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화가' 배수지, 배우의 향기를 품다 [MD인터뷰①]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배우 배수지가 배우의 옷을 제대로 입었다. 첫사랑의 아이콘으로 눈도장을 찍은 ‘건축학개론’이 그에게 영화배우로서 가능성을 열어준 작품이라면 개봉을 앞둔 ‘도리화가’는 그에게 배우의 느낌을 물씬 풍기게 해 줄 작품이다.

‘도리화가’는 1867년 여자는 판소리를 할 수 없었던 시대, 운명을 거슬러 소리의 꿈을 꾸었던 조선 최초의 여류소리꾼 진채선(배수지)과 그녀를 키워낸 스승 신재효(류승룡)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국민 첫사랑’과 비슷한 이미지를 택하며 배우로서 안전한 길을 갈 수도 있었겠지만 배수지는 여류소리꾼 진채선 역을 덥석 물었다. 머리가 아닌 마음이 진채선에 홀딱 반했기 때문이다. ‘스타’가 아닌 ‘배우’가 되기 위한 징검다리로 ‘도리화가’ 만한 작품이 없었겠다 싶어 이런 것도 염두에 둔 것이냐 물어봤지만 배수지는 “그런 것에 대한 생각은 별로 없었다”고 말했다. 순수하게 진채선에 마음을 뺏겨 자신의 두 번째 영화로 ‘도리화가’를 택했다.

“류승룡 선배님을 만났을 때 ‘이 작품을 선택한 걸 보니 똑똑하다’ 이런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그때는 그게 무슨 이야기인지 몰랐어요.”

계산하지 않고 마음으로 결정한 ‘도리화가’. 배우로서 자신에게 더 도움이 되는 역할, 장르를 계산하는 법을 몰랐던 배수지는 그렇게 자신에게 딱 맞는, ‘배우 배수지’의 미래를 밝힐 수 있는 작품과 연을 맺었다.

“시나리오가 쭉 읽히고 감정 이입도 잘 됐어요. 읽는데 가슴 속에 뜨거운 무언가가 있었어요. 연습생 시절, 가수를 준비하며 느꼈던 감정이 스쳐가기도 했어요. 잊고 있었던 부분까지 기억이 나면서, 그런 게 좀 뜨거워져 감정을 이입하는데 어렵지 않았어요. 그런 것도 있었지만 영화 자체가 뭉클하게 만드는 점도 있어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안 그러면 너무 후회할 것 같았거든요.”

배수지는 진채선과 자신이 비슷하다 느꼈다. 배경과 상황이 같지는 않았지만 소리를 하는 진채선이 맞닥뜨렸던 어려움과 가수 지망생 배수지의 마음고생이 비슷했다. 부모님의 반대가 있었던 것처럼 진채선은 세상으로부터의 반대를 겪었다. 진채선은 소리, 배수지는 노래였을 뿐 더 잘하고 싶은 간절함은 같았다.

“저희 부모님이 춤추고 노래하는 걸 안 좋아하셨어요. 거짓말을 하고 연습하러 가던 때가 있었죠. JYP에 들어가기 전 춤 동아리에 있었어요. 그곳에서 연습을 할 때 잘 하고 싶지만 잘 안 되던 때가 있었어요. 노력해도 확확 늘지 않았고요. 그럴 때마다 포기하고 싶고, 제 길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어요. 주저앉아 울기도 했고요. 진채선과 비슷했던 것 같아요. 연습실에 혼자 남아서 울고, 악을 쓰고 이런 것들이 많이 겹쳤어요. 진채선에게 감정 이입을 하는 게 어렵지 않았던 것 같아요.”

대사 중에서 가장 마음을 울린 건 “마음껏 울어라”였다. 극 중 류승룡이 진채선에게 “마음껏 울거라. 울다보면 웃게 될 것”이라고 말하는 부분이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아직 어려 이 말을 온전히 다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굉장히 좋았다고 전했다.

배수지는 자신의 두 번째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그것도 중심에서 극을 이끌어가는 주인공 역이다. 3년 만의 두 번째 작품. 첫 번째 영화와 두 번째 영화 모두 개봉을 앞두고 떨리는 마음을 느끼지만 종류가 다르단다.

“‘건축학개론’과 ‘도리화가’는 다른 떨림인 것 같아요. 전 아직 스킬이 많이 부족해요. 그래서 ‘도리화가’에서 매번 다 진심으로 연기했어요. 사실 ‘제가 어떻게 보일까’ 때문에 떨리진 않아요. 관객들에게 (채선의 마음이) 잘 전달됐으면 좋겠어요. 그렇지 않다면,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죠. (웃음)”

[배우 배수지.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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