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전형적인 주먹구구식 운영이다.
프리미어12는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가 창설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주최하는 WBC의 대항마격 국제대회. WBSC 자체가 일본의 주도로 창설됐다. 이들의 장기적인 목표는 명확하다. 프리미어 12를 추후 올림픽 예선과 연계시켜 2020년 도쿄올림픽에 야구를 정식종목으로 재진입 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WBSC로선 프리미어12 초대대회 단추를 잘 꿰야 한다. 그래야 국제 야구계는 물론, IOC에도 좋은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 그러나 예선이 마무리된 현 시점에서 WBSC의 프리미어12 운영능력은 낙제점에 가깝다. 전형적인 주먹구구식 운영이다. 현지 취재진에 따르면 각 국가가 대회운영과 관련, 적지 않은 불만을 토로했다고 한다.
▲누구를 위한 대회인가
명확히 확인된 건 없다. 그러나 현재까지 WBSC의 대회 운영을 보면 일본에 어드밴티지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생긴다. 일단 조별리그 공식개막전만 삿포로돔에서 열렸다. 일본은 기다렸다는 듯이 삿포로돔을 홈으로 쓰는 오타이 쇼헤이(니혼햄)를 선발로 내세웠다. 그 외 조별리그 29경기는 모두 대만 타이베이, 타오위안, 타이중에서 분산 개최됐다.
결과적으로 한국만 1주일 사이에 한국~일본~대만을 오가며 고된 일정을 소화했다. 심지어 한국은 삿포로돔을 개막전 직전에 처음으로 밟았다. 전날 삿포로돔에 J2리그 일정이 잡혔다는 이유였다. 프리미어12 런칭 자체가 지난 여름에 결정된 걸 감안하면, 얼마든지 일정 조정(J2리그 경기 혹은 대회 개막전)을 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그만큼 WBSC는 한국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
조별리그도 일본은 5경기 모두 야간경기로 소화했다. 그러나 한국은 11일 도미니카공화국과의 2차전을 야간경기로 치른 뒤 베네수엘라전을 곧바로 12일 낮에 치렀다. 11일 도미니카공화국전의 경우 우천으로 일정이 지연되면서 계속 플레이볼 시간이 바뀌는 촌극이 벌어졌다. 결국 한국은 몸도 제대로 풀지 못하고 도미니카공화국전을 치렀다.
▲조별리그 직후 결정된 8강전 일정
가관인 건 8강전 스케줄. WBSC는 8강전을 조별리그 마지막 날(15일) 다음 날인 16일에 치르겠다고 일찌감치 발표했다. 준결승전과 결승전이 19~21일 도쿄돔에서 열리는 걸 감안, 이동일과 도쿄돔 사전 훈련일을 부여하기 위한 선택. 여기까진 이해할 수 있었다.
문제는 8강전 세부 대진 스케줄이 15일 예선 종료 직후 결정됐다는 점. 현지 취재진도 대략적인 내용만 파악했을 뿐, 경기가 끝난 뒤 김인식호의 8강전 장소가 티엔무구장이고, 플레이볼 시각은 7시30분(한국시각)이라는 걸 정확히 알았다. 8강전에 진출한 팀들은 미리 경기 장소, 시각에 맞는 최적의 세부 스케줄을 전혀 짤 수가 없었다. 상식적으로 국제대회서 납득할 수 없는 부분.
더 가관인 건 16일 새벽에 한국의 8강전 장소가 티엔무구장에서 타이중 인터콘티넨탈구장으로 변경됐다는 점이다. 미국전 직후 티엔무구장 조명탑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긴급 복구에 들어갔다. WBSC는 16일 8강전 일정을 소화하기 전까지 완전 복구가 힘들다고 판단했다. 결국 갑작스럽게 한국-쿠바전 장소를 바꿨다.
실제로 화재가 발생했으니 장소 변경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국제대회서 조명탑에 갑작스럽게 불이 난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그만큼 WBSC의 경기장 관리가 허술하다는 방증. 결국 한국은 갑작스럽게 타이베이에서 약 2시간을 이동, 타이중에 여장을 풀어야 하는 불편함을 겪게 됐다.
이래저래 김인식호가 최적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만약 2020년 도쿄올림픽에 야구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지 못한다면 이 대회서 드러난 WBSC의 주먹구구식 운영이 한 몫을 했다고 봐야 할 듯하다.
[타오위안구장(위), 불 난 티엔무 구장(아래). 사진 = 대만 타이베이 송일섭 기자, 대만 타이베이 윤욱재 기자. andlyu@mydaily.co.kr, wj38@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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