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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저요? 못 먹는 거 없어요. 맛있든 맛없든 다 잘 먹어요. 하하."
그래서 김호진이 어떤 연기든 잘하나 보다.
배우 김호진이 MBC 월화드라마 '화려한 유혹'에서 맡은 권무혁은 한 여자에 소름 끼칠 정도로 집착하는 남자다. 그 섬뜩한 장면을 연기하는 게 '부드러운 남자' 김호진이란 게 더 소름 끼칠 지경이다.
권무혁을 '사이코패스'라고 하면 김호진은 "사이코패스가 아니다"고 한다.
"보통의 방식과 다르다고 할까요. 무혁은 표현 방식이 다른 사람들과 다른 것뿐이에요."
"집착도 매력이 될 수 있다"고도 했다. '누군가에게 그토록 집착한 적 있습니까?' 묻자 김호진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예전이라면 그저 따듯해 보였을 그 미소가 이제는 왠지 서늘했다. 그가 권무혁인 까닭이다.
"집착하거나 열광하는 성격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요즘 생각해 보니 집착한 게 있더라고요. 요리요."
1991년 KBS 14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다. 지난 24년 동안 숱한 작품을 거쳤다. 지금의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도 누려봤다. "연기는 지금이 훨씬 더 재미있다"는 그는 "어릴 때는 많이 놓치고 캐릭터를 만들었다면 지금은 좀 더 캐릭터를 알아가고 느낀다"고 했다.
하지만 슬럼프도 있었다. 스스로 '배우 김호진'에 갇히는 기분. 어릴 때부터 배우로만 살아오며 모든 세상을 맛보지 못한 탓에 심한 허기에 허덕일 때였다.
"그때 새로운 전환점이 필요했고, 요리를 배우게 됐어요. 원래 요리를 좋아하기도 했지만요. 정식으로 요리를 배우면서 정신 없이 하고 있었더니 그동안 잊고 살았던 거예요. 그렇게 무언가 집중했던 시간을요.
자격증 시험을 보는데, 정해진 시간 안에 요리를 다 하려니까 입에서 욕이 나올 정도였어요. '내가 왜 여기서 이걸 하고 있지?' 근데 딱 만들어내고 합격 통보를 받는 순간, 두려움이 사라졌어요. 어릴 때 잊었던 무언가 도전하는 감정이 다시 생긴 거죠."
'화려한 유혹'은 예전부터 알고 지낸 김상협 PD의 권유였다. 김 PD는 부드러운 이미지의 대명사였던 김호진에게 늘 "다른 역할을 표현하게 해주고 싶다"는 말을 했었다. 그래서 김 PD는 권무혁 역으로 단번에 김호진을 떠올렸다. "새로운 도전이었지만 기대됐다"고 한 김호진이다.
아내이자 동료인 김지호는 "더 강하게 밀어붙여라"고 격려한다. 악역에 푹 빠진 요리 잘하는 남자 배우. 지금보다 어릴 때는 존경하는 배우를 물으면 외국 유명 배우의 이름을 댔는데 이제는 "이순재, 최불암, 김혜자 선생님들처럼 건강하게 늘 옆에서 오래 연기하시면서 사는 게 진정한 배우 같다"고 말한다.
"배우로 살다가 죽는 게 내 꿈이다"는 김호진은 "어떤 역할을 맡아도 두려움은 없다"고 했다.
마치 연기도 요리처럼 하는 배우. '열심히 요리한 걸 상대방이 맛없어 하면 어떤 기분입니까?' 묻자 김호진은 다시 씩 웃으며 말했다. 따듯하면서 서늘한 그 미소.
"저랑 성향이 다른 거죠. 저랑 맛이 다를 수 있으니까요. 근데 저는 '맛있는 TV'를 진행하면서 버릇이 하나 생겼어요. 전국 어느 식당에 가든 맛있게 먹어요. 어떤 음식을 먹든 맛있게 먹으려고 노력해요. 잘 먹고, 또 남기지도 않으려고 해요."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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