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4년 만에 토종 10승, 어떻게 보면 고참으로서 창피하고, 미안한 일이다."
한화 이글스 우완투수 안영명에게 2015년은 잊지 못할 한 해였다. 올해 정규시즌 35경기에서 10승 6패 1홀드 평균자책점 5.10을 기록했다. 계투로 시즌을 준비했으나 지난 4월 11일 롯데 자이언츠전부터 선발로 돌아섰다. 시즌 중반 어깨 통증으로 한 차례 1군에서 제외된 것만 빼면 꾸준히 로테이션을 지켰다. 팀 사정상 '불펜 겸업'도 마다치 않았다.
지난해에는 박정진, 윤규진과 함께 '안정진 트리오'를 결성했다. 지난해 성적은 48경기 7승 6패 4세이브 6홀드 평균자책점 4.52. 제대 후 복귀 첫 시즌부터 존재감을 보여줬다. 극심한 타고투저 속에서 훌륭하게 임무를 수행했다. 올해는 갑작스러운 보직 변경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급하게 보직이 바뀌었지만 당황하지 않고 잘 적응해 나가고 있다. 상황에 맞게 하는 것도 능력"이라며 의연함을 보였던 안영명이다.
의미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2011년 류현진(LA 다저스) 이후 4년 만에 10승을 따낸 토종 선발투수로 우뚝 섰다. 팀과 개인 모두에게 의미가 컸다.
그래서 마이데일리 창간 11주년 인터뷰 주인공으로 안영명을 선택했다. 마무리캠프 명단에서 빠진 안영명은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체력 훈련에 한창이었다. 훈련을 마치고 기자와 마주앉은 안영명은 "올해 만족스러운 성적을 올리진 못했지만 매 경기 허투루하지 않았다. 많은 팬이 찾아주셨는데, 열심히 뛰면서 보답해 다행이다"고 말했다.
-그간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
"시즌 종료 직후 보름 정도 쉬었다. 아내와 여행도 다니고, 못다 한 여가생활도 즐겼다. 휴가 다녀온 뒤에는 기술적인 운동 대신 꾸준히 체력 훈련 하고 있다. 지금 아픈 부위는 전혀 없다. 시즌 중간에 어깨 통증이 있긴 했지만 쉬면서 회복했다."
-한화에서는 2011년 류현진 이후 4년 만에 토종 10승 투수가 됐다. 개인적으로도 2009년 이후 처음이다. 의미가 클 것 같다
"사실 창피한 부분이다. 그사이에 계속 선발로 나간 것도 아니고, 군대도 다녀왔다. (류)현진이 있을 때도 현진이에게 의존했었다. 현진이가 떠나고 그만한 선수가 나왔어야 했다. 그런 부분에서 고참으로서 창피하고, 야수들에게도 미안한 일이다. 다행히 올해는 야수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나마 10승 따낸 직후에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어떤 점이 다행이었나
"미치 탈보트가 먼저 10승 고지를 밟았다. 사실 선수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해도 토종 투수의 10승은 밖에서 볼 때는 큰 무게가 실리는 기록이다. 그래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영명에게 한화 이글스 팬은 어떤 의미인가
"스무 살 때 최일언 투수코치님께서 말씀하신 게 기억난다. 코치님께서 '나는 3가지를 위해 야구했다. 커리어와 가족, 팬이다. 그런데 너희들은 아직 어리니 이런 걸 신경 쓰지 말라'고 하셨다. 내가 나이 서른이 넘어 한화 팬들을 보니 3번째(팬)가 뭔지 알겠더라.
그간 팬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컸다. 15점 차로 끌려갈 때 한 점만 뽑아도 좋아하시더라. 승패를 떠나 우리 플레이를 좋아해 주셨다. 성적이 안 좋을 때 정말 죄송스러웠다. 올해 만족스러운 성적을 올리진 못했지만 매 경기 허투루 하지 않았다. 많은 팬이 경기장을 찾아주셨는데, 열심히 뛴 것으로 보답해 그나마 다행이다."
-올 시즌 가장 만족스러웠던 점은
"중간에서 선발로 보직을 바꾼 이후로 열흘간 어깨 검진 때문에 2군 다녀온 것만 빼면 로테이션을 꾸준히 지켰다. 그 부분은 개인적으로 기특했다. 투수조 조장으로서 선배 형들과 후배들 사이에서 문제없이 평탄하게 이끌었다."
-반대로 어떤 점이 가장 아쉬웠나
이닝이다. 계투로 준비하다가 갑자기 선발로 옮겼다. 감독님이 배려해주셨다. 처음에는 5이닝 던지면 바로 교체해주셨다. 그런데 내가 5회가 지나고 교체될 때 '그만큼 믿음을 주지 못해서 위기가 오면 바뀌는구나' 싶었다. 그건 내 잘못이다. 야수들과 코칭스태프에게 믿음을 주지 못한 것 같았다. (안영명은 올 시즌 퀄리티스타트가 4차례뿐이었다. 6이닝 이상 던진 전 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시즌 최다 이닝은 8이닝)
더 많은 이닝을 던질 수도 있었다. 마지막에 팀 순위가 떨어진 것도 선발투수들이 긴 이닝을 소화하지 못한 탓이다. 과부하가 걸려 계투진이 후반에 힘들었다. 선발투수들이 잘해줬으면 덜했을 것이다. 일단 평균자책점도 낮춰야 한다. 내년에는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해야 한다."
-투구폼 교정 효과는
"감독님께서 많이 가르쳐주셨고, 나도 빨리 습득하려고 많이 연습했다. 실전에서도 나름대로 더 집중했다. 바꾼 폼은 피로가 덜하다. 선발로 나갈 때 구속이 떨어질 수 있지만 변화구와 제구력은 좋아진 것 같다. 정리하자면 피로도가 적고, 공 끝에 회전이 잘 걸린다."
시즌 치르면서 피로가 쌓이진 않았나
"특별히 피로가 쌓이진 않았다. 사실 나와 (윤)규진이는 지난해 공익근무요원 소집해제 후 중간에서 많은 이닝을 던졌다. 같이 훈련 많이 했다고 생각했는데, 기존 선수들만큼 할 수 있는 여건은 아니었다. 그때 쌓였던 피로가 올해 나타났다고 본다. 지금 쉬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선발과 중간을 오간 것과는 관계없다. 어깨 통증으로 2군에 갔던 것도 검진 차원이었다."(②에서 계속)
[한화 이글스 안영명이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 강산 기자,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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