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국민들에게 신뢰받는 영화제로 거듭나겠습니다.”
제52회 대종상영화제(이하 대종상)의 다짐이 벌써부터 퇴색됐다. 52회를 맞는 올해 역시 시작 전부터 잡음으로 들끓고 있다.
대종상 측은 지난달 14일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참석이 안 되면 상은 주지 않고 다른 배우에게 전달하는 쪽으로 정했다”며 ‘대리수상 불가 방침’을 밝혀 도마 위에 올랐다.
앞서 영화제 측은 지난 2011년 유학 때문에 시상식에 불참하게 된 ‘써니’의 심은경을 시상식 당일 재발표된 여우주연상 후보 명단에서 제외시켜 논란이 됐다. 이런 전적이 있던 만큼 대종상의 대리수상 불가 발언은 ‘불참=수상불가’를 공식화 한 발언으로 비춰졌다.
해당 발언이 거센 논란에 휩싸이자 영화제 측은 대리수상 불가 발언을 비롯해 영화제와 관련한 여러 사항들을 보도 자료로 공식 배포하겠다고 밝혔지만 시상식 3일 전인 17일 까지도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비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대리수상 불가 철회를 알렸다.
이후에도 잡음은 끊이지 않았다. 수상결과를 번복했다 다시 인정하는 유례없는 촌극도 빚었다. “중국 유명 배우 고원원(高圓圓)과 순홍레이(孫紅雷)가 해외부문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 수상을 위해 참석한다”고 말했던 대종상 측은 다음날 “고원원과 순홍레이의 해외부문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수상이 미정”이라며 입장을 번복했다. 하지만 하루가 지난 15일 다시 두 사람의 수상이 확정됐다고 밝히며 스스로의 신뢰도를 무너뜨렸다.
연이은 실수는 투표가 진행되는 공식 어플리케이션에서도 발생됐다. 휴대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투표를 진행한 대종상 측은 여자신인상 부문 후보로 오른 ‘경성학교:사라진 소녀들’의 박소담 대신 같은 영화에 출연한 주보미의 사진과 영문 이름을 적어 넣는 실수를 저질렀다. 안드로이드 어플의 경우 뒤늦게 수정됐지만 아이폰 어플리케이션은 “애플의 정책에 따라 업데이트가 될 때까지 반영이 지연” 된다는 이유로 영문 이름만 바뀌었을 뿐 17일 새벽까지 박소담 대신 주보미의 사진이 노출된 채다.
해당 어플리케이션은 유로 투표로도 논란이 됐다. 심사위원 결정 80%+투표 결과 20%로 최종 수상자가 선정되는데 한 아이디당 하루에 20회까지 중복 투표가 가능하다. 투표를 위해서는 200포인트가 필요하고, 이 포인트는 돈으로 구매할 수 있다. 대종상 측은 무료 포인트로 결제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고 밝혔지만, 특정 어플리케이션을 휴대폰에 다운로드 받아야지만 무료 포인트를 충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순수한’ 무료라 볼 수 없다.
유례없는 시상식 참석자 공개도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대종상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황정민과 신인남우상 후보에 오른 이민호와 강하늘의 참석 확정 소식을 전했다. 참석하지 않으면 상을 주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던 대종상이 왜 이들의 참석 확정 소식을 굳이 보도자료까지 이용해 밝혀야 했는지 의아하다.
후보들도 석연치 않다. 지난 16일 진행된 한국영화평론가협회의 영평상과 비교해 보면 그 차이를 확실히 느낄 수 있다. 불과 4일 먼저 진행된 영평상은 남우주연상에 해당하는 남자연기상에 ‘사도’의 송강호, ‘베테랑’의 유아인, ‘사도’의 유아인, ‘국제시장’의 황정민, ‘지금은 맞고 그 때는 틀리다’의 정재영을 후보로 선정했다. 여우주연상에 해당하는 여자 연기상 후보로는 ‘무뢰한’의 전도연, ‘차이나타운’의 김혜수,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의 이정현, ‘암살’의 전지현, ‘화장’의 김호정이 이름을 올렸다.
반면 대종상은 남우주연상에 ‘사도’의 유아인, ‘베테랑’의 유아인, ‘악의 연대기’의 손현주, ‘암살’의 하정우, ‘국제시장’의 황정민 그리고 여우주연상에 ‘암살’의 전지현, ‘뷰티 인사이드’의 한효주, ‘차이나타운’의 김혜수, ‘미쓰 와이프’의 엄정화, ‘국제시장’의 김윤진을 후보로 올렸다. 영평상의 후보 선정이 100% 바른 예시가 될 순 없지만 대종상에서는 ‘지금은 맞고 그 때는 틀리다’의 정재영, ‘무뢰한’의 전도연,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의 이정현, ‘화장’의 김호정 등 관객과 평단 모두에서 호평 받은 배우들의 이름을 찾아볼 수 없다.
여기에 제2의 ‘광해’ 사태가 일어날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불러 일으켰다. 지난 2012년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최우수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인기상, 남우조연상 등 무려 15개 부문의 상을 휩쓸어 논란이 됐다. ‘광해, 왕이 된 남자’도 충분히 수상할 만한 작품이었지만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던 ‘도가니’, ‘부러진 화살’ 등은 물론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에 해당하는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던 ‘피에타’가 상대적으로 홀대 받아 논란이 됐다.
지난 14일 대종상 측은 후보를 발표했다. 그 결과 총 15개 부분 중 ‘국제시장’은 16개 후보, ‘암살’은 14개 부문, ‘베테랑’은 10개 부문, ‘사도’는 7개 부문 후보로 이름을 올려 ‘광해, 왕이 된 남자’에 이어 몰아주기가 될 가능성 혹은 상 나눠주기가 될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처럼 시작 전부터 신뢰가 흔들린 대종상은 오는 20일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진행된다. 그동안의 논란과 달리 수상 결과는 많은 이들이 납득할 만한지 지켜볼 일이다.
[제52회 대종상영화제 포스터. 사진 = 대종상영화제 페이스북 캡처]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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