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안양 이후광 수습기자] 홈 13연승, 개막 후 10연승, 최근 7연승. 현재 안양 KGC 인삼공사의 성적이다. KGC는 무서운 상승세로 3라운드 현재 선두 오리온에 4경기, 2위 모비스에 1경기 차로 바짝 붙어있다. 이정현, 박찬희, 강병현, 마리오 리틀 등 특급 가드진과 주장 양희종, 오세근, 찰스 로드의 인사이드는 그야말로 완벽에 가깝다.
KGC가 올 시즌 자랑하는 농구는 스틸과 속공의 빠른 농구다. 현재까지 경기당 평균득점 2위(82.96점), 속공 1위(5.87개), 스틸 1위(9개)를 기록하며 눈을 뗄 수 없는 화끈한 공격 농구를 펼친다.
이런 KGC만의 빠른 농구의 중심에는 리그 스틸 1위(경기당 2개) 이정현이 있었다. 최근 두 시즌 경기당 평균 11.69점, 11.21점을 기록했으나 올 시즌은 평균 16.6점으로 물이 올랐다. 지난달 7일 삼성전에는 33점을 기록, 커리어 하이를 찍기도 했다.
이정현은 지난 2010년 드래프트 1라운드 2순위로 KGC의 전신 안양 KT&G 카이츠에 입단했다. 당시 KT가 이정현을 선발했지만 나이젤 딕슨과 도널드 리틀의 트레이드 조건에 따라 KT&G로 향했다. 공교롭게도 1순위로 뽑힌 ‘절친’ 박찬희와 같은 유니폼을 입게 됐다.
이후 데뷔 첫 시즌인 2010-2011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매 시즌 전 경기를 뛰며 강철 체력과 꾸준함을 과시했다. 첫 시즌은 아쉽게도 팀이 9위에 머물렀지만 2011-2012시즌에는 정규리그 2위, 챔피언 결정전 우승과 함께 식스맨상을 수상했다. 이어진 2012-2013시즌에서도 4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며 일찌감치 큰 경기 경험을 많이 쌓았다.
마이데일리는 창간 11주년을 맞아 KGC 상승세의 주역인 이정현의 농구 인생을 들어보기로 했다. 식스맨부터 시작해 국가대표에 발탁되기까지 모든 건 그의 농구를 향한 진지한 태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올 시즌 팀 상승세의 요인을 꼽아본다면.
"(오)세근이와 (박)찬희, 그리고 부상 선수들까지 돌아와 팀 전력이 안정된 게 제일 크다. 게다가 대부분 국가대표를 경험한 뛰어난 선수들이기 때문에 누가 나가도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심지어 (김)기윤이나 (김)윤태까지도 잘해주고 있다. 감독님이 ‘힘들면 언제든지 말해라. 벤치에서 쉬고 다시 뛰면 된다’고 항상 말씀하신다."
-현재까지 스틸 1위로 팀의 빠른 농구를 이끌고 있다. 특별한 비결이 있는가.
"특별히 비결은 없다. 그냥 단순히 운이 좋았던 것 같다. 감독님께서 비시즌 때부터 항상 스틸을 많이 하는 팀이 돼야 한다고 강조하신다. 일일이 상황별로 스틸하는 방법과 자세를 꼼꼼하게 지도하신다. (양)희종이형과 찬희가 스틸을 워낙 잘하는 선수라 보고 배우는 경우도 많다. 특별히 개인 타이틀에 신경 쓰지는 않는다. 욕심내면 좋은 플레이를 펼칠 수 없다."
-농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초등학교 6학년 때 광주중학교에서 농구단을 창단했다. 당시 광주중학교가 키가 큰 웬만한 광주의 초등학교 학생들은 모두 스카우트해갔다. 그 때 나보다 더 키가 컸던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를 따라 농구단에 들어갔다. 원래는 축구를 더 좋아했지만 운동하는 것 자체를 즐겼기 때문에 중학교부터 농구에 매진했다."
-학창시절 동경했던 선수는.
“광주중-광주고 시절 연세대 재학 중이었던 KCC 최승태 코치님의 플레이를 보고 감탄했다. (방)성윤 선배님과 연세대에서 함께 농구를 정말 잘하셨다. 부상으로 인해 선수생활을 일찍 그만두셨지만 당시 연세대의 최승태는 최고였다.”
-연세대 시절 하늘 같은 선배였던 양희종, 김태술과 다시 만나게 됐는데.
“처음 대학에 입학했을 때 (양)희종이형과 (김)태술이형이 4학년이었다. 광주에서 막 올라와 긴장도 많이 했고 형들에게 다가가는 게 힘들었다. 형들이 대표팀에 자주 차출돼 같이 운동할 시간도 많지 않았다. 그런데 프로에서 다시 만났을 때는 달랐다. 너무나 반가웠고 알고 보니 재미있는 형들이었다. 이제는 다 친해졌고 (양)희종이 형이 ‘네가 대학 때 안 다가온거지’라는 농담을 하기도 한다.”
-2010-2011시즌 신인왕을 ‘절친’ 박찬희에게 내줬는데.
