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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안양 이후광 수습기자] "이런 팀에 뛰고 있는 것으로도 만족합니다."
지난 25일 안양체육관에서 만난 이정현은 최근 팀 상승세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식스맨으로 시작해 팀의 확실한 2번 포지션으로 자리잡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긍정과 겸손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꾼 선수다웠다.
이정현은 지난 2010년 드래프트 1라운드 2순위로 KGC의 전신 안양 KT&G 카이츠에 입단했다. 당시 KT가 이정현을 선발했지만 나이젤 딕슨과 도널드 리틀의 트레이드 조건에 따라 KT&G 유니폼을 입었다.
이정현은 데뷔 후 매 시즌 전 경기에 출전했고 자연스레 그의 실력은 향상됐다. 입단 초기에만 해도 기복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묵묵히 운동에 전념하며 약점을 극복했다. 그 결과 경기당 평균 11.69점, 11.21점을 기록한 최근 두 시즌과 달리 올 시즌은 현재까지 평균 16.6점으로 득점력에 물이 오른 상태다. 지난달 7일 삼성전에는 33점을 기록, 커리어 하이를 찍기도 했다.
더 놀라운 건 이정현이 현재 경기당 평균 2개로 스틸 1위라는 것. 평균득점 2위(82.96점), 속공 1위(5.87개), 스틸 1위(9개)를 자랑하는 KGC 빠른 농구의 주축으로 거듭났다. 이런 발전은 이정현 특유의 긍정적인 마인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처음 농구를 시작할 때부터 순탄치 않았다. 광주중학교 농구부 창단 멤버이기도 한 이정현은 부모님의 심한 반대를 겪어야 했다. 그러나 그는 엇나가지 않았다. 오히려 “나 스스로 이 길을 택했기 때문에 힘들어도 내색하지 않았다. 꼭 성공해서 부모님께 보답해야겠다고 다짐했다”며 마음을 다잡았다.
이정현은 연세대학교 졸업 후 신인 드래프트에서 두 번째 위기를 맞이했다. 당시 KT&G는 센터와 파워포워드 포지션이 부족했지만 이상범 감독은 1순위 가드 박찬희에 이어 2순위도 1, 2번 포지션을 오갈 수 있는 이정현을 선택했다.
이정현은 당시 기억을 회상하며 “이상범 감독님과 내가 비난을 많이 받았다. 그러나 오히려 그런 것 때문에 더 이를 악물고 열심히 노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결국 그는 이 감독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하며 KGC의 주축으로 거듭났다.
이어 이정현은 데뷔 첫 시즌인 2010-2011시즌 신인왕을 ‘절친’ 박찬희에게 내줬다. 생애 딱 한 번밖에 받지 못하는 상이라 아쉬울 법도 했지만 이정현은 겸손했다. 그는 “당시에는 누가 받아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물론 지나고 보니 단 한 번뿐인 기회를 놓쳐 아쉽긴 하지만 (박)찬희에게 라이벌 의식을 느끼지는 않는다”며 “오히려 포지션 상 코트에서 공존할 수 있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를 내려고 항상 노력한다”고 말했다.
프로에서 3시즌을 마치고 상무에 입대한 이정현은 윈터리그 MVP를 거머쥐는 등 군대에서도 농구선수로서 한 차례 더 성장했다. 그러나 제대 후 마주친 현실은 냉혹했다. 팀이 2년 연속 6강 플레이오프 탈락 위기에 처해있던 것이었다.
그러나 오히려 그는 팀의 위기로 인해 자신이 더 발전했다고 전했다. 그는 “프로에 와서 전역 직후 실력이 가장 많이 늘었던 것 같다. 당시 부상 선수가 많아 (양)희종이 형, 파틸로, (김)태술이 형과 어떻게든 팀을 이끌어야 했다”며 “그때 출전 시간도 많고 책임감도 느껴 실력이 향상됐다”고 밝혔다.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과 한 팀에서 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느낀다는 이정현. 그는 인터뷰 내내 ‘저희 팀은 잘하는 선수들이 너무 많아서’라는 문구를 반복해서 말했다. 자신보다는 팀을 먼저 치켜세울 줄 아는 겸손의 미덕이었다. 높은 이상보다는 주어진 역할을 착실히 수행하려고 했기에 지금의 이정현이 존재할 수 있었다.
[사진 = 안양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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