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용인 김진성 기자] "아빠만큼 엄마가 헌신적이시죠."
2015-2016시즌 남녀프로농구에 나란히 몸 담은 두 쌍의 남매가 있다. 농구 팬들에겐 하은주(신한은행)-하승진(KCC) 남매가 가장 유명하다. 이미 유명세를 치렀고, 코트에서 누구보다 희로애락을 많이 겪었다.
'하하남매' 이후 한 동안 남녀프로농구에 주목 받는 남매는 없었다. 2015-2016시즌. '오빠' 이동엽(삼성)과 '여동생' 이민지(신한은행)가 10월 26일과 27일 나란히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프로 무대에 뛰어들었다. 이동엽 이민지 남매는 요즘 거친 프로의 파도를 온 몸으로 느끼고 있다. 특히 이동엽은 주전은 아니지만, 백업 가드로서 비중 있는 역할을 소화해내고 있다.
이동엽, 이민지 남매가 관심을 모으는 건 두 사람이 전 삼성생명 이호근 감독의 아들과 딸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전 감독은 지난 시즌까지 8시즌간 여자프로농구에 몸을 담았다. 그 역시 오랜만에 프로세계를 벗어나 남매의 아버지로서 든든한 후원자를 자처하고 있다. 인터뷰 동참을 권했지만, 이 전 감독은 손사래를 치며 거부했다. 아들과 딸이 좀 더 조명 받기를 바라는 속 깊은 배려였다. 지난 24일, 용인 STC에서 이동엽 이민지 남매와의 만남이 이뤄졌다.
①에서 계속.
▲내가 잘 돼야 애들이 잘 된다?
이호근 전 감독은 요즘 아들과 딸 경기를 현장에서 직접 챙겨보느라 정신이 없다. 최근 대상포진에 걸려 컨디션이 좋지 않았지만, 아들과 딸의 소속팀 삼성과 신한은행이 수도권에서 경기를 하면 직접 차를 몰고 다니며 현장에서 지켜본다. 물론 경기장에서 부산을 떠는 스타일도, 그렇다고 해서 따로 아이들을 만나 안부를 묻는 스타일도 아니다. 그저 관중석 한쪽 구석에서 아들과 딸의 경기 장면을 물끄러미 쳐다보다 경기 후 곧바로 경기장을 빠져나간다. 딸 민지가 아직 단 1경기에만 나왔지만, 매 경기 챙기는 열혈 아빠다. 남매는 아빠가 경기장 어디에 앉아있는지도 알 수 없다.
몇 차례 두 아이의 경기일정이 겹치기도 했다. 그때는 부인 정경희씨도 출동한다. 정씨는 "애들 아빠와 제가 나눠서 가죠"라고 웃었다. 정씨 역시 매 경기 경기장에 가지는 않지만, 집에서 텔레비전과 휴대폰 DMB로 두 경기를 동시에 챙겨본다. 지난 21일에는 오후 2시에 신한은행이 KB와 인천 홈 경기를 치렀고, 오후 6시에 삼성이 KT와 잠실 홈 경기를 치렀다. 더구나 2시 경기가 연장전까지 이어졌다. 토요일 오후 교통체증을 감안하면 도원체육관에서 잠실체육관까지의 거리는 꽤 멀게 느껴졌던 상황. 그래도 이 전 감독은 두 경기를 모두 현장에서 챙겼다. "아들 경기 시작 5분 전에 현장에 도착했다"라고 웃는 이 전 감독이다.
이 전 감독은 왜 아이들의 경기를 되도록 현장에서 챙기려는 것일까. 본래 속 깊은 말을 잘 꺼내놓지 않는 스타일인 이 전 감독은 농담으로 무마했다. 하지만, 눈빛에서 읽혔다. 조금이라도 자식들에게 무언의 힘을 주고 싶은 게 아버지 마음이다. 이어 농담 혹은 진담 사이의 어딘가 위치한, 애매한 말을 던졌다. 그는 "내가 잘 돼야 애들이 잘 되는 거야"라고 웃었다. 이 전 감독은 남매의 아빠이면서 구직활동이 필요한 재야 농구인이기도 하다.
