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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응답하라 1988'에서 88년도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장치 중 하나는 '바나나'다.
케이블채널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극본 이우정 연출 신원호)에서 홍콩영화, 무한궤도의 '그대에게', 굴렁쇠소년, 고리바지, 곤로, 연탄 등 여러 장치로 1988년도의 향기를 느끼게 한다. 40대 이상의 시청자들에게는 "그때는 그랬지"라는 공감대와, 1020 시청자들에게는 다소 생경한 소품들이 등장하면서 이색 재미를 안기고 있다.
'응답하라 1988'로 80년대 그때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소품 중 최근 5회에 등장한 '바나나'는 그 어떤 과일보다도 귀하게 여겨졌다. 당시 라면 한 봉지가 50~60원이었던 시절, 바나나는 소풍 혹은 생일 때나 먹을 수 있었던 과일이었다.
5회 '월동준비'에서 선우(고경표)의 엄마 김선영(김선영)은 없는 살림에 아이들을 먹이고자 슈퍼에 갔고, '2천원'이라고 적혀있는 바나나 한 개를 바라보며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지금으로 따지면 거의 4만원 이상의 가격인 바나나 한 개는 현재의 물가로 비교했을 때도 꽤나 높은 가격이다.
지금은 어디서든 먹는 과일이지만 그 때는 부(富)의 상징이었다. 이에 선영은 바나나 한 개를 사와 선우와 딸 진주(김설)에게 내민다. '응답하라 1988'에서 귀요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진주는 엄마에게 가장 먹고 싶은 것으로 "바냐냐"라고 답하고 없는 살림에도 엄마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해주고 싶어 큰 맘 먹고 산다.
착한 아들 선우는 엄마가 2천원 주고 사온 바나나의 반을 뚝 잘라, 하나밖에 없는 동생 진주에게 건네고 반의 반을 잘라 자신의 것으로, 그 반을 엄마에게 준다. 하지만 선영은 "난 안 먹을란다. 니 묵으라"라고 말했고 그 마음을 아는 아들 선우는 "그럼 나도 안 먹을래. 갖다 버릴게"라며 엄마에게 '어쩔 수 없이' 먹도록 한다.
지금은 쉽게 살 수 있는 바나나이지만, 1988년에는 한 개 가격이 2천원이었으니 한 송이는 만원을 훌쩍 넘었을 터. 졸부의 상징인 정환(류준열)이네는 마음껏 먹을 수 있는 과일이지만 선우네는 한 개마저 서로를 배려하며 뚝뚝 잘라먹는 과일이었다. 데모로 경찰서에 잡혀 유치장에 있는 딸 보라(류혜영)을 찾아간 엄마 이일화(이일화)의 손에도, 바나나 한 개가 들려있어 뭉클함을 자아냈다. '응답하라 1988'은 작은 소품 하나로도 큰 감동을 주는 에피소드를 만들어냈다.
['응답하라 1988'. 사진 = tvN 방송 화면 캡처]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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