가 있었다. 그는 무척 반가운 얼굴로 이승엽을 맞았다. 그 역시 양복 차림을 하고 있었다.
이승엽에게 '형님'이라고 외친 사나이는 다름 아닌 모리모토 히초리(34)였다. 재일교포 3세로 알려진 그는 이희철이란 한국 이름을 갖고 있다. 지금은 선수 생활을 접은 그는 현역 시절에도 한국 이름을 그대로 쓰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런 그가 이승엽을 보더니 먼저 다가가 인사를 청했다.
이승엽은 2004년부터 2011년까지 일본프로야구에서 뛰었다. 같은 팀은 아니었지만 한국, 그리고 야구라는 매개체가 두 사람의 연결 고리였다. 일본에서 '형님'과 '아우'로 지냈던 두 사람은 그렇게 4년 만에 처음으로 만났다.
이승엽은 SBS 특별 해설위원으로 8일 삿포로돔을 찾았다. 2015 프리미어 12 한일전 중계를 위해서였다. 모리모토 역시 일본 방송국인 J스포츠 라디오에서 해설을 하기 위해 이 곳을 찾았다.
"형님! 안녕하십니까"라고 한국어로 인사를 하며 반가움을 감추지 않은 모리모토는 이승엽에게 "야구 중계가 처음이다. 마이크를 처음 잡았다"라면서 웃음을 띄었다.
모리모토는 현역 시절 팬들을 즐겁게 한 선수였다. 2006년 일본프로야구 올스타전에서 그가 만화 '드래곤볼'의 피콜로로 분장해 팬들에게 볼 거리를 제공했다. 니혼햄, 요코하마, 세이부 등을 거친 그는 일본프로야구에서 통산 타율 .259 33홈런 267타점을 기록했다.
사실 모리모토는 한국에서 뛰고 싶은 욕심도 컸던 선수다. 모리모토는 이승엽에게 "선수 생활 마지막에 한국에서 뛰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 귀화한 상태라 무산되고 말았다. 그게 아쉬웠다"라고 전했다. 모리모토는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지 못했지만 이승엽이 일본어를 구사해 대화를 이어갔다.
두 사람은 짧은 만남을 뒤로 하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이승엽은 이날 해설위원으로 나서 자신의 축적된 경험을 전했다. 경기 전에는 "대표팀에서 뛰었던 경험을 되살려서 조금이나마 전달해드리겠다"고 각오를 보이기도 했다.
이날 반가운 해후를 나눈 이는 이승엽과 모리모토 뿐이 아니었다. 선동열 한국 대표팀 투수 코치는 주니치 시절 구원왕 경쟁을 벌인 사사키 가즈히로와 그라운드에서 조우해 옛 추억을 나누기도 했다.
[사진 = 일본 삿포로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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