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한국영화가 비로소 활기를 찾는 모양새다.
영화 ‘검은 사제들’이 한국영화 관객 가뭄을 해소했다. 개봉 3일 만에 100만 관객 돌파, 개봉 첫 주말(11월 6일~8일) 동안 140만명의 관객을 끌어 모으며 한국영화의 재기를 알렸다. 11월 역대 한국영화 최고 흥행 속도, ‘암살’ ‘베테랑’과 함께 올해 한국영화 중 최단기간 100만 관객 돌파라는 기록도 썼다.
올해 한국영화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외양은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운 모양새지만 실상을 파헤쳐 보면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올해 개봉한 작품 중 천만관객을 돌파한 한국영화만 두 편 (‘국제시장’과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도 천만 관객을 돌파했지만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외화, ‘국제시장’은 지난해 12월 개봉작이다) , 그것도 한달 새 두 편이 나란히 천만 돌파 소식을 알렸다. 하지만 나무가 아닌 숲을 보면 한국영화는 고군분투 중이다. 소위 말하는 대박 영화만 있을 뿐, 한국영화를 든든히 받쳐줄 허리가 없다. 이는 적지 않은 한국의 ‘상업 영화’들이 관객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와 같다.
지난 8월 영화 ‘암살’이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광복 70주년 광복절인 8월 15일에 천만 관객 돌파 소식을 더해 특별한 의미를 전했다. 14일 후인 8월 29일 ‘베테랑’이 두 번째 천만 소식을 전했고, 누적관객수 1341만명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이는 역대 개봉한 영화 TOP4 흥행 기록이다.
두 영화가 한 달에 두 편의 천만영화 탄생이라는 첫 기록을 세웠지만 이런 이슈에도 올해 박스오피스 TOP20 중 한국영화는 단 8편에 불과하다. 이는 지난해 11편의 한국영화가 TOP20 안에 포진해 있던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올해 TOP20 안에 든 작품을 살펴봐도 ‘사도’와 ‘연평해전’이 600만, ‘조선명탐정:사라진 놉의 딸’과 ‘스물’이 300만, ‘극비수사’가 200만 관객을 동원했을 뿐이다.
‘사도’ 이후 특히 이렇다 할 작품이 없었는데, 추석 시즌을 노린 ‘탐정:더 비기닝’과 ‘서부전선’이 각각 262만명, 60만명을 동원했으며 10월 개봉작인 ‘성난 변호사’가 112만명, ‘그놈이다’가 95만명, ‘특종:량첸살인기’가 61만명을 끌어 모으며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냈다. 지난달 22일 개봉한 영화 ‘더 폰’이 무려 21일 만에 한국영화로서 박스오피스 1위를 탈환한 것이 눈길을 모을 정도였으니, 그동안 한국영화가 얼마나 관객들의 외면을 당해왔는지 알 수 있다. 여기에 극장가 파이까지 적어져 한국영화를 더 힘들게 했다.
이런 관객 목마름을 ‘검은 사제들’이 해소시키는 중이다. ‘검은 사제들’은 김윤석, 강동원이라는 걸출한 두 배우를 빼놓고는 여러 우려를 산 작품이다. 아직 검증이 되지 않은 신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한국 관객들에게 생소한 장엄구마예식을 그린다. 그만큼 얼마나 구마(사령의 사로잡힘에서 벗어나게 하는 로마 카톨릭 교회의 예식)가 잘 그려지는지가 관건이었는데 긴장감 넘치면서도 생생히 표현돼 이런 걱정을 싹 날려버렸다.
여기에 김신부 김윤석과 최부제 강동원이 한 팀이 되어가는 과정, 최부제의 성장, 걸출한 신인 박소담의 연기를 보는 재미, 장편 영화에서도 단편 영화에서 선보였던 실력을 고스란히 녹여낸 장재현 감독의 연출력 등이 더해져 관객들을 극장으로 이끌었다. 물론 사제복을 입은 강동원 신드롬도 무시할 수 없겠지만, 한국 관객들은 단지 스타 배우가 출연했다는 이유만으로 한 영화에 아낌없이 애정을 쏟을 정도로 관대하지 않다. ‘검은 사제들’은 잘 만들어진, 관객들을 즐겁게 하는 한국영화라면 관객 가뭄 현상과 상관없이 얼마든지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
사실 올해 한국영화가 관객들의 외면을 받았던 건 기대치를 밑도는 완성도 탓이 크다. 불안한 스토리, 배우들의 연기, 감독의 연출력 등이 영화의 완성도를 떨어뜨렸고 관객들을 외면케 했다. 오락성, 신선한 소재, 시리즈의 인기에 힘입은 외화들이 한국영화에 아쉬움을 느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으며 한국영화가 더 외면 받는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졌다. 볼 한국영화가 없다는 볼멘소리도 흘러나왔다.
올 해를 넘기기까지 남은 시간은 고작 두 달 정도. 이 시기 ‘검은 사제들’처럼 관객들의 아쉬움을 날려줄 한국영화들이 대거 개봉을 앞두고 있다. ‘검은 사제들’이 틔운 한국영화의 숨구멍을 11~12월 각 배급사의 텐트폴 영화들이 넓혀 나갈 예정. 쇼박스의 ‘내부자들’, 롯데엔터텐먼트의 ‘조선마술사’, CJ엔터테인먼트의 ‘히말라야’, NEW의 ‘대호’가 각 배급사의 자존심을 건 채 개봉을 앞두고 있으니 올해 한국영화에 대한 평가는 아직 뒷전으로 미뤄도 좋을 듯 싶다.
[영화 ‘검은 사제들’ 포스터.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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