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프레스콜(Press Call). 정식 공연을 하기 전 취재진 앞에서 먼저 공연을 선보이는 자리. 취재진은 공연의 정보를 빠르고 정확하게 팬들에게 전할 의무를 갖고 취재에 나선다.
그러나 최근 공연계 프레스콜에서는 이 프레스라는 단어에 팬까지 포함됐나보다. 취재진에 대한 예의 없는, 행사명까지 무색하게 만드는 팬들의 이벤트로 전락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19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 수현재씨어터에서는 연극 '엘리펀트송(The Elephant Song)'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자비에 돌란이 출연한 동명 영화 '엘리펀트송'으로도 유명한 연극 '엘리펀트송'은 연극이 본래 원작이며 2004년 캐나다 스트랫퍼드 축제에서 개막한 후 프랑스 파리의 몽파르나스 극장에서 100회 이상 공연된 수작. 한국 초연에 대한 기대가 클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한국 초연에 '대학로 아이돌'이라 불리는 인기 배우 박은석, 정원영, 이재균을 비롯 정영주, 고수희, 김영필, 정원조등이 캐스팅 됐으니 팬들의 폭발적인 관심이 모아진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취재진 역시 작품에 대한 기대가 컸다. 작품성은 물론 스타성이 보장된 배우들이 출연하니 흥행도 점쳐졌다. 지난 13일 첫공연이 시작됐고, 19일 진행되는 프레스콜에도 관심이 쏠렸다. 공연 실황을 엿볼 수 있는 사진 촬영이 이뤄지기에 팬들의 기다림은 더 컸을 것이다.
팬들 기대에 부응하듯 연극 '엘리펀트송' 홍보팀 나인스토리는 프레스콜 자리에 팬들을 초대했다. 사진 촬영도 허용했다. 프레스콜이지만 프레스는 존재하지 않는듯한 팬들을 위한 이벤트가 따로 없었다.
프레스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부터 공연장에는 취재진보다 팬들이 더 많았다. 취재진은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자리 선정도 이뤄졌다. 매체명과 기자 이름을 순서대로 불러 입장시키는 철저함을 보이는 듯 했지만 이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보여지기식 절차였다.
최근 아이돌그룹 멤버 못지 않게 대학로 젊은 연극 배우들이 인기를 모으면서 생긴 현상도 있다. 아이돌 사생이나 하는 기자 사칭이다. 실제 매체와 기자 이름을 사칭하는 것은 물론 명함을 따로 만드는 치밀함까지 보이는 사람들이 있는 것. 확인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이들은 여유롭게 기자를 사칭하며 프레스석에 착석하는 일이 가끔 벌어지고 있다.
연극 '엘리펀트송' 역시 마찬가지. 프레스콜 현장에 취재진보다 팬들이 더 많다보니 프레스콜이 아닌 이벤트에 가까웠다. 전막 시연을 하는 중 팬들의 셔터 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배우들 대사까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연속 촬영 셔터를 눌러댔다. 함께 자리한 이들을 전혀 신경쓰지 않는 예의 없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이 무례한 행동이 어디서부터 시작됐는가. 결국 주최측이다. 공연과 배우를 사랑하는 관객들에게 프레스콜은 흥미로운 자리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이벤트에 참여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 이벤트를 즐기는 것 역시 응당한 행동이다.
그런데 자리가 틀렸다. 프레스콜은 이벤트가 아닌 엄연히 취재진이 취재를 하는 자리. 주최측이 프레스콜과 이벤트를 동시에 진행하려는 욕심을 부리다 보니 결국 어느 한쪽에서는 불평 섞인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제대로 된 취재 자리도 마련되지 않을 뿐더러 팬들에게도 이는 예의가 아니다. 마치 초대 받지 못한 자리에 초대돼 눈치 봐야 하는 입장이 되는 것이다.
연극 '엘리펀트송'은 프랑스 토니상으로 불리는 몰리에르 어워드 작품상에 노미네이트되며 현재까지 캐나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세계 전역에서 그 작품성과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작품성도 뛰어나고, 한국 초연 무대에 서는 배우들의 역량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그러나 프레스콜 자리에 이벤트를 추가한 것은 분명한 잘못이다. 때와 장소에 걸맞은 홍보라고 할 수 없다. 제대로 공지 되지 않았다고 해서 문제가 아니다. 행사의 뜻부터 바로 알고 성숙한 진행을 보여주기 바란다.
[박은석, 정원영, 이재균, 고수희, 정영주, 정원조, 김영필(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사진 = 나인스토리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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