“당시에는 누가 받아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인생에서 단 한 번밖에 받을 수 없는 상이라 아쉬움이 조금 남는다. (박)찬희와는 워낙 친하다. 대학 시절부터 학교는 멀어도 주말마다 자주 만나서 밥도 먹었고 같은 팀에 가면 좋겠다고 했다. 그런데 실제로 같은 팀에 뛰게 돼 신기했다. 막내 일도 같이 하면서 서로 의지가 많이 됐다. (박)찬희와는 포지션 상 코트에서 서로 공존할 수 있어 같이 시너지 효과를 내려고 노력한다.”
-3시즌 종료 후 상무에 입대하게 됐다. 군 생활은 어땠나.
"군대 생활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프로에서 3시즌을 뛰고 살짝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했다. 그런데 군대에 가서 절제된 생활을 하다 보니 모든 것에 감사함을 느꼈다. 평소에 너무 받기만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동선수지만 힘든 건 마찬가지였다. 아무래도 프로 선수이기 때문에 훈련소에서 나 자신을 놓지 않고 모범적인 생활을 하려고 노력했다. 개인정비시간에는 웨이트를 통해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올 시즌 처음 만난 김승기 감독대행은 어떤 분인가.
“비시즌 때 전창진 감독님의 부재로 팀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그러나 당시 김승기 코치님이 동요하는 선수들을 차분하게 이끄셨다. 항상 전창진 감독님이 돌아오실 때까지 최선을 다해 보답하자는 말씀을 많이 하신다. 공과 사의 구분이 철저하시다. 훈련할 때는 조직적인 부분을 강조하시면서 선수 개개인의 나쁜 버릇을 고쳐주려고 노력하신다. KT 선수들이 무서운 분이라고 했는데 그렇지 않다. 인간적으로 선수를 대해주신다.”
-경기에 뛰면서 가장 막기 힘든 선수는 누구인가.
“(조)성민이 형이랑 맞붙을 때가 제일 힘들다. 진짜 열심히 하는 형이다. 공격력이 좋은 건 당연하고 수비까지 잘한다. 내가 (조)성민이형보다 더 나은 건 젊다는 것밖에 없다. 때문에 KT전은 아무래도 좀 더 부담되고 체력적인 소모가 많다. 경기를 뛰면서 항상 형의 좋은 부분을 배우려고 노력한다.”
-올해 생애 첫 성인 국가대표로 발탁됐는데.
"운이 좋아서 국가대표에 합류했다. 막연히 꿈만 가졌던 국가대표에 들어가 보니 모든 게 생소하면서 좋았다. 잘하는 형들과 후배들 사이에서 함께 운동한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꼈다. 룸메이트였던 (김)태술이형과 (양)동근이형, (조)성민이형이 조언을 많이 해줬다. 출전시간은 10~15분 정도밖에 안됐지만 선후배들의 플레이를 보면서 많이 배웠다. 대표팀 이후 성적이 나아진 건 기량 발전보다 자신감이 늘어나서 그런 것 같다."
-올 시즌 첫 호흡을 맞추는 외국 선수들은 어떤가.
"올 시즌 우리 팀이 외국 선수는 제일 잘 뽑은 것 같다. 시즌 전부터 로드는 우리 선수들이 원했던 외국 선수였다. 블록이 좋고 전반적으로 수비력이 뛰어난 선수다. 요즘에는 득점까지 많이 올려주고 있다. 리틀은 처음에 다소 적응을 못 하는 모습이었으나 지금은 슈퍼 마리오가 됐다. 이타적인 플레이가 장점이다. 기본적으로 두 선수 모두 친화력도 좋고 장난꾸러기다. 덕분에 팀 분위기도 더 좋아지는 부분이 있다."
-프로에 와서 가장 영향을 받은 선수가 있다면.
“(김)태술이 형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다. 원래 포지션은 포워드지만 형의 플레이를 보면서 좀 더 가드다운 포워드가 된 것 같다. 같이 뛰면서 시야, 움직임, 가드의 보조 리딩을 많이 배웠다. 형은 농구를 대하는 태도가 남다르다. 항상 나에게 닮고 싶은 선수, 내가 플레이하는 장면을 비디오로 자주 보라고 한다. 덕분에 시야도 넓어지고 농구를 대하는 태도도 전보다 진지해졌다.”
-이정현에게 가족이란.
“광주중학교 시절부터 부모님이 농구하는 걸 강하게 반대하셨다. 나 스스로 이 길을 택했기 때문에 힘들어도 내색할 수 없었다. 꼭 성공해서 부모님께 보답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지금은 경기장에도 자주 오시고 많이 응원해주신다. 어머니가 눈물이 많으셔서 내가 잘해도 우시고 코트에 쓰러져서 아파해도 우신다. 누나들이 서울에 살아서 오시는 길에 안양에 들러 경기를 보고 가신다. 계속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
-프로에서 최종 목표는.
"데뷔 이래 한 번도 경기를 거른 적이 없다. 몸 관리 잘해서 부상 없이 전 경기에 출장하는 게 목표다. 경기를 뛴다는 것은 선수가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정현에게 농구란.
“내가 살아가는 힘이다. 어렸을 때는 그냥 운동을 해야 하니까 농구를 했다. 이제는 다르다. 내가 농구를 잘해야 부와 명예를 모두 얻을 수 있다. 열심히 해야 나중에 은퇴해서도 기억에 남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좀 더 진중하게 농구를 대할 것이다.”
[사진 = 안양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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