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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가족이란?' 질문을 던지는 좋은 예능이 탄생했다.
26일 첫 방송된 MBC '위대한 유산'은 부모의 삶을 자녀가 직접 겪어보는 리얼리티 예능이다. 파일럿 방송 때 호평 받아 정규 편성됐는데, 호평이 아깝지 않은 첫 방송이었다.
출연자는 총 네 가족. 밴드 부활의 김태원 부자, 영화감독 임권택과 아들 배우 권현상, 배우 강지섭 가족, 걸그룹 AOA의 찬미 모녀 등이다.
파일럿 때도 출연한 김태원은 이번에도 아들 우현 군과 함께했다. 자폐증을 앓고 있는 아들 우현 군이 스스로 세상에 발을 내디딜 수 있도록 기둥이 되어 주고자 한 김태원이다. 같이 주먹밥을 만들어 소풍을 나가 아들에게 자전거를 가르쳐준 김태원은 "자전거를 타면서 느끼는 낭만을 알려주고 싶다"고 했다.
우현 군은 넘어졌지만 김태원의 도움으로 다시 일어났다. 포기하지 않은 두 사람은 결국 자전거 타기에 성공했다. "불가능할 줄 알았는데 희망을 보았다"는 김태원은 아들과의 자전거 여행을 꿈꿨다.
건강검진 후 "길어야 3개월"이라는 의사의 말에 놀란 권현상은 "암이냐?"고 물었다. 사실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남은 시간'을 말한 것인데, 권현상은 "아버지가 최근에 몸이 안 좋으셔서 가족 모두 거기에 신경이 쏠려있다. 제가 얼마 안 남았다는 얘기를 들으니까 아버지 생각이 났다. '내가 먼저 가도 되는 건가' 싶었다"고 털어놨다.
임권택 부자는 대개 많은 부자들이 그렇듯 조금은 무뚝뚝한 사이였다. 하지만 권현상은 제작진 인터뷰에서 "'누구 아들'이란 말이 너무 싫었다"고 털어놓으며 "한번도 아버지와 같이 공식석상에 오르지도, 같이 나온 기사도 없다. 조심하고 피했다"며 이번 출연이 어려운 결정이었음을 고백했다. 카메라 앞에 함께 서기까지 큰 결심이 필요했던 임권택, 권현상 부자에게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강지섭은 고향에서 중국집을 운영하며 고생하시는 부모님이 걱정인 효자였다. "빨리 빨리 안 움직인다"며 아버지 불호령이 떨어지기도 했지만 식당 일을 도우며 열심히 청소도 하고 배달도 하는 등 효심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제작진 인터뷰에선 "어릴 때는 짜장면이 싫었다. 늘 옷에 배어 있었다. 절 보고 친구들이 킁킁거렸다. 기분이 안 좋아서 많이 싸웠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어른이 되어서 생각해 보니까 가장으로서 자식들을 위해서 해왔던 일이기 때문에 굉장히 값진 일이라고 생각되더라. 어릴 때는 그것을 몰랐다"는 강지섭의 진심은 시청자들을 뭉클하게 했다.
찬미는 그동안 무대 위에서 보여주던 화려한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어머니가 구미에서 미용실을 운영 중으로 어린시절 찬미는 미용실과 일체형인 소박한 집에서 자라왔다. "자고 일어나서 화장실 가는 것도 불편하다"고 투덜댄 찬미였지만, 고향집에 온 사실만으로도 아늑해 보이던 찬미였다.
어머니를 도와 손님의 머리를 처음 잘라보기도 했는데, 어머니 잔소리에 짜증도 내면서 티격태격한 찬미 모녀였다.
하지만 사실 찬미의 속마음은 깊었다.
일을 마친 후 어머니와 맥주를 나눠 마시던 찬미는 "엄마는 후회 안 돼? 스스로에 대한 허무함이 있을 것 같아"라고 했다. 어릴 적부터 고생만 한 어머니를 보며 느낀 감정이었다. 어머니는 눈시울이 붉어졌고, "엄마가 펑펑 놀면서 일을 한 거면 그런 게 없지. 근데 그런 게 아니잖아" 하며 찬미도 눈물 흘렸다.
찬미는 "내가 일찍 돈을 벌고 싶었던 것도 그게 너무 싫었어. 엄마가 맨날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일하는데 집도 없고. 월세 꼬박꼬박 내고. 엄마는 모을 돈도 없고. 그걸 아니까 일찍 돈을 벌고 싶었어"라고 했다.
어머니는 "그런 마음 먹어서 내가 더 속상해. 아직 그런 마음 먹을 나이가 아닌데"라고 미안해했지만 찬미는 "연예인에 도전해봤던 것도 연예인을 하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생각했던 돈이나 환경을 좀 더 빨리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했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난 당연히 데뷔해서 잘되면 돈도 벌고 되게 쉽게 돈 벌 수 있는 직업인 줄 알았어. 근데 평생 할 수 없다는 생각을 못했어"라고 털어놓은 찬미의 고백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짠하게 했다.
어머니가 "딱 그냥 스무 살만큼만 철들면 좋은데 너무 많은 생각을 하게 한 게 미안해. 돈에 너무 집착 안 했으면 좋겠다" 하며 딸을 안쓰러워하는 모습도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렸던 '위대한 유산' 첫 회였다.
[사진 = MBC 방송 화면]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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