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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전원 기자] “그댄 나의 전부 그댄 나의 운명 헤어질 수 없어요~”
2000년대 초반 꽃미남 발라드 가수였던 가수 김현성을 기억할 것이다. 1997년 강변가요제 금상을 수상한 후 데뷔해 ‘헤븐’ ‘소원’ 등의 히트곡을 내며 활동하다 최근 소식이 뜸해졌다 했더니 작가가 돼 돌아왔다.
그는 “10년 넘게 가수로 살아오다가 뒤늦게 군입대를 하고 제대하면서 훨씬 어린 시절 꿈꿨던 일인 ‘글쓰기’에 도전했다. 막연한 꿈이었다”고 작가가 된 배경을 털어놨다. 그리고 김현성의 일상과 삶에 대한 이야기는 그가 쓴 산문집 ‘당신처럼 나도 외로워서’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가요제에 나가면서 내 미래에 대한 뚜렷한 목표가 없을 때 노래 잘한다는 소리를 들으면서 지냈어요. 그렇게 작곡가 김형석님의 제의를 받고 2달뒤 초고속으로 앨범이 나왔죠. 데뷔곡 ‘소원’이 인기를 얻고 얼떨결에 가수가 된거죠. 그렇게 10년 넘게 흘러왔는데, 난 그러면서도 연예인의 삶을 사는 것에 대해 노력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어요. 노래를 잘하고 싶다는 욕심만 있었지 가수가 될거라곤 생각을 못했으니까요. 연예계에 대한 지식도 전혀 없었죠.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그냥 겁없이 활동했던거 같아요. 중, 고등학교 때 동경하던 선배님들과 함께 ‘가요톱텐’에 출연했을 때가 생각나요. 암전 상태에서 불이 탁 들어오고 환호 소리를 들었을 때 느꼈죠. ‘아~ 내가 다른 인생을 살게 됐구나’ 하고요.”
나름대로 승승장구하던 김현성은 왜 노래가 아닌 글로 돌아올 생각을 하게 됐을까. 보통 어린 시절 꿨던 꿈들은 ‘철없을 때의 생각’ 정도로 치부되기 마련인데, 김현성은 꿋꿋하게 그 길을 찾았고 의미있는 결과물을 냈다. 김현성은 한국예술종합학교 대학원에 입학해 본격적으로 글 공부를 했고, 이 공부는 현재 진행형이다.
“사실 공부하던 동안은 ‘앞으로 무조건 이것만 할거야’란 생각이었어요. 그런데도 우여곡절이 많았죠. 일단 수입이 없다보니 힘들기도 했고요. 이젠 글 쓰는걸 저의 ‘제 2의 인생’이라고 생각해요. 가수로 한창 활동하던 시절 날 믿고 응원해주시던 분들이 가장 편하게 읽고 받아들일 수 있는게 뭘까 생각하다가 산문집을 내야겠다고 생각했죠. 소설의 경우 내 얘기가 아니다보니 필터가 생기고, 독자들이 멀리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산문집은 좀 더 직접적으로 감성적으로 나에 대해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렇다고 해서 가수의 길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다. 김현성은 가수로서의 삶을 ‘운명’이라고 표현했다. 타고난 끼를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이뤄나간 것이기 때문이다. 타고난 능력이 있는데 이를 거부할 이유도 없고, 그를 응원해준 팬들에게 좋은 음악을 들려주는 것 역시 일종의 의무일 수 있다. 현재도 신곡을 내기 위해 틈틈이 준비 중이라고.
반면 작가로서의 삶은 김현성 스스로가 일궈낸 노력의 산물이다. 이번 산문집 ‘당신처럼 나도 외로워서’를 집필하는건 총 3개월이 소요됐다. 그러나 준비 과정은 장장 5~6년이다. 그 전엔 장편 소설을 썼지만 잠시 중단한 상태다. 그의 글에는 시간과 땀과 노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당신처럼 나도 외로워서’는 이별로부터 출발한다. 이별이 여행의 시작이 된 것이다. 헤어짐이 새로운 시작이 된다는게 어딘가 익숙하면서도 낯설지만, 김현성에게는 일상을 되찾고 새로운 것을 쟁취하겠다는, 혹은 어려움을 헤쳐나가고 말겠다는 의지가 담긴 결정이었다. 김현성은 이 산문집을 통해 ‘이 책은 후회없는 인생을 사는 방법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풀었고, ‘줘도 줘도 아깝지 않은 한 사람과 해도 해도 질리지 않는 일 하나를 갖는 것’이 좋은 삶일 것이라는 값진 답을 얻기도 했다.