남매가 바라보는 '아빠'이자 '농구선배' 이호근은 어떤 사람일까. 이동엽은 "대학 1~2학년 때 힘들었는데 아버지가 많이 격려해주셨다"라고 했다. 이 전 감독은 농구계에서 사람 좋은 상남자로 통한다. 오그라드는 코멘트를 하는 편이 아니다. 이동엽은 "대학 때 쉬는 날 아버지와 술도 한잔씩 하곤 했다. 오히려 술 마실 때는 진지한 얘기를 하지 않으신다. 평상시 한 마디씩 툭툭 던져준다"라고 했다. 예를 들어 "부상 조심해라. 프로에선 오랫동안 뛰는 게 강한 것이다"라는 방식이다.
이민지는 "쉬면서 왜 농구가 잘 안 될까 생각했다. 여유 시간이 많이 있었는데, 그때 아버지와도 많은 대화를 나눴다"라고 했다. 그는 "오빠에게도 의지를 많이 하지만, 아빠에게도 많은 격려를 받았다"라고 털어놨다. 이 전 감독은 이민지의 퓨처스리그 데뷔전인 30일 우리은행전도 직접 지켜볼 계획. 춘천에서 열리지만, 이 감독은 "요 녀석 데뷔전 봐야지"라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런 딸은 "아빠가 당분간 편히 쉬셨으면 한다. 더 열심히 해서 아빠 이름을 빛내고 싶다"라고 했다. 이어 "물론 아빠가 새로운 팀에 들어가셔도 적으로 만날 것 같다"라고 웃었다.
▲아버지보다 더 헌신적인 슈퍼맘
이동엽 이민지 남매의 어머니이자 이호근 전 감독의 부인인 정경희씨는 슈퍼맘이다. 모성애는 특별하다. 이동엽과 이민지는 솔직했다. "아빠에게도 감사하지만, 엄마는 정말 대단하신 분이다"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이민지는 "엄마는 저희 남매를 위해 청춘을 바쳤다. 여자로서 하고 싶은 것도 다 포기하고 저희를 키우는데 시간을 보냈다. 이젠 저희가 보답해야 한다"라고 애틋한 표정을 지었다.
이호근 전 감독은 현대에서 은퇴한 뒤 남자농구 전자랜드, 여자농구 삼성에서 오랫동안 지도자 생활을 했다. 1년 내내 가족과 떨어져 외로운 승부사로 현장을 누볐다. 아무래도 이동엽과 이민지 남매의 뒷바라지는 정씨의 몫이었다. 중, 고, 대학교 시절에는 몸에 좋은 걸 먹였고, 집에서는 편안하게 해주기 위해 잔소리 한번 하지 않았다고 한다.
프로에 입단한 요즘에도 마찬가지. 외박 혹은 휴가를 받아 용인 집에 오면, 정씨는 두 아이들이 편히 쉴 수 있게 배려한다. 정씨는 "내가 아무리 밥을 잘해도 프로 숙소에서 밥이 더 잘 나온다. 그런 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 위주로 해준다"라고 했다. 한식을 좋아하는 아들은 엄마표 김치찌개를 즐기고, 민지는 스파게티와 돈가스 등도 좋아한다는 게 정 씨의 설명이다.
남매는 엄마에 대한 믿음이 절대적이다. 이동엽은 "첫 월급을 받았다. 군대 가기 전까지는 엄마에게 관리를 맡길 생각"이라고 했다. 이민지도 "연봉이 오르기 전까지는 엄마에게 다 드리고 용돈을 받아서 쓸 것이다"라고 했다.
정경희씨는 두 남매에게 많은 걸 바라지 않는다. 오랫동안 뒷바라지했기에 농구선수의 삶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알고 있다. 그는 "그저 두 아이가 즐겁고, 행복하게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했으면 좋겠다. 다른 건 바라지 않는다"라고 했다. 이어 "아들과 딸에게 혹시 용돈을 받더라도 아까워서 못 쓸 것 같다. 남편이 취직을 다시 해서 더 많이 벌어왔으면 좋겠다. 그게 더 마음에 편하다"라고 웃었다.
[이동엽과 이민지. 사진 = 용인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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