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오타니 쇼헤이(니혼햄 파이터즈)가 난공불락인 이유, 바로 '제구 되는 포크볼'에 있다.
한국 타자들이 오타니의 공에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6회까지 안타와 볼넷 2개씩 얻어낸 게 전부였고, 삼진은 무려 10개나 당했다. '오타니 쇼크'였다. 전날(8일) 삿포로돔에서 열린 2015 프리미어 12 일본과의 개막전 0-5 완패로 한국은 너무나 많은 숙제를 얻었다.
일본과의 개막전은 이번 대회 최고 화젯거리였다. 고쿠보 히로키 일본 감독은 일찌감치 오타니를 한국전 선발투수로 낙점했다. 최고 구속 160km가 넘는 강속구와 포크볼, 종슬라이더를 구사하는 오타니의 위력은 대단했다. 정규시즌 22경기에서 15승 5패 평균자책점 2.24를 기록했는데, 160⅔이닝 동안 삼진 196개를 솎아냈다. 지난 5일 푸에르토리코 평가전에서 2이닝 2실점 했을 때만 해도 혹자는 "공략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연습과 실전은 달랐다. 표정에 중압감은 전혀 없어 보였다. 정규시즌에는 주자를 내보내면 제구 불안을 노출했는데, 단기전은 확실히 달랐다. 슬라이드 스텝 시 제구가 흔들리는 모습도 없었다. 무사 1, 2루 상황에서 세 타자를 연달아 돌려보낸 게 오타니의 진짜 위력이었다. 김현수가 오타니의 포크볼 실투를 놓치지 않고 첫 안타를 터트렸지만 득점과 이어지지 않았다.
오타니의 가장 큰 무기는 160km가 넘는 강속구다. 그런데 올 시즌을 통해 포크볼이 한층 날카로워졌다. 잘 나가는 일본인 투수 중 강속구와 포크볼 조합이 대단히 많다. 다나카 마사히로(뉴욕 양키스), 사와무라 히로카즈(요미우리 자이언츠)가 대표적이다. 단순히 패스트볼과 포크볼이 아닌 강속구와 포크볼 조합을 따지면 이들 둘이 독보적이다. 니시노 유지(지바 롯데), 후지카와 규지(무소속)도 마찬가지.
오타니는 처음 데뷔했을 때만 해도 강속구와 슬라이더, 커브를 주로 던졌다. 높은 타점을 앞세운 슬라이더는 포크볼처럼 떨어졌다. 포크볼을 제대로 익힌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런데 습득력이 무척 빨랐다. 이제는 포크볼을 마음먹은 대로 제구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변화. 포크볼로 초구 카운트를 잡고, 2스트라이크 이후에는 헛스윙을 유도하는데, 한국 타자들이 이 패턴에 제대로 당했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도 "오타니의 포크볼에 당했다"며 아쉬워했다.
오타니의 공을 받은 포수 시마 모토히로(라쿠텐 골든이글스)는 "2스트라이크 이후 포크볼 제구가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낮은 코스로 들어오면 헛스윙을 유도했고,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와도 타이밍이 맞지 않아 파울볼이 나왔다. 생각대로 됐다"고 말했다. 이날 오타니의 포크볼 최고 구속은 무려 147km였다. 꽤 빠르다고 하는 패스트볼 최고 구속과 차이가 없었다.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가라앉기 전, 타자들은 패스트볼이라 확신하고 배트를 휘둘렀는데 결과는 슬펐다.
한 KBO리그 투수는 "포크볼은 악마의 구종"이라고 했다. 실제로 그렇다. 제대로 떨어지면 헛스윙을 유도하는 데 그만이다. 하지만 한가운데 몰리면 배팅볼이다. 장타력을 갖춘 타자의 배트에 걸리면 여지없이 장타로 이어진다. 제대로 익히기 전까지 실전에서 포크볼을 던지는 것을 지양하는 이유. 하지만 오타니의 '제구 되는 포크볼'은 확실히 다르다. 강속구와 어우러지니 마치 튀김과 맥주의 환상조합 같다.
[오타니 쇼헤이.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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