“지난해 초 정도에 앨범을 준비하던 것도 무산되고 책도 잘 써지지 않아 슬럼프가 왔었어요. 집에서도 압박이 오고 스스로 조급함도 느꼈었는데, 이런게 힘들어서 무작정 여행을 떠났어요. 제목이 ‘당신처럼 나도 외로워서’인 이유가 있어요. 정말 글을 쓰는 내내 외로웠거든요. 전적으로 혼자 하는 직업이다보니 그렇기도 하고, 뒤늦게 무언가를 성취하려고 아둥바둥대다 보니 더 그랬죠. 내가 책으로 엄청 잘 나갔다면 모르겠지만 나중에 소기의 성과를 이룬다고 해도 사회적 명성에 있어서 가수로 누리던 것만큼은 못할 것이란 걸 알고 있었어요. 꿈을 이루기 위해 투자하는 시간들은 정말 외로울 수 밖에 없더라고요.”
김현성은 홀로 유럽으로 2달간 여행을 떠났다. ‘당신처럼 나도 외로워서’에는 그가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과 여행을 하며 겪었던 온갖 우여곡절과 에피소드가 리얼하게 담겼다. 단순하게 ‘어디에 가니 뭐가 좋더라’에 대한 설명이 아닌, 유럽에서 보고 느낀 것들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독자들로 하여금 여행을 떠나고 싶게 한다. 직접 찍은 사진과 인상깊었던 작품들의 사진도 포함돼 있어 보는 즐거움까지 준다.
과거에 외로웠건, 풍족했건, 화려했건 김현성은 결국 자신의 목표를 달성했고 산문집을 독자들의 손에 쥐어줄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다음 작품에 대해서도 구상 중이다. 1990년대를 이끌었던 슈퍼 세션과 관련한 이야기를 담을 계획이다. 김현성을 가수로서, 또 작가로서 당시를 휩쓸었던 드러머, 베이시스트 등을 자신의 글로 자연스럽게 알리고 싶다고 했다. 음악 작업과 글쓰기를 억지로 구분짓지 않겠다는 의미다.
“내 살점을 떼면서까지 음악과 글을 분리할 필요가 없다는걸 깨달았어요. 사실 2006년 이후로 제대로된 활동을 하지 않아 가수로서의 갈증이나 아쉬움이 남아있어요. 연예계에 대한 정확한 인지 없이 데뷔해서 그런지 이제서야 ‘아~ 이랬어야 하는데’란 생각을 하죠. 이젠 제 또래도 공감하고 어린 친구들도 좋아할 수 있는 음악을 내놓는게 가치있는 일 중 하나일 것 같아요.”
많은 이들이 ‘가수 김현성’을 떠올리면 그의 히트곡과 무대에서의 모습만 생각하지, 그의 사생활이나 소소한 부분까진 알지 못한다. 그만큼 자기 얘기를 아꼈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런 김현성이 자신의 생활을 다룬 산문집을 냈다는게 아이러니다. 발가벗은 느낌이 들지 않았을까.
“친한 사람들도 제 소소한 이야기를 잘 몰라요. 그래서 책에 담긴 내용들은 더욱 고백 같은 글들이죠. 제 얘기를 하면서 세상 앞에 나가는게 맞는 순서라고 생각했어요. 출사표를 던지려면 저를 먼저 보여드려야죠. 나를 감추기보다는 내가 먼저 나를 드러내고 당신들의 생각을 듣는게 맞는거니까요. 저를 드러내고 나니 속이 시원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그러네요. 책에는 제 아버지와의 이야기도 담겼는데, 사실 가족사를 쓰면서도 걱정을 많이 했어요. 아버지가 보고 안좋아하시면 어쩌나 걱정했어요. 일종의 디스가 포함됐거든요. 그런데 아버지가 책을 읽으시곤 감사하다고 해주시더라고요. 디스 안에 숨겨진 제 진심이 전달됐다고 생각해요. 제 마음을 온전히 헤아려주신 것 같아서 너무 감사드리고, 많은 독자분들이 그 부분에서 공감하고 감정 이입하신 것 같아서 더 뿌듯해요.”
“내가 어떤 시간을 보냈건, 어떤 마음을 갖고 있건 사람들의 기억 속엔 난 김현성이다”라고 말한 그는 그들의 생각을 깨부수려 노력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 살고 있는 삶을 과거에 끼워맞출 생각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난 이렇게 살았고, 당신처럼 고민하고 치열하게 살고 있는 외로운 사람이다’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책 마지막 부분에 핀란드에서 혼자 춤을 추는 남자의 모습이 묘사되는데, 여기서 바로 가장 힘들었던 시기를 극복하고 마음으로 웃을 수 있는 김현성의 모습이 그려진다. 이별로부터 시작된 여행이지만 진심으로 행복을 되찾은 그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김현성은 “몇년간은 개인적인 삶보다는 글로, 또 음악으로 세상에 남고 싶다”고 말했다. 그만큼 두 작업 모두 소중하다는 것이다. ‘책 옆에 서 있는 남자’ 김현성은 이제 더 이상 먼 존재가 아닌, 우리 곁에서 글로, 또 노래로 숨쉬고 있는 친근한 한 사람이 됐다.
[사진 = 마스이엔티]
전원 기자 wonw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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