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이후광 수습기자] 21살의 어린 투수가 한국 야구계에 메시지를 던졌다.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이 8일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돔에서 열린 2015 프리미어 12 일본과의 개막전에서 0-5로 패했다. 한국 타자들은 6회까지 일본 선발투수 오타니 쇼헤이(21)에 2안타 2볼넷 삼진 10개로 꽁꽁 묶였다. 득점은커녕 6회까지 3루를 밟아본 타자도 없었다.
말로만 듣던 오타니의 강속구는 가히 위력적이었다. 최고 구속 161km의 직구로 한국 타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주무기인 포크볼로 완급조절을 했는데 그마저도 147km를 기록, 흔히 야구게임에서 볼 수 있는 마구를 연상케 했다.
반면 한국은 에이스 김광현이 2⅔이닝 5피안타 2볼넷 3탈삼진 2실점으로 조기 강판됐다. 김인식 감독은 이후 불펜 총력전으로 일본에 맞섰지만 불펜 투수들도 3점을 더 내주며 고전했다. 1회말부터 8회말까지 단 한 차례도 삼자범퇴이닝을 기록하지 못한 채 일본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사실 이번 대회 전부터 마운드에 대한 우려는 깊었다. 도박 파문으로 윤성환, 안지만, 임창용(이상 삼성)이 엔트리에서 빠졌고 이대은, 우규민, 장원준 등 선발자원이 즐비했지만 적은 국제무대 경험이 걸림돌이었다.
세대교체라는 명분하에 13명의 투수 중 심창민, 조상우, 조무근 등 20대 초반 선수들을 새로 투입했지만 주축은 아니었다. 반면 일본은 21살의 신예 오타니 쇼헤이(니혼햄)와 후지나미 신타로(한신), 25살의 노리모토 다카히로(라쿠텐)가 올 시즌 39승을 합작, 대표팀 주축 투수로 거듭났다. 그 외 스가노 도모유키(요미우리)와 마에다 켄타(히로시마)도 각각 26살, 27살로 미래가 밝다.
신예들이 주축으로 성장하지 못하며 이번 대회 한국의 에이스는 또 다시 김광현이었다.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이후 7년이 흘렀지만 류현진, 김광현을 대체할 특급 투수는 나오지 않았다. 오타니와 같은 특급 에이스가 나오지 않는 이유는 고교야구의 혹사 문제에서 찾을 수 있다.
보통 고교 시절 특급 에이스라고 할 수 있는 투수들에게 무리한 연투와 과도한 투구이닝은 기본이다. 한기주(KIA)는 광주동성고 시절 대통령배에서 첫 경기 10이닝, 다음 7이닝, 이어 다음날 8이닝을 던지다 결승전에서 2회 허리통증으로 교체됐다. 그리고 현재까지도 그 때 부상당한 허리가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제 2의 류현진이라 불린 유창식(KIA)도 한기주와 마찬가지로 고교시절 150km의 강속구를 뿌리는 좌완 에이스였다. 그 역시 광주일고 시절 2009년 16경기 64이닝, 2010년 14경기 70이닝으로 일찌감치 많은 이닝을 책임졌다. 이후 프로에 와서 제 구위를 찾지 못하며 특급 유망주에서 만년 유망주로 전락했다.
반면 일본의 투수들은 4,000여 개의 고등학교 팀에서 기본기를 중시하며 차근차근 성장한다. 팔에 무리가 가는 변화구보다는 직구 위주로 투구를 가져가며 무리하지 않는다. 프로에 와서도 신인 지명 순간부터 보직을 정한 다음 완벽해질때까지 2군에서 가다듬는다. 팀이 위기에 빠졌다고 절대로 무리해서 등판시키는 경우는 드물다.
물론 야구는 스코어가 모든 것을 말해주기 때문에 승리를 위한 혹사는 불가피하다는 계산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근시안적인 태도로 눈 앞의 승리만을 챙긴다면 한국에 영원히 오타니 같은 투수는 나오지 않는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오타니 쇼헤이. 사진 = 일본 삿포로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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