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일면식도 없지만 상을 잘 전달하겠습니다. 영화는 정말 잘 봤습니다."
영화 '스물'의 이병헌 감독은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제52회 대종상영화제 시상식에서, 신인감독상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신인감독상이 호명된 뒤, 무대에 올랐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신인감독상은 영화 '뷰티 인사이드'의 백감독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백감독이 참석하지 못했고 이병헌 감독이 대리수상을 했다. 참 웃긴 일이다. 함께 후보에 올랐던 이병헌 감독이 수상소감을 대신 말하게 했고, 마치 친분이 있어 무대에 오른 것 같았지만 "나한테 이런 걸 시켰다. 일면식도 없지만 상을 잘 전달하겠다"라고 말했다. 또 백감독을 향해 "영화 정말 잘 봤다"라고 정중하게 인사를 건네며 이병헌 감독은 무대 밑으로 내려갔다. 이는 이병헌 감독의 잘못이 아닌, 이러한 사태를 만든 영화제 측의 잘못이다.
올해 대종상영화제는 이미 수많은 대리수상이 예견됐다. 지난 대종상영화제 기자회견에서 "참석하지 않을 경우 상을 주지 않겠다"라고 말한 것과 전혀 다른 이야기로 흘렀다. 남녀주연상 후보에 오른 9명이 촬영, 임신으로 인한 만삭 등의 이유로 모두 불참하는 초유의 사태가 됐다.
MC를 맡은 신현준은 그때문에 이날 가장 바쁘게 무대를 뛰어다녀야했다. 의상상과 미술상의 수상자들이 참석하지 못해 신현준이 대리수상을 했고 인기상을 수상한 김수현과 공효진 또한 오지 못해 "꼭 전달하겠다"고 같은 말을 반복해야했다. 이에 한고은은 "오늘 신현준씨 참 바쁘시네요"라는 말을 했고, 신현준은 식은땀을 흘렸다.
여러 기술상 스태프들 또한 배우들의 대거 불참처럼 이날 자리에 참석하지 못했고 영화인들이 앉은 자리를 잠시 카메라가 비쳤을 때 텅텅 비어있는 민망한 모습이 포착됐다. 남녀조연상을 수상한 오달수, 김해숙과 주연상을 수상한 황정민·전지현까지, 이들의 수상소감은 관계자들로부터 "감사하다. 잘 전달하겠다" 정도에 그쳐야했다.
10관왕으로 싹쓸이를 한 '국제시장'의 윤제균 감독은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하며 대리수상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윤 감독은 "'국제시장'을 만들 때 역지사지라는 단어를 생각하며 만들었다. 정말 어렵게 참석해주신 배우 분들, 스태프 분들, 부득이하게 참석하지 못한 배우 분들과 스태프 분들.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이해를 했으면 좋겠다"라며 "화합의 중간다리 역할로서 영화계 전체가 화합의 장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 대종상영화제는 대리수상 불가·참가상·갑질 논란부터 김혜자 봉사상 수상 번복, 유료 투표 등으로 빈축을 샀다. 여기에 남녀주연상 후보는 물론 다른 부문 배우들 역시 대거 불참, 사상 초유의 시상식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제52회 대종상영화제(위) 이병헌 감독(아래 왼쪽). 사진 = KBS 방송 화면 캡처-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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