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톰 하디와 톰 하디가 만나니 이 보다 더 완벽할 수 없다. 영화 ‘레전드’의 이야기다.
‘레전드’는 비틀즈와 함께 1960년대 런던의 아이콘이자 전설로 남아 있는 크레이 쌍둥이 형제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다. 런던의 촌구석 이스트엔드에서 주먹 꽤나 쓰던 크레이 형제는 쌍둥이지만 정 반대의 성격을 가졌다. 서로를 생각하는 우애로 뭉친 크레이 형제는 런던의 밤을 장악하며 유명인사가 되어간다. 하지만 곧 이들 형제에게 위기가 닥친다.
톰 하디는 이번 영화에서 쌍둥이 형제인 레지 크레이와 로니 크레이 1인 2역을 맡았다. 생애 처음으로 1인 2역에 도전한 그는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한 1인 2역 연기를 선보인다.
많은 1인 2역의 경우 큰 외형적 변화를 통해 한 사람이 연기하는 두 캐릭터를 달라 보이게 만들거나 관객이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두 캐릭터를 구분해 받아들여야 했다. 하지만 톰 하디는 완벽히 다른 인물로 인식케 하는 상상 이상의 1인 2역을 선보인다.
특히 첫 등장에서 그의 진가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자동차 뒷좌석에 레지 크레이와 로니 크레이가 함께 타 있는데, 분명 톰 하디임에도 완전히 다른 두 명의 캐릭터가 나란히 앉아 있는 느낌을 안긴다. 1인 2역이라고 말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2인 2역이라 봐도 무방할 정도다.
이런 톰 하디는 두 명의 인물을 연기하기 위해 조그마한 외적 변화를 감행했다. 레지 크레이는 본래 톰 하디의 모습대로 연기했다. 반면 로니 크레이는 가발을 이용해 헤어라인을 바꾸고 특수 파우더를 사용해 얼굴을 끌어올렸다. 여기에 입안을 부풀어 오르게 하는 플럼퍼를 사용해 턱 모양을 교정했고, 윗니의 모양과 코까지 확대해 얼굴 형태를 바꿨다.
설명은 거창해 보이지만 로니 크레이 역시 우리가 알던 톰 하디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로니 크레이를 레니 크레이와 달라보이게 만드는 건 외적인 다름이 아니라 톰 하디의 섬세한 연기력이다. 그는 눈빛, 목소리, 말투, 행동, 느낌 등으로 캐릭터의 차별화를 꾀했다. 그 결과 두 사람이 함께 있는 장면, 서로 대화를 주고받는 장면, 심지어 두 사람의 격투 장면에서까지 톰 하디가 연기한 레지 크레이와 로니 크레이가 완벽히 다른 사람처럼 느껴진다.
톰 하디 외에도 갱스터 영화지만 가벼운 유머들이 곳곳에 녹아 있다는 점, 실화를 바탕으로 한 강렬한 스토리를 지녔다는 점 그리고 에밀리 브라우닝, 크리스토퍼 에클리스턴, 데이빗 듈리스, 타라 피츠제랄드, 콜린 모건 등이 적재적소에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한다는 점 등이 ‘레전드’를 더 풍부하게 만든다. 오는 10일 개봉.
[영화 ‘레전드’ 포스터와 스틸. 사진 = 퍼스트런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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