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축구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맨체스터 시티 원정 4-1 대승은 ‘게겐 프레싱’의 창시자 위르겐 클롭의 축구가 리버풀에 뿌리내리고 있다는 완벽한 증거였다. 리버풀은 쉼 없이 달리고 또 달렸다. 한 가지 더 주목할 점은 무작정 뛰지 않고 효과적으로 움직였다는 점이다. 특히 공이 상대 진영으로 향하거나 골키퍼부터 빌드업이 시작될 때 압박의 강도를 순간적으로 높였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 맨시티는 경기 내내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영국 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 게리 네빌은 리버풀을 향해 “환상적이었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만큼 리버풀의 승리는 퍼펙트했다.
#포메이션
마누엘 페예그리니 감독은 4-2-3-1 포메이션으로 경기를 시작했다. 세르히오 아구에로가 부상에서 돌아와 원톱에 섰지만 사실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문제는 미드필더와 센터백 조합에 있었기 때문이다. 중앙에 3명의 미드필더를 뒀던 맨체스터 더비와 달리 야야 투레, 페르난두 2명을 배치했다. 페르난지뉴는 벤치에 대기했다. 포백 수비에선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단 한 번도 호흡을 맞춰 본적이 없는 마르틴 데미첼리스와 엘리아큄 망갈라가 센터백으로 나섰다. 결과론적이지만, 미드필더와 센터백에서의 잘못된 선택이 참패의 원흉이 됐다고 볼 수 있다.
클롭 감독은 4-3-3을 사용했다. 사실 리버풀의 포메이션을 명확히 정의 내리긴 어렵다. 공격할 때는 4-3-3 같지만 수비할 때는 4-1-4-1 같기도 하다. 또 상황에 따라선 4-3-2-1 크리스마스트리 전술처럼 보인다. 어쨌든 이날 원톱으로 나선 호베르투 피르미누는 후방으로 자주 내려왔고 필리페 쿠티뉴와 아담 랄라나는 전방으로 질주했다. 압박할 때 리버풀은 4-1-5였다.
#전반전
리버풀의 전반전 3골 중 2골은 압박에 의해 만들어졌다. 그리고 1골도 맨시티보다 많이 뛴 결과였다. 전반 7분 망갈라의 자책골 장면에선 쿠티뉴가 샤냐를 쫓아간 뒤 공을 탈취했고 전반 23분 쿠티뉴의 추가골에선 피르미누의 질주가 데미첼리스와 망갈라의 실수를 유발했다. 그리고 전반 32분 피르미누의 득점도 시작은 리버풀 수비지역에서 공을 가로챈 뒤 빠르게 맨시티 뒷공간을 노린 역습이었다. 3골이 나오는 동안 리버풀은 25번 상대 공을 빼앗았고 16개의 태클을 시도했다. 특히 태클의 경우 같은 시간 7개에 그친 맨시티보다 2배 이상 많은 수치다.
네빌은 “리버풀이 득점하기 이전에 보여준 움직임은 매우 빠르고 정확했다. 반면 맨시티는 그렇지 못했다. 그들은 전반 내내 둔해 보였다”고 말했다. 클롭의 팀이 전반 32분 만에 3골을 넣은 이유는 간단했다. 리버풀은 달렸고, 맨시티는 걸었다. 이는 두 팀의 가장 큰 차이였다.
#게겐프레싱
클롭이 부임한 뒤 한 두 경기를 치를 때만 하더라도, 너무 많이 뛰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상대가 공을 소유하면 무조건 뛰는 클롭의 전술은 체력적으로 문제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맨시티 원정도 리버풀이 엄청난 활동량을 보여준 건 사실이다. 그러나 서두에 언급했듯이 무조건 질주한 건 아니었다. 리버풀의 게겐프레싱에는 타이밍이 있었다. 상대가 공의 소유권을 완전히 가져가거나 리버풀 진영으로 이미 올라온 상태에선 수비라인을 내리고 후방에서 포지션 사이의 간격을 좁혀 공을 빼앗았다. 반면 맨시티가 후방부터 빌드업을 시작하거나 포백 수비에게 공을 전달할 때는 빠르게 달려가 압박해 실수를 유발했다. 때문에 맨시티는 조 하트에게 공이 가도 멀리 찰 수 밖에 없었다.
네빌도 리버풀이 경기 내내 압박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리버풀이 전방부터 미친듯이 압박한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그들은 전체적인 라인을 내린 뒤 달려서 공을 빼앗는 패턴으로 역습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이어 “클롭은 맨시티가 좌우 풀백과 윙어를 넓게 벌린다는 사실을 주목했다. 이는 반대로 중앙 미드필더와 센터백이 고립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리버풀이 압박할 때마다 맨시티가 줄 곳을 찾지 못해 방황한 이유다”고 설명했다.
#후반전
전반 막판 아구에로의 만회골로 후반을 맞이한 페예그리니 감독은 하프타임에 2장의 교체 카드를 사용했다. 야야 투레, 헤수스 나바스를 빼고 페르난지뉴와 파비안 델프를 동시에 투입했다. 포메이션도 4-2-3-1에서 중앙에 3명을 둔 4-3-3으로 전환했다. 페르난두가 좀 더 낮은 위치로 내려오고 델프와 페르난지뉴가 앞에 선 역삼각형 미드필더 형태였다.
그러나 맨시티의 변화는 경기 흐름을 바꾸지 못했다. 미드필더 숫자를 늘렸지만 이것이 근본적으로 리버풀의 압박을 벗어나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전반보다 라인이 더 올라가며 리버풀에게 뒷공간을 내주는 횟수가 늘어났다. 피르미누와 교체로 들어온 크리스티안 벤테케의 슈팅이 하트에게 막히지 않았다면 점수 차는 크게 벌어질 수 있었다.
리버풀 좌우 풀백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브랜든 로저스 시절 수비력에 약점을 보였던 알베르토 모레노는 이날 맨시티의 강력한 날개를 상대로 빈틈 없는 방어를 선보였다. 5번 태클을 시도해 4번 성공했고 가로채기도 무려 7개나 됐다. 그 결과 나바스는 전반 45분만 뛰고 교체됐다. 오른쪽 풀백 나다니엘 클라인도 마찬가지다. 4개의 태클과 7개의 가로채기로 전 리버풀 선수였던 라힘 스털링 또는 케빈 데 브루잉을 효과적으로 막아냈다.
#클롭
클롭 감독은 4-1 대승 후 “완벽한 경기는 아니었다. 그러나 팀이 보여준 열정은 만족한다. 열정이 없다면 맨시티 같은 강팀을 이길 수 없다. 오늘 승리로 선수들 스스로 할 수 있다는 강한 믿음을 얻게 됐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리버풀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지도 모른다. 자신감이 쌓일수록 클롭이 추구하는 압박 축구는 더욱 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후반 36분 대포알 슈팅으로 4번째 쐐기골을 터트린 스크르텔은 “매주 맨시티를 상대하면 좋겠다”며 자신감 넘치는 소감을 밝혔다. 리버풀이 옳은 길을 가고 있다는 증거다.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사진 = 英BBC MOTD 캡처]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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