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지승훈 수습기자] 박병호는 예비 메이저리거가 맞았다.
한국이 21일(이하 한국시각)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5 WBSC 프리미어 미국과의 결승전에서 8-0으로 승리하며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날 한국 타선은 강했고 초반 쉽게 점수를 뽑아냈다.
그 중 5번타자가 눈에 띄었다. 박병호다. 메이저리그 포스팅에 성공한 그에게 이날 경기는 한국선수들과의 마지막 경기가 될 수가 있다. 박병호가 메이저리그 진출 전 자신의 진가를 보여줄 수 있는 마지막 경기인만큼 그는 절실했다.
박병호는 1회초 볼넷으로 출루했다. 타격은 없었지만 이날도 앞선 경기들과 마찬가지로 집중견제하는 몸쪽 공이 많았다. 부담이 여전했던 것일까. 3회초에는 삼진을 당하며 아쉬움이 이어졌다.
한국은 4회초 4-0 리드를 잡았다. 타석에 들어선 박병호는 2사 2, 3루 상황에서 좌측 담장을 넘기는 대형 스리런포를 쳐냈다. 비거리도 130m. 예비 메이저리거라는 걸 완벽히 보여주는 홈런이었다. 박병호는 그간 부담을 털어내듯 홈플레이트 위를 밟으며 그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환한 미소로 벤치를 반겼다.
박병호는 이번 대회에서 기대했던만큼의 성적을 올려주지 못했다. 박병호는 대만에서 열린 2경기에서 단 하나의 안타도 없었다. 8타수 무안타. 홈런은커녕 안타가 없는 예비 메이저리거로서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이후 멕시코와의 조별리그 경기에서 솔로포를 터뜨리며 4-3 승리를 일궈냈다.
국내 야구팬 뿐만 아니라 본인 스스로도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고 매 경기 부담이었다. 하지만 ‘국민 타자’ 이승엽도 그랬다. 이승엽은 지난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동메달결정전에서 결승 2타점 2루타를 터뜨려 한국의 동메달을 이끌었다. 이후 지난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일본전에서 1-2로 뒤진 8회초 우월 투런포를 치며 3-2로 승리를 이끌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대회 내내 부진하다가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결승 2점 홈런을 뽑아냈다.
박병호는 국민타자의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필요할 때 쳐줄 수 있는 타자가 된 것이다. 마지막 결승전에서 그가 보여준 타격은 메이저리그 진출 전 언급됐던 어떠한 논란도 불식시키기에 충분했다.
박병호는 이미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해 완성된 몸이었다. 특히 언어장벽까지 넘어선 박병호다. 최근 일본기자와 인터뷰에서 영어로 답하는가하면 이날 경기에서 1회말 1루에서 만난 엘리엇 소토와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는 모습이 잡혀 언어문제는 이미 극복한 것으로 보였다. 미네소타 트윈스가 박병호를 향해 포스팅 금액 1,285만 달러(약 148억 원)를 제시한 것에 의구심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한국 선수들과 함께하는 마지막 경기인 결승전이었다. 박병호는 홈런을 앞세워 ‘유종의 미’를 거두며 팀에 도움이 됐다. 그가 홈플레이트를 밟으며 미소를 볼 수 있는 장면은 이제 메이저리그에서나 볼 듯 하다.
[홈런을 친 뒤 환호하는 박병호. 사진 = 일본 도쿄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지승훈 기자 jshyh0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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