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화가' 배수지 "아이돌 출신 선입견, 더 잘하고 싶었다" [MD인터뷰②]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연기만족이요? 만족하지는 못해요. 하지만 굉장히 하고 싶었고, 잘하려고 노력도 많이 하고, 최선을 다한 작품이에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만족을 하는 편이고요. ‘도리화가’를 하길 잘 한 것 같아요. 지금 되돌아봐도 행복하고, 많은 걸 배울 수 있어 무척 좋았어요.”

배수지가 1867년 여자는 판소리를 할 수 없었던 시대, 운명을 거슬러 소리의 꿈을 꾸었던 조선 최초의 여류소리꾼 진채선과 그녀를 키워낸 스승 신재효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 ‘도리화가’로 돌아온다. 그의 두 번째 영화이자, 주인공으로서 전면에 나선 작품이다.

여류소리꾼 진채선의 성장과정을 그려낸 배수지는 메이크업을 지운 맨 얼굴에 숯칠을 하고 남장을 하는가 하면 1년여 동안 판소리 연습에 매진하며 실존인물인 진채선을 스크린에 옮겨 나갔다. 특히 눈길을 모으는 건 그가 직접 부른 판소리. 초반 서툴러 보이는 그의 소리는 후반부로 갈수록 배수지 그리고 진채선과 함께 성장해 나간다.

“판소리에 애정이 생겼어요. 실제로 배워보니 멀리만 느껴졌는데 친근한 것 같아요. 매우 어렵지만, 쉽게 접할 수 있고 흥얼거릴 수 있는 것 같아 많이 애정이 생겼어요.”

배수지는 1년여 동안 판소리 연습에 매진했다. 바쁜 스케줄을 쪼개 틈틈이 판소리 명창에게 수업을 받았다. 그리고 수업 내용을 모두 녹음해 스케줄을 위해 이동할 때도, 혼자 있을 때도 주구장창 듣고 연습했다. 마음속으로 음을 상상하고 그려나가며 판소리에 한걸음씩 가까워져 갔다. 노력에 노력을 아끼지 않은 배수지. 원래부터 노력파냐는 질문에 “원래 이런 스타일”이라고 답했다.

“전 제가 타고난 재능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더 열심히 하는 편이에요. (영화를 명창 선생님도 보셨는데) 선생님께서 제 옆에서 보셔서 민망했어요. 판소리를 배운 기간이 기간인 만큼 선생님께서 잘했다며 좋아하셨어요. 눈물도 흘리시고요. 계속 배우라고 하시더라고요. 저도 계속 배우겠다고 했고요.”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건 다른 사람들이 배수지에게 느끼는 기대치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배수지는 이번 작품에서 ‘배우 배수지’로서 최상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수정된 시나리오에서 빠졌던 단오날 병풍 뒤에서 진채선과 신재효가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도 그의 더 잘하고자 하는 욕심에서 추가된 장면이다. 설명적이라는 생각에 감독이 수정된 시나리오에서 뺐지만 배수지는 진채선에게 꼭 필요한 장면이라 생각했고, 감독을 설득했다.

“어떻게 보면 부담감이라고 할 수도 있어요. 빨리 더 잘하고 싶은 마음에서 이야기하게 된 거죠. 그 전까지 채선이 소리를 하고 싶고 좋아하고 즐기는 정도였다면, 그 신은 정말 간절하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좀 고집을 피웠던 것 같아요.”

이런 이야기를 하며 배수지는 이종필 감독에게 고마운 마음을 내비쳤다. 배우 경력이 얼마 되지 않은, 갓 두 번째 작품을 하는 배우가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할 수 있었던 건 서로의 의견을 들어보고 더 좋은 방향으로 영화를 이끌어가고자 했던 이종필 감독의 열린 마음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배수지는 배우로서 느낀 부담감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배우로서 입지를 탄탄히 다진 배수지였지만 ‘아이돌 출신’이라는 꼬리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아이돌 출신’이라는 선입견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더 잘 하고 싶었고 욕심을 부리게 되는 것 같아요.”

‘아이돌 출신’ 배우지만 아이돌의 길도 놓지 않은 배수지는 가수와 배우 중 하나를 고르라는 건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의 문제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지금은 좋아하는 걸 병행하면서 잘 하고 싶어요. 나중에 생각이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병행하면서 잘 해나가고 싶어요.”

[배우 배수지.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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