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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장영준 기자]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는 말이 있다. 물이 들어올 때는 큰 힘을 들이지 않아도 배를 움직일 수 있지만, 물이 빠지고 나면 바닥에 닿아 노를 저어도 소용이 없다는 데서 유래한 말이다. 우리는 이 말을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말라는 의미로 사용한다. 기회가 왔다면 어떻게든 잡아 성공하라는 격려의 말로도 종종 인용한다. 김구라가 방송에서 자주 인용하면서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다.
정형돈 역시 노를 저어야 할 때를 알았을 것이다. 높아진 인기만큼 찾는 곳도 많아졌고, 몸은 열개라도 모자랐다. 하지만 그는 그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고, 열심히 일한 결과 '불안장애'라는 병을 얻고 말았다. 어쩌면 어렵게 잡은 인기의 끈을 놓치고 싶지 않았던 본인의 욕심으로 인한 결과처럼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좀 더 안타까운 내막이 존재한다.
KBS 2TV '개그콘서트' 출신인 정형돈은 웃기는 게 직업이었지만, 버라이어티 진입 초창기에는 안 웃긴 사람으로 통했다. 잘 나가는 개그맨이 안 웃긴 사람으로 불리우니 당시 그가 받았던 스트레스는 상당할 수밖에 없었을 터.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했던 그는 MBC '무한도전'을 통해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한다. 앨범을 내고 가수 활동을 하는 것은 물론, 수많은 예능 프로그램에 종횡무진 얼굴을 내밀었다.
방송에서 정형돈은 언제나 웃고 있었다. 아마도 그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대부분 이뤄내 행복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슴 한 켠에는 왠지 모를 불안함이 느껴졌다. 과연 이 행복이 얼마나 오래갈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빗발치는 섭외 속에서 다수의 프로그램에 출연 중이던 그는 몸에 이상이 있음을 느꼈지만 쉴 수 없었다. 그러다 자칫 잊혀질까 두려웠다. 결국 그는 계속해서 일에 몰두했고, 전성기는 계속됐지만 마음 속 불안감은 불안장애로 변모하고 말았다.
사실 이러한 상황은 정형돈에게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현재 활동 중인 많은 예능인들이 안고 있는 가장 큰 걱정거리다. 바람 앞의 등불처럼 언제 인기가 꺼질지 몰라 노심초사한다. 과거 활발한 활동을 하다 방송에서 자취를 감추고 어느새 대중의 기억 속에서도 잊혀진 예능인이 한 둘이 아니다. 인기라는 거품은 한 순간에 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예능인들이 불안장애, 공황장애를 호소하고 있다. 분명 심각한 병이지만, 예능인들은 일반 직장인처럼 병가를 내고 휴식을 취할 수가 없다. 언제나 정해진 시간 정해진 방송에 등장해 웃음을 줘야 한다. 이러한 강박관념은 다시 예능인들을 피폐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제는 생각을 바꿀 때가 됐다. 힘들면 잠시 쉴 수 있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 한 템포 쉬어갈 수 있는 자신들만의 전략을 고민해야 할 때다.
[정형돈.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장영준 digou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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