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다를 것만 같았던, 도무지 융합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것들이 묘하게 하나가 될 때 관객들은 쾌감을 느낀다. 음악극 '올드위키드송'도 그렇다. 정반대의 두 사람이 결국 교감하게 되는 순간, 관객들도 함께 교감하며 묘환 쾌감을 느낀다.
'올드위키드송'은 괴짜 음악교수 마슈칸과 자기만의 세계에 갇힌 피아니스트 스티븐을 주인공으로 하는 2인극으로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두 주인공이 '음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소통하고 성장한다는 이야기이다.
마슈칸은 피아노 연주를 하면 매번 같은 부분을 틀리곤 하지만, 인간의 감정을 연주할 줄 아는
열정적인 음악교수, 스티븐은 자기만의 세상에 빠진 청년으로 피아노 연주에 있어서는 누구
에게도 뒤지지 않는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음악의 즐거움을 잃어버린 피아니스트다.
겉모습부터 생각까지 두 사람은 완벽하게 다르다. 그래서 부딪히고 서로를 이해하려 들지도 않는다. 같은 지점은 없을 것만 같고, 다른 세상 사람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러니 자신의 상처를 드러낼 일도 없다.
하지만 두 사람에게는 서로 다른듯 하지만 같은 지점이 서서히 발견된다. 다른듯 같은 상처를 지니고 있고, 이를 드러내지 않으려 발버둥치는 과정에서 전혀 다른 성향의 길을 가게 된 것. 그 사실을 차차 알게 되면서 다른듯 하지만 같은 두 사람은 소통한다.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두 사람은 소통하고, 그 소통을 통해 치유한다. 치유는 곧 성장으로 이어지고 관객들은 그들의 융합에서 묘한 감동을 느끼게 된다. 두 사람이 이해되는 순간이다.
첫 만남부터 두 사람은 삐걱댄다. 스티븐은 예민하고 신경질적이다. 정반대로 다소 풀어지고 자유로운 마슈칸과 맞지 않을 수밖에 없다. 스티븐은 딱 맞는 정장에 답답한 넥타이로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낀다. 조금은 풀어지길 바라는 마슈칸 눈에 그의 모습은 답답할 수밖에 없다. 스티븐 역시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마슈칸이 마음에 들리 없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음악을 통해 점점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한다. 슈만의 전성기에 작곡된 '시인의 사랑'을 통해 자신들의 인생을 다시 들여다 보게 된다. 그 때부터 두 사람은 서로의 인생을 이해하고, 아픔까지도 끄집어낸다. 그 과정에서 서로의 공통적인 비극을 마주하게 되고, 변화된 자신들까지도 마주하게 된다.
자유롭고 솔직하지만 비밀로 가득했던 마슈칸은 스티븐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전한다. 넥타이를 타이트하게 매고 있던 스티븐은 어느새 넥타이를 풀어 헤치고 캐쥬얼하게 옷을 입기도 한다. 점점 변화하는 겉모습처럼 두 사람의 관계도 변화하고, 자연스럽게 소통하며 치유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멈춰있던 두 사람의 인생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는 순간이다.
2인극인 만큼 무대 위 두 배우의 에너지가 상당하다. 마슈칸 역 송영창, 김세동은 확실히 다른 스타일의 마슈칸을 연기한다. 두 사람 모두 괴짜 마슈칸의 특징을 잘 살려내면서도 그의 비극을 감성적으로 풀어낸다.
스티븐 역 이창용, 박정복, 조강현, 김재범 역시 각기 다른 스티븐을 표현한다. 특히 오랜만에 무대로 돌아온 이창용은 첫 연극임에도 집중력 높은 연기를 보여주고, 뛰어난 가창력으로 보고 듣는 재미를 더한다. 딱딱한 역할에 능글맞은 애드리브를 넣어 완벽한 완급조절을 자랑한다. 2인극 '레드'를 통해 배우로서 에너지를 발산했던 박정복은 '올드위키드송'에서도 2인극 속에서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발휘한다.
음악으로 하나 되는 작품인 만큼 음악을 듣는 재미도 '올드위키드송'의 장점. 다른 스타일의 피아노 연주로 인물의 감성까지 읽을 수 있다. 무대 중앙 피아노를 중심으로 무게감이 느껴지는 조명 역시 몰입도를 높인다. 5톤 규모의 비 장치 또한 작품 특유의 분위기를 살리는데 일조한다. 신예 김지호 연출의 신선한 연출력도 매력적이다.
음악극 '올드위키드송'. 공연시간 140분. 오는 22일까지 서울 종로구 DCF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 문의 02-3490-9351
[음악극 '올드위키드송' 공연 이미지. 사진 = 쇼앤뉴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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