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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혹시 지성준의 감정선이 불친절하다고 느끼셨다면 제가 표현을 못한 거고 반성해야죠."
배우 박서준은 참 올곧다.
사실 박서준한테 소위 '깬' 적이 있다. 2013년 MBC 드라마 '금 나와라 뚝딱!'에 출연할 때다. 극 중 철없고 놀기 좋아하는 '양아치' 재벌 2세 역을 맡았었는데, 실제로도 반항기 있고 방정 맞지 못한 구석도 좀 있을 줄 알았지만 막상 만나 보니 영 시원찮았다.
무척 바르고 너무나도 성실한 청년이었다. 그때 그는 '바람둥이 아니냐'는 질문에 "난 한 번에 두 가지를 못한다"며 천진하게 웃었다.
MBC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를 마친 박서준을 만났다. 앞머리를 내려 눈썹을 살짝 가린 얼굴은 빡빡했던 촬영 탓에 조금은 마른 듯했지만 "몸무게는 그대로"라며 또 웃는다. 마치 동화 속에서 갓 튀어나온 듯한 '왕자님' 같은 얼굴. 2년 전 철부지 재벌 2세로 열연했던 그 배우다.
▲ "성준의 독설, 조금은 어색하고 싶었어요."
'그녀는 예뻤다'의 지성준은 첫사랑에겐 순애보였지만, 직장에선 까칠한 부편집장이었다. 남을 무시하는 말도 서슴없이 내뱉는 나쁜 상사. 처음 해보는 연기였는데, 나름 준비는 철저했다.
"성준이 왜 이런 얘기를 하는 걸까 생각했어요. 원래 악역이 아니잖아요. 첫사랑에게 대하는 걸 보면 '나쁜 사람이 아니구나' 싶었고, 독설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생각해 봤어요. 그래서 어떤 부분에선 독설을 해도 조금은 어색해 보이려고 했어요. 성준이 다중인격이 아닐 테니까요. 막 소리를 지르면서도 혼자서 떨고 있는 듯한 느낌을 살리고 싶었어요. 초반에 댓글 중에 '박서준 어색하다'는 게 있었는데 제가 보여드리고 싶었던 부분이었어요. 근데 잘 표현된 건지는 모르겠네요. 하하."
직장과 첫사랑 앞에서 극단적인 모습을 오간 탓에 "이중인격처럼 보일까 봐 걱정했던 건 사실"이라고는 했다. 정작 배우도 뒷이야기를 알 수 없는 드라마 제작 환경의 어려움도 호소했다. 그래도 "뒤로 가면 잘 드러날 것으로 생각했다.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는 박서준이다.
▲"황정음 누나 당분간 못 보겠죠."
상대역 황정음과는 '킬미 힐미' 이후 6개월 만에 재회했다. 황정음은 박서준을 가리켜 "'딱' 하면 '척' 하고 안다"고 했다. 박서준도 "연기 스타일이 비슷해 편하다"며 "'어떻게 할 거야?' 먼저 묻고 맞춰갈 때도 있다. 잘 안 맞는 사이면 불편하고 눈치도 보게 되는데, 너무 편했다. 많이 의지했다"고 했다.
극 중 키스신도 많았다. 격렬한 키스신에선 시청자도 깜짝 놀랐다. 황정음은 나름 여주인공 혜진이 순수한 캐릭터라 "난 아무 것도 안 하겠다"고 선언한 후 키스신을 촬영했는데, 박서준으로부터 "무슨 벽이랑 하는 줄 알았네"란 핀잔을 들었다며 "그 키스신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었다.
"그때 누나가 잠을 많이 못 자서 정신 못 차릴 때 찍었는데, 제가 누나 잠을 깨운 거죠. 하하."
'킬미 힐미'에선 남매, '그녀는 예뻤다'에선 연인으로 호흡 맞췄으니 두 사람이 함께할 수 있는 역할은 웬만큼 다 해본 셈이다. 그래도 여전히 황정음과의 재회를 바라는 눈치다.
"다음에는 제가 아들이 되고 싶어요. 미래에 살다가 타임머신을 타고 옛날의 엄마를 만나러 찾아온 아들. 사실 정음 누나랑 그런 얘기는 했어요. '이제 당분간은 못 만날 것 같다'고요. 대신 경쟁작에선 만나지 말자고 했죠."
▲ "첫사랑은 중학생 때…표현도 못해."
"성준이를 보고 많이 배웠다"는 그는 "붕어빵 이벤트는 저도 생각 못 했다"며 웃었다. 대본을 읽고 '아, 이렇게 하면 여자친구가 좋아하는구나' 느꼈다. 그리고 성준을 지켜보며 '내 첫사랑은 어땠을까' 하고 회상했다.
"한 사람만 오래 바라봤던 것 같아요. 표현은 잘 못했어요. 중학생 때. 남녀공학이었거든요. 그냥 표현도 못하고 바라만 보고 그랬죠."
▲ "인기에 들뜨지 않겠습니다."
결방 사태 때 시청자게시판에 쏟아지는 항의에 '와, 이 정도인가' 싶었다며 뜨거운 인기를 실감했다는 박서준. 그는 '그녀는 예뻤다'를 통해 스스로의 입지를 한 단계 올려놓은 듯했다. 사람들은 박서준을 유력한 차세대 한류 스타감으로 전망하고 있다. 팬미팅 티켓은 아이돌 가수 못지않게 순식간에 다 팔려 나갈 정도다.
그럼에도 '예전보다 사람들이 많이 알아보지 않느냐' 묻자 "원래 편하게 다니는데 절 막상 보고 '실망이다' 하실 것 같다"며 또 웃어버린 박서준이다. 그는 '금 나와라 뚝딱'으로 얼굴을 알렸을 때도 그랬고, 세상의 모든 주목을 받고 있는 지금도 "중심이 무너지기는 싫다"고 한다.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부터 인기나 돈에 연연하고 싶지 않았어요. 중심이 무너지기 싫었어요. 데뷔한 지 4년 정도 됐지만, 예전을 생각해 보면 '작품 할 수 있는 환경만 돼도 얼마나 행복할까' 싶었거든요.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이전에 비해 좀 더 많은 장면을 연기하고, 좀 더 많은 상황들에서 깊은 감정들을 연기할 수 있는 상황인 것뿐이라고 생각해요. 그때 마음은 변하지 않을 거예요.
그래서 인기가 사라질까 봐 두려워하지 않을 겁니다. 그 순간 제 중심이 무너지는 거니까요. '지부편 앓이'라고도 말씀해주시는데 사실 부담스러워요. 제가 언제부터 그랬다고요. 어색해요. 하하.
인기에 두려워하지 않겠습니다. 제 본분에 충실하면서 좋은 역할, 좋은 연기로 찾아가면서 절 꾸준히 응원해 주시는 분들에게 보답하겠습니다."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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