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장하다. 예나 지금이나 나라를 위한 일이라면 그게 우선이다."
프리미어 12 대표팀에서 맹활약한 이대은(지바 롯데 마린스)의 아버지 이철생 씨를 22일 김포공항에서 만났다. 그는 들뜬 표정으로 아들 이대은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대은은 이번 대회 2경기에 선발 등판, 1승 평균자책점 3.24를 기록했다. 일본과의 4강전에서 3⅓이닝(3실점 1자책점)만 소화하고 물러났지만 위력을 보여주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이 씨는 먼저 성인 대표팀 데뷔전에서 대한민국의 초대 대회 우승에 기여한 아들을 대견스러워했다. 그는 "장하죠"라고 운을 뗀 뒤 "예나 지금이나 나라를 위한 일이라면 그게 우선이다. 사나이라면 나라의 부름에 무조건 가는 게 당연하다. 어떻게 될 지 모르지만 군 문제도 마찬가지다. 남자라면 당연한 일"이라며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이대은은 올 시즌 일본프로야구 지바 롯데 마린스에서 뛰었다. 2007년 미국행을 택했고, 시카고 컵스에 입단했으나 메이저리그 꿈은 이루지 못했다. 마이너리그 트리플A까지 올라갔으나 메이저리그의 벽은 높았다. 일본 진출 첫해 성적은 37경기 9승 9패 4홀드 평균자책점 3.84(119⅔이닝 51자책점).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최선을 다했다. 150km대 강속구와 포크볼, 커터, 커브로 타자들과 맞섰다.
10승 목전에서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지난 7월 30일 세이부 라이온즈전에서 9승째를 따낸 뒤 이후 14경기에서 7연패를 당했다. 포스트시즌 엔트리에도 들지 못했다. 이대은은 "포스트시즌에서 팀에 기여하지 못 한 점과 10승에 실패한 게 아쉽다"고 말했다.
이 씨도 아쉽긴 마찬가지였다. 그는 "아홉수가 이렇게 길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오히려 잘된 일이다. 교만해질까봐 더 공부하라는 뜻인 것 같다. (이)대은이가 올 시즌을 교훈 삼아 더 발전했으면 좋겠다. 속상해하지 말라고 응원해줬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이대은의 유니폼에 적힌 영문 이름이 눈길을 끌었다. 이대은의 성 표기법이 'LEE'가 아닌 'RHEE'였기 때문. 그는 지난 3일 고척돔 훈련 당시 "아버지께서 특이한 걸 좋아하셔서 그렇게 했다. 미국에서도 RHEE라는 표기법을 사용했다. 별다른 뜻은 없다"고 말했다.
이 씨에게 이유를 물었다. 그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며 "유니폼이 꽉 차게 보였으면 했다. 3글자(LEE)보다는 4글자가 꽉 차 보인다. 5글자는 조금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눈에 띄니 궁금증, 호기심 유발 차원에서 그렇게 하라고 했다"며 껄껄 웃었다. "아버지께서 특이한 걸 좋아하신다"는 이대은의 말이 딱 맞았다.
[이대은.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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