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대표팀 효과는 있다.
농구는 몸과 몸이 접촉하는 스포츠다. 그 결과 운동능력과 기술의 차이가 명확히 드러난다. 자연스럽게 경기 결과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개개인의 노력 부족과 신체적 한계, 좋지 않은 시스템 등 한국은 여러 특성상 세계농구의 비주류다.
선수 개개인은 아시아 혹은 세계 규모의 국제대회서 그 한계를 명확히 느낀다. 그런데 극한의 어려움 속에서 선수 개개인이 각성하는 경우가 있다. 지속적으로 한계를 경험하면서 자연스럽게 돌파구를 찾게 되고, 지도자의 도움을 얻어 자신의 경쟁력을 끌어올린다.
그래서 국제대회서 의미 있는 경험을 한 선수들이 국내무대서 뚜렷한 기량성장을 증명하는 경우가 있다. 국제무대서 자신보다 운동능력이 좋고, 기술이 뛰어난 선수들을 상대하다 국내에서 운동능력과 기술이 비슷한 선수와 부딪히면 당연히 상대적인 수월함을 느낀다. 심리적인 자신감이 붙고, 좋은 경기내용으로 이어지며, 장기적으로 기량 성장이란 결론에 도달한다.
▲이정현 사례
KGC인삼공사 이정현이 딱 이런 사례다. 이정현은 본래 좋은 슈팅가드였다. 올 여름과 가을 대표팀에서 뛰며 아시아선수권을 경험한 게 농구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다. 주전도 아닌 조성민의 백업으로 뛰었지만, KGC에 컴백한 뒤 개인기량의 엄청난 발전과 함께 팀 전력에도 좋은 영향을 미쳤다. 이정현 스스로도 대표팀에 다녀온 게 엄청난 경험이 됐다고 수 차례 인정했다. 그를 지켜본 다수의 지도자, 관계자들도 이정현을 '대표팀 효과'의 모범적 사례로 꼽았다.
득점루트가 다양해졌다. 수비수가 붙으면 돌파하고, 떨어지면 슈팅을 시도한다. 상황에 따른 대처가 능수능란하다. 수비수 입장에선 매우 막기 힘들다. 돌파 후 스톱, 수비수를 페이크로 제친 뒤 시도하는 점프슛은 대표팀에 다녀오기 이전엔 거의 구사하지 않았던 기술. 결국 득점 폭발력이 상당히 좋아졌다. 최근 두 시즌(군 복무 직전과 직후) 경기당 평균 11.69점, 11.21점이었으나 올 시즌 평균 18.08점. 13경기서 한 자릿수 득점한 경기는 1경기뿐이고, 14일 삼성전 포함 4경기서 20점을 넘겼다. 이정현 케이스가 늘어날수록 장기적으로 한국농구의 성장으로 이어진다.
▲홍아란 사례
KB 홍아란은 여자농구에서 촉망 받는 가드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올해 아시아선수권 등 의미 있는 국제경험을 쌓았다. 특히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를 경험한 게 농구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다. 그리고 KB에선 서동철 감독의 지원과 조언 속에 주전급 가드로 성장했다. 서 감독은 홍아란이 포인트가드로서 어려움을 느끼자 슈팅가드로 전환시켜줬다.
그런데 지난해와는 달리 올 여름 아시아선수권대회를 경험한 뒤에는 '대표팀 효과'를 누리지 못하는 모양새다. 올 시즌 초반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다. 지난 시즌 평균 10.5점, 2.8어시스트, 2.5리바운드였으나 올 시즌 평균 1.6점, 2.4어시스트, 3.4리바운드. 득점력이 대폭 하락했다. 이정현과는 완전히 반대의 케이스. 15일 우리은행전서도 별 다른 반전은 없었다. 공격에서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강점인 수비력을 유지, 일정 수준의 팀 공헌은 계속되고 있다. 공격이 풀리지 않지만, 상대적으로 꾸준한 수비력으로 어필하는 모습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공격에서의 슬럼프는 결국 자신이 극복해야 할 문제라는 게 KB 박재헌 수석코치의 설명. 박재헌 코치는 "남들보다 빨리 나와서 연습도 더하고 있고, 스스로 (슬럼프를)극복하려는 의지가 보인다"라고 했다. 최근 박 코치는 홍아란에게 디테일한 주문을 하지 않는다. 홍아란이 더 혼란스러워질 것 같아 배려를 하는 것이다.
▲대표팀 효과의 진실
이정현과 홍아란의 극명한 대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단 '대표팀 효과' 자체가 반드시 모든 선수에게 곧바로 적용되는 게 아니라는 기본적인 명제를 일깨워준다. 비 시즌 홍아란을 대표팀에서 지도했던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은 "결국 개개인의 차이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개개인의 특성과 농구 이해도, 몸 상태 등에 따라 대표팀 효과를 즉각적으로 받는 선수가 있는 반면, 서서히 받아들이는 선수가 있다는 게 위 감독 설명. (물론 받아들이지 못하는 선수도 많다.)
특히 위 감독은 "여자선수들의 경우 대표팀에서 자신보다 강한 상대를 경험하면서 기량이 늘기도 하지만, 오히려 자신감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모든 선수를 고르게 기용하려고 했지만, 소속팀에서 많은 시간 뛰는 선수들의 경우 출전시간이 줄어들면 컨디션 악화로 이어진다. 주전과 백업을 어느 정도 나눌 수 밖에 없었다"라고 했다. 이 부분은 대표팀을 운영하는 지도자로서 현실적이고, 현명한 선택이었다. 결국 홍아란은 소속팀보다 대표팀에서 출전시간이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대표팀 효과를 충분히 볼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정현은 조성민 백업으로 뛰면서도 대표팀 효과를 봤다. 이정현이 대단하다는 증거다.)
또 하나. 홍아란은 비 시즌 몸이 좋지 않았다. 박 코치는 "편도선도 좋지 않았고, 여러 어려움이 있었다"라고 했다. 몸 컨디션이 좋지 못해 비 시즌 운동의 질이 좋지 않았다. 박 코치는 "대표팀에 다녀온 뒤 컨디션이 좋지 않아 웨이트트레이닝도 많이 하지 못했다"라고 짚었다. 결국 기본적인 몸 상태가 좋지 않으면서 대표팀 효과를 흡수하기가 어려웠다. 지금 겪고 있는 극심한 슈팅 난조의 근본적인 원인.
위 감독은 "지금 슬럼프를 겪고 있지만, 곧 좋아질 것이다. 모든 선수가 매 시즌 잘하는 법은 거의 없다. 3~4시즌 잘하면 한 시즌 정도는 부침을 겪기도 한다. 나 같은 선수는 3~4시즌 못하다 한 시즌 잘하고 그랬다"라며 홍아란을 응원했다. 홍아란은 지금도 준수한 수비력으로 팀에 공헌을 하고 있고, 서동철 감독에 따르면 '악바리 근성'이 있다. 결국 슬럼프에서 탈출, 서서히 대표팀 효과를 볼 것이라는 게 위 감독 전망.
이정현처럼 대표팀 효과를 즉각 보는 선수들도 있고, 홍아란처럼 특성과 환경, 몸 상태에 따라 대표팀 효과를 극대화하지 못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대표팀 효과라는 건 존재하며, 결국 국제대회서 많은 한계를 경험해본 선수들이 국내에서 빠르게 성장한다는 게 대다수 지도자의 설명이다.
[이정현(위), 홍아란(가운데, 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