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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이제 막 연기를 시작하는 배우라면 배우 김혜수가 좋은 롤모델이 될 듯 싶다.
지난 16일 김혜수가 제35회 영평상 시상식에서 여자연기상을 수상했다. ‘차이나타운’에서 차이나타운을 지배하는 엄마 역을 맡아 외적 변신은 물론 자신의 연기 인생에서 회자 될 만한 연기를 펼쳤으니 수상 또한 당연해 보였다. 오히려 이날 눈길을 끈 건 김혜수의 수상소감이었다.
김혜수는 “영평상 시상식은 나에겐 늘 상관이 없는, 멀리서 박수를 보내는 시상식이었다. 사실 실감이 별로 안 난다”고 말문을 열어 눈길을 끌었다. 영화 평론가들이 수여하는 트로피가 왜 자신과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의아했다. 이는 과거 김혜수가 걸어온 길과 관련 있다.
김혜수는 “적지 않은 시간 연기를 했음에도, 최근 그런 생각들을 하게 됐다. 내가 지금 알고 있는 감정을 조금 더 예전에 알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했다. 스크린에서 완벽하게 연기하는 연기자들을 볼 때마다 ‘내가 지금 뭘 놓치고 있는 건가’ ‘저들은 뭐가 더 특별하고, 뭘 가졌을까’ 생각했다. ‘난 아직까지 뭘 모르고 있는 건가’ 이런 고민들을 하며 배우 분들을 부러워했다”고 털어놨다.
또 그는 “좀 일찍 시작했고, 오래 했음에도, 꽤 더디게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도전 기회를 주셨다”며 30년이라는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을 믿고 작품과 배역을 맡겨 준 사람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김혜수는 올해로 연기 인생 30년을 맞이했다. 자신은 스타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하는 김혜수지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스타 배우라는데 이견을 달 사람은 없을 것. 하지만 1986년 CF로 데뷔해 일약 스타덤에 올랐고 현재 독보적 여배우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김혜수도 처음부터 연기력과 스타성 모두를 거머쥔 것은 아니었다.
대표적인 경우가 지난 2002년 방송된 드라마 ‘장희빈’. 처음 배우 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연기력 논란을 비껴갔을 것 같은 김혜수지만 ‘장희빈’ 출연 당시 장희빈과 자신의 이미지가 맞지 않아 극 초반 연기력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하지만 100부작이었던 ‘장희빈’이 끝날 때는 이 작품으로 연기대상까지 받는 드라마틱한 결과를 만들어냈다.
때로는 육감적 몸매가 연기력을 가렸고,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씁쓸한 흥행을 맛보기도 했다. 이후 영화 ‘타짜’가 배우 김혜수의 터닝 포인트가 됐고, 40대가 돼서도 한결같이 아름답고 섹시한 그리고 짙은 배우의 향을 물씬 풍기는, 변함없는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 김혜수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영평상 시상식에서 김혜수는 “앞으로도 여전히 느리게 더디게 성장하겠지만 1mm라도 전진하기 위해 노력을 다 할 것이다. 내 모든 걸 다해 성장하도록 노력하겠다”는 마지막 말을 전했다.
그는 앞으로도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느리더라도 진실된 걸음으로 나아갈 것을 약속했다. 스타가 돼 배우로 전향한, 이제 막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한, 신기루 같은 유명세에 취해 배우보다 스타로서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김혜수의 진솔한 수상소감이 좋은 길잡이가 되지 않을까 싶다.
[제35회 영평상 시상식에서 여자연기상을 수상한 배우 김혜수.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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